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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항우(項羽)가 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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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30 09:54:35
아라치
● 유방(劉邦)과 항우(項羽)의 쟁패(爭覇)는 중국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 중의 하나이다. 철저히 대비되는 두 캐릭터는 항상 지도자의 인품과 풍모 등을 비교하고 대조하는 좋은 모델이 되어왔다.
결국 역사에서는 유방(劉邦)이 승리하여 한(漢)을 세웠다. 무엇으로 보아도 항우가 유리한 국면이었지만, 항우는 다 잡았던 물고기를 놓친 것처럼, 거의 다 차지했던 천하를 유방에게 내주고 말았다. 한마디로 소위 뒷심이 부족한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사마천(司馬遷)도《史記》에서 항우는 어린 시절부터 매우 끈기가 없는 사람으로 묘사해 놓고 있다.
물론 이 외에도 항우가 유방에게 패한 이유는 너무나도 많다. 수하들을 믿고 그들에게 전권을 부여해 주는 유방의 리더쉽과 수하들을 믿지 못하고 모든 것을 자신이 해야 직성이 풀리는 항우의 리더쉽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유방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리더지만, 항우는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리더였던 것이다.
● 그러나 무엇보다도 항우의 좁은 소견 또한 패인(敗因) 중의 하나였다.
사실 유방은 항우(項羽)와는 비교도 안되는 미천한 출신이었다. 유방은 본시 그 어미가 강가에 나가 한 과객(過客)과 정을 통하여 낳은 자식이다. 그러나 항우는 초(楚)의 전통적인 무인(武人)집안 출신이다. 진시황(秦始皇)이 초(楚)를 멸망시킨 후에 그의 조부 항연(項燕)이 반진(反秦)의 기치를 내걸었다가 집안이 도륙이 났던 것이다.
항우는 유일한 가족인 삼촌 항량(項梁)과 함께 회계(會稽)에서 기의하였고, 유방은 자신의 고향인 패현(沛縣)의 현령을 몰아내고 그곳을 기반으로 기의하였다. 유방은 처음에 항량과 항우를 찾아갔다. 항우는 처음부터 유방을 완전히 무시하였다고 한다. 항우의 예상과 달리 유방이 점점 치고 올라왔을 때도 항우는 유방을 우습게 여겼다. 유방이 아무리 용을 써도 자신을 넘볼 수 없을 것이라고 여겼다. 자신의 라이벌은 물론 자신과는 같은 반열로 여기지 않았다.
● 28일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집결했다. 이날 박근혜가 다른 대선주자들과 나란히 앉지 않겠다고 사양한 것이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박근혜의 소견(所見)과 그릇을 엿볼 수 있는 장면 중의 하나이다.
동양의 전통관념에는 예법(禮法)이 있다. 아무리 싫어도 최고의 반열에 있는 사람이 뒷 줄에 앉는 것은 예법에도 맞지 않는다. 그것을 고집하는 것 자체가 겸양(謙讓)과 겸손(謙遜)이 아니라,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사회적 지위가 있으면 사회적 지위에 맞는 대우와 대접을 당연시 하고 그것에 따르는 것도 미덕인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는 자신의 옆에 김문수나 정몽준 같은 소위 꼴비기 싫은(?) 사람들이 있어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인지, 다른 사람들을 무안하게까지 하면서도 고집을 피웠다.
물론 박근혜가 김문수, 정몽준 같은 잠룡인지 잡룡인지와는 격이 다르고 레벨이 다르다는 것은 나도 인정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뒷줄에 가서 앉는다고 그들과의 차별성이 강조되는 것은 아니다. 좋든 싫든 그들은 새누리당 소속의 정치인으로 대선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경쟁자이다. 그들과 함께 한바탕 신나는 경선잔치를 벌여야 하는데, 벌써부터 그들을 상대도 하지 않고, 단지 거리를 둔다고 무슨 득이 있을까?
● 항우가 유방보다 인품이 뒤지거나, 학식이 뒤지거나, 무용(武勇)이 뒤져서 패한 것이 아니다. 유방과 같은 하찮은 상대하고 경쟁하는 것 자체를 수치로 여기고, 혼자서 대세론에 빠져 마치 천하가 벌써 자기 손에 들어왔다고 착각하다가 다 빼앗긴 것이다.
박근혜는 항우가 되려는가?
항우처럼 역사에서 한번 반짝하고 사라질텐가?
출처;투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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