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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혁당 사건, 거짓이 진실처럼 포장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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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투데이스케치> 박근혜 후보, 인혁당사건을 보는 역사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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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라곤 칼럼니스트
인혁당 사건에 대하여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말한 내용이 설화(舌禍)를 빚고 있다. “대법원에서 상반된 판결이 나온 것도 있지만, 한편으론 그 조직에 몸담았던 분들이 최근 여러 증언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까지 감안해 역사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한 것”이라 말한 내용이 여야뿐만 아니라 세간에 까지 번져 논란이 뜨겁다. 애당초 인혁당 사건은 현대사의 부끄러운 기억이자 뜨거운 감자가 되어왔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 정라곤 ©브레이크뉴스
박정희 치하의 유신 초기에 일어난 사건은 1965년 인혁당사건과 구별하기 위해 제2의 인혁당사건 또는 인혁당재건위 사건으로 불리어지기도 하는데, 중앙정보부가 74년 유신반대 투쟁을 벌였던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연맹)을 수사하면서 배후․조종세력으로 ‘인혁당재건위’를 지목하고 이를 북한의 지령을 받은 남한내 지하조직이라고 규정한 사건을 말한다. 이 사건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사람들은 모두 대구, 경북과 경남출신이었다.
필자가 대구에 살던 1970년대 중반 당시에 이 사건을 잘 알고 있던 문인 선배로부터 자주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당시 인혁당 사건에 주동인물로 사형이 집행된 경북대 학생회장 출신 지성인(知性人) 여정남의 입장을 두둔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관련자에 대한 고문사실이 터져 나왔고, 유신정권의 용공조작 등으로 그간 잘못된 사건으로만 알고 잊고 있었는데 박근혜 후보의 발언이 후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특이하게도 사형이 선고된 관련자 8명에 대해 1975년 4월 8일 대법원 상고가 기각되자 18시간 만인 4월 9일 새벽에 형이 집행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었다. 인혁당사건에 연루되어 사형이 집행된 4월 9일을 당시 스위스에 본부를 둔 국제법학협회에서는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부르고 있으며, 경북대학교 교정에는 여정남 공원이 생기고 손이 뫼비우스의 띠를 바치고 있는 조각상이 있어 지나는 젊은이들로 하여금 정의의 피를 뜨겁게 돋운다.
인혁당사건은 유신시대의 어두운 그림자이다. 이 사건의 주동자로 몰려 8명이 사형이 집행되고 나서 27년이 흐른 뒤 2002년 9월에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중앙정보부의 조작극이었다’고 밝혔다. 조사결과 국가전복을 하려는 증거가 없었으며 혐의는 모두 진술조서 위조를 통해 조작됐음이 확인하고서 이 사건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했다. 그리고 사건 유족들은 이를 근거로 하여 재심청구를 냈고, 2007년 1월 23일 법원에서는 무죄를 선고했던 것이다.
이로써 인혁당사건은 유신정권시절 자행된 ‘사법살인’의 대표적인 사건으로 낙인찍혔다. 재심에서 무죄 선고로 억울하게 누명을 뒤집어쓰고 죽은 여덟 명의 민주열사의 명예가 뒤늦게나마 회복되었지만 하지만 그들의 생명을 되돌릴 수 없고, 피해자 유족들이 몇 십년동안 간첩의 가족으로 억울한 삶을 살아온 한 많은 세월을 보상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재판을 통한 실체적 사실이 그러함에도 인혁당사건을 두고 “대법원에서 상반된 판결이 나온 것도 있다”느니 “역사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한 것”이라는 여당 대선 후보의 말을 어떻게 새겨들어야 할지 난감하다.
일반인들이나 특히 젊은이들은 인혁당사건을 잘 모르겠지만, 이 사건은 서슬 시퍼런 유신 권력이 조작한 것으로 판단하여 민주화운동으로 결정하고, 재심을 통해 무죄로 최종 확정되었다. 그렇건만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가 왜곡된 역사관으로 딴죽을 울리고 있으니 유족들이 그 말을 듣고서 “박근혜, 아주 위험한 생각”이라고 대응한 것은 오히려 점잖은 편이다. 그가 말하는 역사에 맡기자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이쯤에서 현재 해외순방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에서 ‘코리아 루트의 새 지평’이란 주제로 특별 연설한 내용을 인용해 보자. 이 대통령은 "올바른 역사의식과 잘못된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성찰이야말로 평화의 기초이자 오늘날 유럽을 하나로 만든 원동력"이라고 연설하였는바, 아무래도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우회적 화법으로 제시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지고 잘못된 과거사에 대해서 진정으로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는 연설 대목은 당연히 일본인에게 적용되는 말이라 하겠다. 그에 더하여 과거 우리시대의 ‘부끄러운 기억’이자, 현재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인혁당 사건에 대해 그 실체적 진실을 간과(看過)하고서 법원의 최종 판결에도 배치되며 임의적 역사의 궤변자로 나서는 자들에게도 꼭 들려줘야할 명언이 아닌가. rgjeong@naver.com
＊필자/정라곤. 시인․칼럼니스트
출처;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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