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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기 대선3주자 지지도 최대 10%P차 ‘들쑥날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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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여론조사의 虛와 實
지난 6일 손학규 민주통합당(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선거캠프의 김유정 대변인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 정론관(기자실)에 찾아와 독특한 기자회견을 했다. 캠프가 여론조사기관 한국인텔리서치에 의뢰, 4일 민주당 권리당원(당비를 내는 당원) 6250명을 상대로 조사(자동응답전화(ARS) 방식, 표본오차 95%에 신뢰수준 ±1.2%포인트)했다며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러 온 것이었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단순 지지도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29.2%로 1위, 손학규 후보가 25.9%로 2위를 차지했고 김두관(21.1%)·정세균(11.6%)·박준영(5.3%) 후보 순으로 뒤를 이었다고 한다. 결선투표제를 전제로 한 1대 1 가상 대결 조사에서는 ▲문재인 41.5%, 김두관 28.9% ▲문재인 42.9%, 손학규 40.5% 등의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손 후보가 민주당 권리당원들 사이에서 ‘문재인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인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홍보 수단으로 활용한 사례는 비단 손 후보만이 아니다. 앞서 김 후보측은 광주·전남기자협회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 7월31일 협회 소속 회원 252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김 후보가 40.1%로 1위에 올랐고 문 후보가 25.0%, 손 후보가 19.4%를 얻었다는 내용이었다.
문 후보측도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이 여론조사기관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해 정치부 기자 2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홍보에 활용했다. 차기 대통령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문 후보가 25.7%로 1위에 올랐고 김 후보가 18.5%로 뒤를 이었다는 내용이었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이처럼 여론조사 결과를 자신의 홍보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주요 선거 때마다 민주당은 각 언론사가 쏟아냈던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19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여론조사 공표 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바야흐로 대통령 선거 국면이 열리면서 또 다시 ‘정치 여론조사의 홍수’가 시작됐다. 일간신문과 방송, 인터넷매체는 물론 여론조사기관들까지 연일 주요 대선주자들의 지지도 변화를 알리는 조사 결과를 쏟아내고 있다. 자고 나면 하나씩 발표되는 수준이다. 불과 3개월 전 ‘4·11 국회의원 총선거’ 직후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선거 결과가 큰 괴리를 보이면서 ‘여론조사 무용론’까지 제기됐던 것을 돌이켜보면 최근의 여론조사 홍수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하지만 많은 정치인들처럼 일반 국민들도 여론조사 결과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거나 지나치게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른다. 여론조사는 민심의 흐름을 읽기 위한 도구일 뿐 그 자체가 민심은 아니라는 얘기다. 더욱이 집전화가 다양해지고 아예 휴대전화만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등 국민들의 통신환경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그에 따라 여론조사 방법 면에서도 다양한 실험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모든 여론조사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여론조사 결과를 대할 때에도 이를 전제로 두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쏟아져나온 대선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다자대결 조사만 놓고 보면 한국갤럽(7월30일~8월3일, 휴대전화 임의전화걸기(RDD) 방식, 조사대상 1500명, 표본오차 95%에 신뢰수준 ±2.5%포인트) 조사에선 박근혜 후보 37%, 안철수 원장 30%, 문재인 후보 10% 순의 지지율을 보였다. 리얼미터(7월30일~8월3일,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RDD, 3750명, 95% ±1.6%포인트) 조사에서는 박 후보 35.2%, 안 원장 34.0%, 문 후보 10.8%의 지지율을 보였다. 중앙일보(7월19~21일,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RDD, 2000명, 95% ±2.2%포인트) 조사에선 박 후보 37.4%, 안 원장 19.9%, 문 후보 11.0% 순으로 나타났고, 모노리서치(7월26일, 유선전화 RDD, 1487명, 95% ±2.53%포인트)에선 박 후보 42.2%, 안 원장 26.8%, 문 후보 11.7% 순으로 나타났다. 거의 같은 시기에 이뤄진 조사인데도 조사기관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1위가 뒤바뀌는 경우가 허다하고 안 원장 지지율이 조사기관별로 10%포인트가 넘게 차이가 나기도 한다. 얼핏 보면 ‘중구난방’이라는 말이 떠오를 법하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말한다. 조사기관이 다를 경우 조사 방식과 질문 방식 등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를 통해 민심을 읽기 위해선 같은 조사기관이 여러 차례 실시한 결과를 놓고 그 흐름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유선전화 RDD 방식으로 약 1500명을 대상으로 정기 조사를 벌이고 있는 모노리서치의 다자대결 조사에서 안 원장의 지지율은 6월14일 20.1%, 7월1일 15.0%, 7월15일 17.4%, 7월26일 26.8% 순으로 나왔다. 안 원장이 7월19일 저서 ‘안철수의 생각’을 출간하고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지지율이 급등한 것을 알 수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7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여론조사는 한계가 있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중의 뜻을 듣는 수단으로써 여전히 유용하다”며 “다만 조사기관과 이를 보도하는 언론은 질문지와 조사결과를 완전히 공개함으로써 소비자인 국민들의 이해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희(정치학) 한국외대 교수도 “여론조사 만능주의에 빠져선 안 된다”며 “특히 여론조사 자체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를 공직후보자 선출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주요 결정을 내리는 방법으로 활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출처;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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