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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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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이 잉태한 비극, 신군부가 촉발시키고 좌파가 증폭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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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격사태의 원인, 그리고 5.18이 내게 남긴 고민..
2012년 05월 18일 (금) 15:58:42 박용석 기자 param25@newstalk.kr
5.18 아침, 나는 또 한 번 5.18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을 해 본다. 지금까지 나온 5.18에 대한 성격규정에 대해 나는 아직도 그 무엇 하나 명확하게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5.18을 접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 뉴스에서였다. 1980년 5월, 방송은 5.18을 ‘광주사태’로 보도하며 북한의 공작에 의한 폭동으로 규정했다. 간첩이 쓰는 독침에 의해 살해된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말을 어린 나는 그대로 믿었다.
이후 대학을 들어가서 학생운동을 시작하며 또 한 번 5.18을 접했다. 당시 운동권에서는 5.18의 성격에 대한 두 가지 시각이 대립적으로 존재했다. 급진 PD세력이었던 CA진영에서는 5.18을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일환으로 해석을 했던 반면, 주사파 NL진영에서는 美제국주의로부터의 인민의 민족해방 운동으로 해석을 했다. 전자는 원리주의적 공산주의 혁명 이론에 기초했고, 후자는 북한의 한반도 적화노선을 따랐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전두환 정권이 규정한 5.18과 80년대 학생운동권이 규정한 그것이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는 것이다. 양쪽 모두 공산주의 혁명의 과정으로 해석을 했고, 단지 차이점은 전두환 정권은 그것을 악(惡)으로 규정한 반면, 학생운동권은 그것을 선(善)으로 규정했다는 차이만 존재했을 뿐이다. 그러나 1998년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면서 그 어떤 공론도 없이 5.18은 돌연 민주화 운동으로 규정되었다.
물론 지금도 이러한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일부 우파진영에서는 아직도 5.18을 북한에 의한 폭동으로 규정을 하고 있으며, 노조와 시민단체를 장악하고 국회에도 진입을 한 NL과 PD진영에서도 여전히 5.18이 공산주의 혁명의 어느 단계의 과정인지에 대한 은밀한(사실 인터넷에 공개되고 있는) 토론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정치적으로는 여야 모두 망월동 묘지를 민주화의 성지로 규정하며 옷깃을 여매고 있다.
우리사회는 여전히 가식적이고 기만적인 것이다. 5.18은 역사적 비극이었다. 박정희 정권이 잉태하고, 전두환 정권이 촉발시켰으며, 좌파진영이 증폭시켰고, 김대중 정권이 정치적으로 유린한 민족적 비극.. 5.18 아침 나는 그 비극의 실체를 또 한 번 나열해 본다. 그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한 판단은 읽는 이의 몫이라고 본다. 그러나 왜곡된 허상을 숭배하는 자가 있다면 자신의 그릇된 신념을 되돌아보기 바란다.
유신이 잉태한 비극, 신군부가 촉발시키고 좌파가 증폭시켜
앞서 이야기를 했지만 5.18은 박정희의 유신으로부터 잉태됐다. 80년 전두환 신군부는 집권을 위해 통일주체국민회의 체육관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뽑는 박정희 정부의 유신체제를 계승하려 했기 때문이다. 12.12 이후 이미 ‘민주화의 봄’을 겪은 우리 국민들은 신군부의 이러한 입장에 대대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그것이 바로 80년 5월 14일부터 16일까지 ‘민주화 성회’란 이름으로 전국에서 일어난 시위였다.
이에 정부는 임시국회를 20일에 소집해 계엄령을 해제하고 시국문제를 전향적으로 다루겠다는 내용을 발표한다. 이에 시위를 주도했던 전국의 학생운동 지도부는 정부의 조치를 지켜 본 후 타당치 않을 시 다시 시위를 시작하자는 결정을 내렸고, 전국적으로 일어났던 민주화 성회는 소강상태를 맞았다. 그러나 유독 광주만이 16일 저녁에도 대규모 횃불시위를 열었고 17일과 18일에도 계속 시위를 할 것을 천명했다.
신군부는 17일 입장을 바꿔 비상계엄을 제주도까지 포함한 전국으로 확대하며 야권인사들과 3공 세력을 대대적으로 구속했다. 김종필과 김대중이 구속을 당한 것이 이 때이며 김영삼은 가택연금 처분을 받았다. 또한 신군부는 이날 시위가 계속되는 광주에 공수부대를 투입했다. 당시는 계엄상황이라 동원 가능한 대부분의 병력은 전국에 배치된 상태였고, 따라서 추가로 투입할 병력은 공수부대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공수부대와 광주시위대의 충돌은 18일 10시 전남대 정문에서 일어났다. 당시 전남대는 휴교령이 내려진 상황이며 정문에는 8~9명의 공수부대원이 배치되어 학생들의 등교를 막았다. 10시경 학교에 들어가지 못하고 교문 앞에서 연좌시위를 벌이는 학생 수가 200여명에 달했다. 교문 앞을 지키던 8~9명의 공수부대원들은 이들 학생들을 해산을 요구했으나 학생들이 말을 듣지 않자 강제로 해산을 시킨 것이다.
