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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님들 ‘국민 문화’ MBC를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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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추성춘 전 앵커 "개혁은 하되, 죽이진 말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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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흥수 기자
▲ 추성춘 전 앵커(생활정치아카데미 원장) ©브레이크뉴스
[브레이크뉴스=문흥수 기자] MBC가 라디오 방송만 하던 시절인 1968년, 추성춘 전 앵커(現 생활정치아카데미 원장)는 엠비씨와 첫 연을 맺었다. 이로부터 45년이 흐른 지금 그는 현직에서 물러나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엠비씨에 청춘을 바쳤던 한 사람으로서, 최근 100일 넘게 파업을 지속하고 있는 MBC 사태를 매우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었다.
방송기자로 시작해 한때는 제주MBC 사장까지 역임했던 추 원장은 엠비씨가 쓰러져 가는 것을 모습을 지켜보는 게 너무나도 가슴 아프다고 했다. 특히 회사가 쓰나미에 떠내려가고 있는데도 “누가 옳고 그르니”하며 갑론을박만 하고 있는 노사를 보고 있자니 화까지 난다고 했다.
“엠비씨가 탄생한지 벌써 반세기가 지났습니다. 엠비씨는 정말 이 나라에 방송 문화를 선도적으로 이끌어온 산 증인이라 할 수 있는 방송사에요. 이제는 정말 ‘국민의 문화’로 자리잡았죠. 하지만 오랜 세월동안 힘겹게 쌓은 금자탑이라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입니다. 그 아무리 거대한 업적을 세웠더라도 한번 무너져 내리면 회복은 불가능하죠. 지금 국민의 문화가 위태한 상황에 놓여 있으니 저는 이번 사태를 국민적 사건이라고 봅니다. 국민들이 엠비씨 사태에 대해 관심 가져줘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18일 현재 엠비씨는 파업 110일째를 맞이하고 있다. 파업의 첫 발단은 사측의 무리한 보도 통제였다. 엠비씨 노조는 언론 자유를 위해 이를 반드시 고치겠다는 각오로 김재철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추 원장은 지금 상황을 한 선로 양쪽에서 기차가 맹렬히 달려오고 있는, 그야말로 ‘치킨게임’이라고 표현했다.
“100일이 넘는 장기 파업사태라니, 정말 이게 말이나 되는 상황입니까. 완전히 너 죽고 나 죽자며 분열하고 있는 모습이죠. 그런데 더 불행스러운 것은 이 싸움을 말릴 사람이 이제는 아무도 없다는 것이에요. 정부도 손을 놓고, 엠비씨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마저 손을 놓았습니다. 그리고 국민들은 다른 방송보면 된다고 외면하면서 옆집 불구경 하듯 지켜만 보고 있어요. 말리는 사람도 없고, 양쪽에서 기차는 맹렬히 달려오고, 어느 한쪽도 멈추려는 의지는 없고. 그 사이에서 엠비씨만 무너져 가고 있는 겁니다”
추 원장은 이제는 엠비씨의 생존을 위해선 어떻게든 합의를 봐야만 한다고 했다. 지금의 상황은 노와 사, 어느 쪽 말이 옳고 그르냐, 누구에게 더 잘못이 있는지 하는 문제나 따지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이번 사태가 지금 상황까지 온데 대한 책임은 물론 노사 양측이 나눠가져야 하는 건 맞지만 지금은 양비론을 이야기할 단계는 지났어요. 그리고 아무리 바른 명분을 내세우고 아무리 큰 대의명분이 있다 하더라도 일단 엠비씨가 살아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엠비씨가 죽어버리면 그게 다 무슨 의미가 있고 사장 퇴진 요구가 무슨 의미를 갖겠습니까”
추 원장은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솔로몬의 지혜’와 같은 선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노조 조합원들이 먼저 큰 결단을 내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들이 진정 회사의 주인이라고 느낀다면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했다.
