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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선 주자들 '평양行 유행'이 北 협박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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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2 23:02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11일 "현 청와대와 행정부, 새누리당 안에도 우리와 내적으로 연계를 가진 인물이 수두룩한데 종북(從北)을 떠들 체면이 있는가"라고 비난했다. 조평통은 과거 평양을 방문했던 새누리당 박근혜·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를 거명하며 "우리에게 와서 한 말을 모두 공개하면 온 남조선 사람들이 까무러치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우려했던 대로 터질 일이 터진 것이다. '장군님의 나라'의 정체도 다시 한 번 만천하에 드러났다. 한국 정치인들은 언제부터인지 대선 주자로 나서려면 평양을 방문해 북한 최고 권력자와 면담하는 것을 무슨 필수 코스인 양 여겨왔다. 그들은 어떻게든 평양행 통로를 뚫으려고 신분이 불확실한 위험천만한 중개인들 등에 업혀 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런 이상한 유행에는 정치 노선의 좌·우 차이도, 정치 연륜의 길고 짧음의 차이도 없었다.
이들이 북한 최고 권력자와 만나 남북 관계를 새로 설계할 구상을 다듬는 것도 아니고 북한 권력자에게 해야 할 말을 하지도 못했다. 그러고는 김정일을 만나면 북한에서 최고 대접을 받았다며 흐뭇해하고, 반대로 명목상 국가원수인 김영남밖에 보지 못하고 되돌아오는 사람은 기(氣)가 죽었다. 뒤집어 생각하면 김정일은 대한민국 정치인을 급수(級數)를 매겨 누구는 '만나주고' 누구는 '만나주지 않는' 걸로 대한민국 정치를 가지고 놀았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중요한 과제의 하나는 국제법도, 국제협약도 아랑곳하지 않는 북한 권력자를 '국제 정치 규칙의 링(ring)' 안으로 끌어들여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그러려면 북한 절대 권력자의 특성을 파악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우리 정치인들이 아무런 행동 준칙(準則)도 없이 북한을 상대해온 것은 무모한 정치적 자해(自害) 행위임이 이번에 드러났다.
북한이 평양을 방문하는 대한민국 정치인을 24시간 동안 폐쇄회로 카메라와 도청 장치로 추적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무엇 때문에 그 짓을 하겠는가. 북한은 작년 5월 청와대·통일부 관련자들과 가졌던 비밀 접촉 자리에서 나온 대화를 자기들 멋대로 짜깁기해 공개하는 몰상식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북한이 새누리당 대선 주자들의 북한 방문 시 언동을 까발리겠다고 하는 것은 이런 협박으로 국회에 들어간 자기네 수하(手下)의 주사파 의원들에 대한 징계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그게 여의치 않으면 추가적인 조작 폭로극을 연출하겠다는 뜻이다. 더욱 속 보이고 야비한 것은 새누리당보다 몇 배나 더 많이 북한에 가 김정일을 만나고 온 민주당 의원과 대선 주자에겐 입을 다문 북한의 행동이다. 아마 북한은 이것으로 국회 주사파 징계를 '악질적 매카시즘'이라고 온몸으로 가로막은 민주당에 보너스를 지급했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민주당이 북한의 이런 행동에 어떻게 대응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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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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