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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석 칼럼] 안철수 바람은 아직 시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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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력 떨어진 안 교수그래도 대선 흔들 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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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석 주필
입력 : 2012.09.14 20:58 | 수정 : 2012.09.14 21:09
'아버지와 다른 목표'
'아버지와 다른 방법' 분명히 하는 게 박근혜 과제
강천석 주필 대통령 선거날까지 96일 남았다. 석 달 보름 후면 누군가 두 손을 번쩍 들고 환호하는 군중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집권당 후보는 이미 결정됐다. 제1야당 후보도 사실상 정해진 거나 한가지다. 그런데도 국민은 다가오는 대선에서 누구와 누구가 맞붙는지조차 모른다. '점잖은 국정 운영은 청와대 뜻대로 할 테니 냄새 나는 정치는 여의도 사람들 마음대로 하라'던 노무현·이명박 시대의 정치 포기 10년이 남긴 정당의 황무지 풍경이다. 권력은 대통령이 행사하고 책임은 선거 때마다 정당이 둘러쓰는 정치 행태 속에서 허수아비 정당을 향한 국민의 관심 자체가 허물어져 버렸다. 이런 정치는 중급(中級) 태풍만 불어도 뿌리를 하늘로 향하고 벌렁 나자빠진다. 안철수 바람에 허둥대온 지난 1년 반 한국 정치가 꼭 그랬다.
선거 종반에 나타난 변화는 세 가지다. 첫째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지지율 경쟁에서 선두를 탈환한 것이다. 박 후보는 작년 말 이래 가상(假想) 양자 대결 조사에서 줄곧 안철수 교수에게 밀렸다. 지난 4월 새누리당의 역전 승리를 일궈낸 후 잠시 선두를 되찾았으나 얼마 안 가 도로 그 자리를 내줬다. 박 후보의 가장 취약한 부분은 승부처인 서울·경기 지역과 40대 연령층에서 안 교수에게 크게 뒤진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안 교수를 앞서고 경기에서 안 교수와 팽팽한 근접전(近接戰)을 벌이고 있다는 최근 조사가 주목받는 이유다. 40대에서 안 교수를 누른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반면 부산 경남에선 안 교수와 문재인 후보의 거센 바람을 가슴에 맞고 있다.
다음 변화는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눈앞에 두고 있는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오르고, 일부 조사에선 야권 단일 후보로 안 교수보다 문 후보를 꼽는 사람이 더 많은 걸로 나타난 것이다. 일부에선 여권(與圈) 지지자들이 박근혜 후보가 더 쉽게 승리할 수 있는 상대로 안 교수를 제치고 문 후보를 고른 결과라는 역(逆)선택론을 들고 나오고 있다. 그래도 민심의 바닥이 바뀐 건 분명하다.
그런데도 대선 이야기는 여전히 박 후보에게 밀리고 문 후보에게 따라잡힌 안 교수를 축(軸)으로 해서 돌아가고 있다. 그도 그럴 게 박 후보의 선두 탈환과 문 후보의 선전(善戰) 모두 안 교수 변수(變數)가 출렁댄 결과이기 때문이다. 안 교수에 대한 관심은 1년 전, 반년 전에 비해 확실히 식었다. 짜증을 내는 사람도 늘었다. 대통령 자리를 감당할 능력을 갖고는 있는지 하는 의문도 커졌다. 허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발목이나 무릎께까지는 흙탕물에 담근 적이 있다는 공격도 받고 있다.
그래도 안 교수가 햇볕 받는 눈사람처럼 녹아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정치적 현상으로서 안 교수'의 크기는 그의 실제 모습보다 확대돼 국민에게 비쳐 왔다. 안 교수가 속임수를 썼다는 뜻이 아니다. '안철수 현상'은 국민 가슴에 담긴 현실 정치에 대한 실망감·환멸·배신감·분노의 합계(合計)를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허탈감이 커지면 안 교수의 정치적 키도 따라 자랐다. 안 교수의 짧은 정치 생애도 그가 정치 선언을 하는 추석 연휴 무렵이면 갈림길을 맞게 된다. 이제 안 교수 본인이 대선 무대에 올라서든, 아니면 문재인 후보를 축복(祝福)하고 자신은 병풍으로 물러서든 위력이 예전 같기는 힘들다.
그래도 안철수 바람은 이번 대선 마지막까지 정치 숲의 이파리를 흔들고 가지를 부러뜨리고 때로는 밑동을 흔들 것이다. 바람의 직접적 영향권에 있는 당사자는 박근혜 후보다. 가장 나중 붙은 40대, 서울 경기 지지라는 새 살은 바람만 살짝 일어도 우수수 떨어질 연약한 이파리다. 미풍이나 강풍에 그치더라도 태풍을 예상하고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정공법(正攻法)이다. 그러려면 먼저 '아버지와 다른 목표'를 '아버지와 다른 방법'으로 추구한다는 '박근혜 정치'의 근본을 분명히 해야 한다. 역사의 평가는 기업의 손익계산서 작성과는 다르다. 유신(維新)이 거들었다는 중화학공업 육성의 공적에서 자유민주주의 훼손의 과오를 빼도 뭔가 남지 않느냐는 식의 계산법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미국 국민의 애국심에 대한 가장 간명한 정의가 '헌법에 대한 믿음(Constitutional Faith)'이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이 정도의 애국심은 물려줘야 한다.
박 후보 곁엔 유신을 불에 달군 인두처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얼굴이 여전히 너무 자주 보인다. 고단했던 시절부터 박 후보를 지켜줬던 그분들에게 "지금까지 너무 감사했다"고 인사할 때가 왔다. 그 말 뜻은 충분히 헤아릴 것이다. '박근혜 정치'의 목표는 노인의 근심을 덜어주고 젊은이에게 희망을 선물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라의 새 과제는 나라의 새 주역(主役)으로 나설 40·50대와 함께 설계하고 실현해 나가야 한다. 올 12월 대선은 바람 한줄기가 이파리 몇개 떨어뜨려도 결과가 바뀔 박빙(薄氷)의 선거가 될 것이다. 이파리 하나 값이 천금(千金)만 한 선거다.
출처;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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