여기서 해산된 학생들은 광주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시민들을 선동하기 시작했다. 선동의 내용은 주로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내용이었다. 경상도 정권이 김대중을 구속시키고 전라도를 탄압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물론 그러한 선동에는 김대중 이외에도 김종필을 비롯한 3공세력 역시 구속이 되었고, 김영삼 역시 가택연금을 당했다는 내용은 쏙 빠져 있었다. 말 그대로 영호남의 지역감정을 악용한 선동행위였다.
이후 시위대의 숫자는 급격히 불어나며 경찰을 압도했다. 오후 3시께에는 시위대가 동명동과 지산동 파출소를 습격해 43명의 경찰을 포로로 잡았으며 경찰은 속수무책으로 밀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오후 4시 30분경 공수부대가 시위진압에 투입됐다. 공수부대의 입장에서는 경찰서를 습격하고 경찰을 인질로 잡는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할 수밖에 없었으며, 따라서 공수부대의 시위진압은 폭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총격사태의 원인, 그리고 5.18이 내게 남긴 고민..
19일 아침부터 광주에 새로운 유언비어가 퍼져나갔다. “공수부대는 경상도 병력이다”, “경상도 정권이 김대중을 죽이고 광주시민을 다 때려잡으려고 한다”라는 등의 한층 지역감정을 더 유발시키는 악의적인 선동이었다. 이에 광주시민들은 대대적으로 집결을 해 시위진압을 하는 공수부대를 밀어붙였다. 결국 공수부대는 시위대에 의해 도청에 고립되고 시위대는 트럭을 돌진시키고 휘발유가 든 드럼통에 불을 붙여 공부부대에게 굴려 넣는 등 타격을 계속했다. 결국 견디다 못한 공수부대는 시위대를 향해 발포를 한다.
공수부대의 발포로 해산된 시위대는 무장의 필요성을 느끼고 예비군 무기고, 경찰서등을 습격해 총기를 습득 무장하여 시민군을 결성한다.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면 평화적인 시위를 하는 시위대가 공수부대와 농담을 하는 도중 돌연 발포명령이 내려진 것으로 나오는데, 이것이야말로 역사왜곡이다. 어쨌든 5.18은 이로 인해 국군과 시민군 사이의 총격사태로 번지며 수많은 인명피해를 낳는 비극으로 번진 것이다.
5.18의 이러한 전개과정을 보면 누군가 일방에 의해 기획된 사태로 보기에는 많은 문제가 남는다. 영호남의 뿌리 깊은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선동이 판을 치고, 그 제한된 정보 속에서 시위대와 공수부대의 충돌이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가속화 되어 민족적 비극으로 번진 사건이기 때문이다. 장담하건데 이러한 사태를 사전에 기획을 할 수 있는 자가 있다면 그는 분명 신일 것이다. 5.18 기획설은 거짓이라는 얘기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전두환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경찰과 군인의 차이는 무엇인가? 경찰은 시민을 상대로 치안을 유지하는 조직이며, 군대는 적을 괴멸시키는 조직이다. 자신의 권력을 위해 군대를 시위에 투입하여 비극을 야기한 행태는 그 어떤 변명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지역감정을 이용해 광주시민들을 기만하고 선동하여 죽음으로 내 몬 좌파들이 과연 정의였을까?
그러한 의문과 함께 김대중에 대한 판단도 다시 할 수 밖에 없다. 도대체 김대중이 5.18 때 한 것이 무엇이었나? 김종필 등 3공세력과 함께 구속된 것이 전부였고, 광주의 좌파들에 의해 지역감정을 유발시키는 도구로 이용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후 김대중은 5.18이라는 비극의 정치적 혜택을 독차지한다. 5.18의 영웅으로 부각되며 깃발만 꼽아도 당선시키는 지역구도를 형성하여 일생의 영화를 누렸던 것이다.
더 황당한 것은 김대중이 죽으면서까지 광주를 배신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영화를 보장해 준 망월동의 영령들을 배신하고 국립현충원에 묻히겠다 했으니 말이다. 5.18로 인해 자신이 얻은 정치적 영화를 떠나 그가 살아생전 말했던 것처럼 5.18이 그토록 숭고했고, 망월동의 영령들이 그토록 위대했다면 도대체 왜 거기에 묻히고자 하지 않았을까? 결국 5.18은 김대중에 의해 또 한 번 유린되었던 것이다.
앞서 이야기를 했지만 나는 여전히 5.18 아침이면 고민을 한다. 과연 5.18의 성격은 무엇인가? 국가전복을 꽤하는 폭도들의 반란인가? 아니면 공산주의 이상향을 만들기 위한 역사의 합법칙적 과정의 일환인가? 그것도 아니면 민주화를 위한 성전이었을까? 내가 일단 내린 결론은 5.18은 역사가 낳은 하나의 비극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부족한 뭔가가 느껴진다. 내 고민은 그래서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박용석/편집부장
입력시간 : 2012년 05월 18일 (금) 15:5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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