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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우주류의 절대강자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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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상대와 한 번 원없이 싸워보자는 투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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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승인 2012년 09월 20일 (목) 12:59:55 황효식 newstalk@newstalk.kr
좌파매체들은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문재인이 박근혜를 첫 추월한데 대하여 상기된 표정으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뭐 그럴 만도 하다. 재미로 치는 점 백원짜리 고스톱도 어쩌다 딸 때가 있어야 칠 맛이 나지 판판이 깨지면 무슨 재미인가? 그런데 ‘앤디 워홀’의 ‘15분간의 명성’이라고 들어 보셨나? 미래의 모든 사람은 15분 동안은 미디어의 주목을 받고 유명세를 얻게 된다는 거다. 문재인이 딱 그 짝이 났다. 하루살이 1등.
“결론은 문재인이다!” 지금 어느 좌파웹진의 대문에 걸린 글의 제목이다. 제법 비장한 문구(文句)다. 그러나 오늘 오후 3시, 안철수의 대선출마 기자회견과 더불어 그 문구는 일순간에 폐기처분되고 말았다. TV로 안철수의 출마선언을 다 듣고 난 뒤 나는 벌떡 일어나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그의 말과 표정에서 진심을 느꼈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치도래에 대한 벅찬 기대감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막연한 꿈과 희망이 갑자기 내 눈앞에서 형상화 된 듯 했다.
나는 이전 글에서 안철수가 출마결심을 굳혔다면 이미 모든 준비를 완료했다는 걸 의미한다고 썼다. 그는 예상보다 훨씬 더 치밀하고 정교하게 준비된 상태였다.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일단 결정하고 나면 모든 역량을 총결집하여 최선의 방책을 만들어 내고 예정된 수순에 따라 목적에 이르는 계단을 차근차근 밟아 오르는 것이다. 그의 출마의 변(辯)은 너무나 쉽고 평이해서 꼼수와 반칙에 익숙한 내 귀에는 낯설다 못해 경이롭게 들렸다.
“저는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진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심의 정치를 하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를 향한 공격이나 비난은 두렵지 않습니다. 극복하겠습니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싸워야 한다면 정정당당하게 싸울 것입니다. 사람의 선의가 가장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국민여러분과 함께 증명하려고 합니다”
고수(高手)는 절대로 난폭한 바둑을 두지 않는다. 냉철한 형세판단과 깊고 정확한 수읽기로 상대를 서서히 조여 가며 항복을 받아 낸다. 또한 고수는 상대의 난폭한 바둑에 절대 휘둘리지 않는다. 상대의 행마가 난폭해지면 반드시 허점이 드러나게 마련인데 그 허점을 정확히 찌르고 들어가 상대를 무력화시킨다. 문재인은 포석단계에서부터 박정희의 과오를 물고 늘어지며 박근혜의 반성을 요구하는 난폭한 행마를 구사했다. 그러나 안철수는 차분하게 정공법을 택했다.
안철수는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께 제안합니다. 모두 한자리에 모여 국민들을 증인으로 선의의 정책경쟁을 할 것을 약속하면 어떻겠습니까? 그리고 선거후에도 승리한 사람은 다른 후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패배한 사람은 깨끗이 결과에 승복하여 더 나은 우리의 미래를 만들기 위해 협력할 것도 같이 약속하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다. 그는 또 “선거과정에서 어떤 어려움과 유혹이 있더라도 흑색선전과 같은 낡은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안철수는 이번 대선결과에 관계없이 앞으로도 계속 정치권에서 자신의 목적과 소망달성을 위해 일하겠다는 각오를 피력함으로서 기업가와 학자에 이어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살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철수는 박원순에게 서울시장직을 양보할 때 이미 대통령직을 염두에 두고 고심에 들어 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구상들을 순차적으로 세워나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마침내 준비를 완료하고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고수는 고난도의 문제를 남들이 다 아는 방식과 언어로 쉽게 설명한다. 예수님의 비유설교처럼 쉬운 설교가 없다. 어린아이들도 즐겁게 들을 수 있다. 나는 안철수의 출마선언에서 어린아이의 순수성을 잃지 않은 천재의 향기를 맡았다. 박근혜도 안철수 못잖은 순수성과 고결함이 있다. 그러나 왠지 투박하다는 느낌을 준다. 뭐랄까, 입체적인 상상력이 결여된 폐쇄적인 순수성과 고결함이랄까? 어쩌면 박근혜 만의 독특한 성장배경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안철수의 발언에서 자유로움을 느꼈다. 박근혜는 그의 정치경력 10년 내공이 말해주듯 내구성이 뛰어난 가구들로 잘 정돈된 집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정치신인 안철수에게서는 어린아이의 자유로운 공상대로 지어진 놀이터가 연상된다. 일본의 고수 ‘다께미야’의 바둑은 ‘우주류’라 불렸다. 그의 바둑에 꿈과 자유가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승패와 관계없이 그의 바둑에 열광했다. 박근혜는 이번에 제대로 된 강적을 만났다.
내가 판단할 때 문재인은 이번 쟁기(爭基)에 해당되는 선수가 아니다. 안철수의 등장과 함께 대한민국의 정치 패러다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룰이 바뀐 게 아니라 관전 포인트가 바뀌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나는 박근혜를 지지하는 인터넷 논객으로서 박근혜의 승리를 위해 싸우겠지만 어쩌면 이번에는 지는 싸움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스친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멋진 상대와 한 번 원없이 싸워보자는 투지가 불끈 솟아오른다.
황효식/ 목사, 칼럼리스트
출처;뉴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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