“엠비씨의 주인은 사원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사원들이 먼저 나서야 합니다. 기자나 OB, PD들은 파업현장에서 영웅이 되려하지 말고 취재 현장, 촬영 현장으로 돌아가 자신들의 분야에서 영웅이 되려고 노력해야돼요. 자신들의 분야에서 영웅이 되면 국민들이 먼저나서 엠비씨 노조를 지지하고 응원할 겁니다. 그것이 사장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이죠. 이제는 결론을 내고 그야말로 솔로몬지혜를 발휘해주길 바랍니다. 용기 있는 자, 정의로운 자, 자기를 희생할 수 있는 자. 이 자리에 노조가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추 원장은 노조가 파업을 철회한다 해도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지 못하고 물러나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미 국민들은 엠비씨의 상황을 알고 있고, 김재철 사장 역시 끝까지 퇴진하지 않는다 해도 이미 노조에 의해 리더십에 심대한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발휘할 순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 노조로서도 하나도 얻은 게 없으니 물러나지 못하겠다고 이야기할 정도는 아니죠. 이미 엠비씨 사장은 리더십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자나요. 재일교포출신 공연가 J씨에게 7년간 20억원을 몰아준 것 등 사적 문제까지 모두 폭로됐습니다. 사적 문제는 제가 보기엔 실정법을 어기진 않은 것 같지만 누가 봐도 공정거래 정신에는 위배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죠. 김 사장은 울산, 청주, 서울 MBC 사장을 거치면서 J씨에게 일감을 몰아줬다고 하는데, 그러나 엠비씨라는 공영적 방송 입장이라면 가능한 여러 사람에게 기회를 부여하고, 엠비씨를 통해 새롭고 다양한 인재들이 배출되게끔 기회를 제공해어야 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아티스트라고 해도 한사람에게 10년 가까이 기회를 몰아준 것은 윤리적으로 지적될 수 있는 것이죠”
양손이 맞부딪쳐야 박수소리가 나는 법. 추 원장은 노조측에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노조는 당연히 파업을 할 수 있지만 이렇게 오래 끈 것은 분명 노조의 잘못도 있습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엠비씨의 소유구조 문제라던지, 기본적인 인프라 구축 등에서 온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이것들은 하루아침에 결정된 게 아니죠. 그렇다면 왜 지금껏 조용히 있다 이제야 뿌리뽑겠다며 일어났느냐 하는 겁니다. 하다못해 참여정부 시절, 노조위원장이 바람이라도 탄 듯 사장자리까지 올라간 적이 있습니다. 당시엔 자신들도 깜짝 놀랐죠. 그러나 그 때 뭘 했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노조가 회사 지도부까지 뛰어 올랐다면 사장 임명방식, 엠비씨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구성방식, 이사를 추천하는 방식 등을 그때 개혁적으로 논의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문제의 핵심을 정면 돌파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미봉책으로 덮어놨기 때문에 상처가 곪아 터진 것이죠. 노조 역시 근본적인 문제를 피해갈려고 했기 때문에 분명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50년이나 된 엠비씨가 위기관리능력이 너무나 취약하다는걸 알게 됐고, 후배 사원들은 엠비씨가 고립무원의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는 위기 의식을 다시 한번 명심해야 될 것입니다”
추 원장은 마지막으로 노조 조합원들에게 “개혁은 하되, 엠비씨를 죽이지는 말라(Reform the MBC. But don't kill it)”고 당부했다.
"여러분은 50년 동안 엠비씨와 함께 우리나라와 사회를 건설해온 국민들에게 큰 좌절과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지금의 엠비씨를 만들기 위해 50년간 흘린 선배들의 피와 땀도 생각해주세요. 물론 나는 여러분들에게 존경받는 선배가 아닐지 모릅니다. 저를 비롯한 여러분의 선배들이 잘못한 점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엠비씨라는 성을 쌓기 위해 산비탈을 걸어올라 벽돌 한 장씩 차곡차곡 쌓아 올려왔기 때문에 지금의 엠비씨가 있는 겁니다. 선배들이 무거운 바위를 짊어지고 산을 오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 힘을 썼는지를 알아주세요. 하지만 그렇게 짊어지고 올라간 바위를 산 정상에서 굴리면 바닥까지 떨어지는 건 한순간입니다. 부디 개혁은 하되, 말살하진 말아주세요. 더 이상 파업이 지속되면 엠비씨는 국민들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멀어져 버릴지 모릅니다. 엠비씨를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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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05/18 [10:15] 최종편집: ⓒ 브레이크뉴스
출처 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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