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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사과표명과 대선출마와의 논리 불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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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9월 24일 (월) 전영준 dugsum@nate.com
[전영준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속설에 자식 이길 부모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자식이 부모 말 들어 잘 안 되는 경우는 없다. 그것은 부모가 인생풍파에서 겪은 삶의 지혜에서 나온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부모 자식 간에는 함께 가면 통상 두 가지 문제에 갈등을 일으키며 마찰을 일으키며 살아간다. 자식이 부모가 ‘하지 말라는 짓’을 하는 경우와, 자식이 부모가 ‘원하지 않은 짓’을 하는 경우다.
통상 ‘하지 말라는 짓’은 부모의 걱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친구관계, 학업문제, 취업문제 등 세상사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부모가 하지 말라는 경우를 하다 자식이 실패하거나 실수하면 부모는 눈물을 머금고 어쩔 수 없이 용서하게 된다.
한편, 부모의 ‘원하지 않는 짓’은 인륜지사 중요한 문제인 결혼, 집안의 파멸을 가져올 수 있는 도박, 난잡한 생활 등 세상사 경우와는 어긋나는 짓들이다.
이럴 때 부모가 자식에게 할 수 있는 일은 눈물의 용서가 아닌 ‘보기 싫으니 내 눈 앞에서 없어져라’라는 매몰찬 말이다. 즉 안 보는 게 너나 나에게 이롭다는 의미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24일 오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ㆍ16과 유신, 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박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오늘 한 아버지의 딸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제18대 대통령 후보로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과거사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하 박정희)의 업적은 유신이전과 유신이후로 구분하여 평가할 수 있다.박정희는 5.16 쿠데타로 국민이 선출한 장면의 민주정부를 전복하고 정권을 잡았다.
그는 민정복귀 후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윤보선 전 대통령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대통령이 되었다. 이후 중임의 약속을 파기하고 유신 전까지 3번의 대통령을 했다.
박정희는 3번의 대통령을 하면서 경부고속도로 건설, 중화학공업 육성, 포철 착공, 농업육성 등 대한민국의 발전을 견인하는 초석을 깔았다.
유신이전 박정희의 행보는 ‘부모(국민)’가 ‘하지말라는 짓(쿠데타)’을 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면서 가정을 돌봤기에 과거의 잘못(쿠데타)을 눈물로 용서할 수 있었다.
따라서 박정희의 5.16은 쿠데타이건 혁명이건 어느정도 국민들이 용인하는 역사가 되었다.
박정희는 ‘부모(국민)’가 ‘원하지 않는 짓’을 했는데 바로 10월유신이다.
10월유신은 본인이 뿌려 놓은 씨앗을 열매가 맺을 때까지 즉 죽을 때까지 종신집권하겠다는 헌정파괴였다.
박정희가 뿌려 놓은 씨앗은 웃기게도 박정희 시대에 거둔 것이 아니라 민주화된 이후에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박정희는 유신 전에는 정적을 죽이는 일도 정적을 감방에 가게 하는 일도 없었다. 왜 4년마다 치러지는 대통령선거가 무서웠기 때문이다.
박정희는 이혼 사람이 또 이혼한 사람처럼 헌정을 파괴한 사람이 또 다시 헌정을 파괴하는 우를 범했다.
박정희 유신시대는 역사의 발전이 아니라 역사의 후퇴를 가져왔고 지식인들은 60년대의 역동적인 삶 대신 암울한 시대의 고민을 안고 살아야 했다.
박정희 유신시대의 피해는 사랑하는 부인이 북한이 사주한 문세광의 흉탄에 사망하는 비극을 낳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만약 박정희가 유신시대를 열지 않고 3번의 대통령으로 만족하고 퇴임했다면 부인이 억울하게 죽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조작된 인혁당 사건으로 8명의 죽음. 그것도 대법원에서 판결 받은 지 24시간도 안돼 사형당하고 시신이 가족들에게 인계되지 못하는 천륜을 배반하는 일이 벌어졌다.
9번의 긴급조치로 자생적 공산주의자들이 많이 만들어졌다. 단순히 대통령만 비판해도 국가원수 모독죄로 감방에 끌려가는 분노의 세월이 만들어 진 것이다.
또한 제1야당 총재의 발언을 꼬투리 잡아 최초로 야당 총재를 국회에서 의원 직 제명을 하는 경우에 없는 짓이 벌어졌다.
이로인해 부마사태가 벌어졌고 박정희는 결국은 최측근인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의해 경호실장과 함께 피살당하는 치욕을 당했다.
결국 박정희 10월유신은 눈물의 용서가 아닌 ‘내 눈 앞에서 없어져라’라는 매몰찬 말로 질타를 받아야 하는 구시대의 유물이다.
문제는 10월유신에 박근혜 후보도 자유스럽지 못하다는 것이다. 박정희가 10월유신을 선포했지만 유신시대에 박근혜 후보는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다.
박 후보가 영부인 운운하려면 박정희 유신시대의 잘못을 같이 해야 한다는 논리에 빠진다.
박근혜 후보가 아버지의 잘못된 통치행위를 바로잡기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심지어는 아버지가 어린 아이들과 술 먹는 일을 못하게 눈물로 호소했다는 소리조차 듣지 못하고 있다.
되레 검증도 되지 않는 최태민 사이비 목사와 함께 구국을 위한답시고 전국을 누비며 국론을 분열시키며 아버지의 속을 썩였다.
10.26 사태가 일어난 것도 결국은 최태민을 보는 시각에 대한 박정희, 김재규, 차지철의 상이한 시각으로 권력갈등으로 발생했다는 견해도 있다.
박근혜 후보측은 상대 경쟁후보의 검증을 벼르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도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검증대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필자가 오늘 박근혜 후보의 기자회견문을 보면서 혼란스러운 것은 사과와 대선출마에서 오는 논리의 불일치였다.
만약 박근혜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오늘의 사과는 땅속에 묻히고 박정희의 명예는 자연스럽게 회복된다.
박정희의 명예회복 운동이 전국에서 일어날 것은 불문가지다. 박 후보의 의지가 아니라 해도 3공세력과 그 후예들의 박정희 동상세우기에 경쟁이 붙게 될 것이다.
반대로 박근혜 후보가 낙선하면 보수우파는 낙동강 오리알이 된다. 정권창출의 적임자라고 믿었던 사람에게 발등 찍히는 꼴이 되는 것이다.
아직도 필자는 박근혜 후보가 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지 이해를 못하고 있다. 박 후보는 아르헨티나의 ‘에바페론’처럼 가난한자, 약자의 희망이 아니다.
박정희의 경제개발 향수로서의 명분도, 국가정체성의 상징으로서의 명분도, 국가를 발전시킬 수 있는 적임자로서의 명분도 아직은 찾지 못하고 있다.
그저 다른 놈들 미우니까 지지해야 한다면 모를까 말이다.아니면 기권해야 할지 고민도 해야 한다.
필자는 지난 날부터 박 후보는 대통령보다는 더 아버지의 유업을 계승해야 할 일이 많다고 주장해왔다.
첫째 이유는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이 박정희 유업의 계승은 물론 한 맺힌 한풀이의 수단이 되지 않을 까 하는 우려다.
박 후보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우리사회는 다시 갈등의 구렁텅이에 빠져 미래로 전진하지 못하게 될 확률이 높다.
둘째 이유는 박 후보는 대통령보다 더 귀하게 할 일이 많다는 것이다.
정수장학회를 잘 관리하여 인재육성을 할 수 있고, 영남대학교를 한국 최고의 사학으로 만들 책무도 있으며, 어머니의 뜻을 받들어 육영재단을 어린이의 꿈나무 산실로 만들 수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아버지의 뜻을 이어 받는 일이라 본다.
박 후보가 오늘 사과를 했지만 피해 당사자들은 용서보다는 ‘보기 싫으니 내 눈 앞에서 없어져라’라는 마음일 것이다.
박 후보가 대선에 출마 안하고 보수우파의 가치를 대변하는 능력있는 사람을 만드는 킹메이커로 역할을 했다면 과거사는 그저 과거로 남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당시 피해자들은 대선출마 한다고 눈에 어른 거르니 악몽이 다시 떠오르는 괴로움을 더욱 느낄 것이다.
박근혜 후보!
자식(박근혜)이 부모(국민) 말 들어 잘 안 되는 경우 없다. 대다수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진정으로 무엇인지 헤아려 주기 바란다.
출처;푸른한국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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