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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데스크] 법안도 안 읽고 합의한 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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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열 정치부 차장
입력 : 2012.04.23 22:27
권대열 정치부 차장
아무리 봐도 여당 지도부는 '몸싸움 방지법(국회법 개정안)' 조문(條文)도 읽어보지 않고 야당과 합의한 게 틀림없다. 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어떤 법도 통과시키기 어렵게 해놓고 이제 와서 "큰일났다"고 하고 있는 그 법 말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17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야당과 합의해 통과시켰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부터 "몸싸움 막자는 취지는 좋지만 이대로는 식물국회가 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법 개정 실무 책임을 맡았던 여당 고위관계자에게 "국회의 관행대로 법사위원장을 야당에서 맡는다면 그의 재가(裁可) 없이는 어떤 법안도 통과되기 힘들 것 같은데, 그런 사실을 알고 대승적으로 양보한 것입니까?"라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법조문이나 제대로 읽어보고 전화하는 건가요? 그렇게 돼도 다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조문이나 좀 읽어보고 취재해요"라는 것이었다.
법안을 아무리 봐도 그런 내용이 없었지만 혹시 어딘가에 숨겨져 있나 보다 생각하며 "죄송하다. 다시 읽어보겠다"고 말하고 끊었다. 그러나 법 전체를 다시 뜯어봐도 그런 부분을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국회 전문위원들도 "법사위원장과 모든 상임위원장을 여당이 차지하지 않는 한, 야당이 반대하는 법을 통과시킬 방법은 없다"고 했다.
다시 전화를 걸어 "아무리 봐도 여당만으로는 법안을 통과시킬 방법이 없는데, 어떤 방법이 있다는 건지 가르쳐 달라"고 했다. 그 고위관계자는 "다 방법이 준비돼 있다는데 왜 자꾸 그러느냐. 일부러 여야 합의를 깨뜨리려는 것이냐"면서 언성을 높이고, "내 입으로는 말 못하니 막판 협상을 한 ○○○ 의원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하지만 그 의원은 오히려 "저는 그런 조항 잘 모르겠는데…. 그분께 물어보라"고 했다. 이쯤 되자 그 고위관계자는 "나도 막판에 못 챙겨봐서…. 되는 방법이 다 있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여전히 "법안을 잘 보면 어디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고위관계자만이 아니다. 새누리당의 중요직에 있는 의원도, 당 주류인 친박계의 관계자도 "나는 잘 모른다" "그게 그렇게 되는 거냐"는 답변뿐이었다. 그래도 '설마 누군가는 알고 한 일이겠지' '어딘가는 조치가 돼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나라의 법을 만들고, 정권을 책임지겠다는 사람들이니 그 정도 책임감은 있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난 지금 여당에선 "도대체 누가 이런 법안을 통과시켰느냐"며 자기들끼리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런 문제점을 알았지만 앞으로는 야당을 존중하려고 우리가 기득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했으면 차라리 체면이나 세울 텐데, 그것도 아니고 "몰랐으니 다시 하자"는 것이다. 여당으로선 24일 본회의에서 이 법안이 통과돼도 문제고, 통과를 저지하더라도 망신살이 뻗치게 됐다.
새누리당 실무당직자들은 "당권(黨權)도 잡고 의회 과반수도 얻고 나자 당 대표, 국회의장, 상임위원장 등 '자리' 욕심을 내느라 정작 해야 할 것은 안 챙겨서 벌어진 일 같다"고 말했다. 결국 법조문도 안 읽고 덜컥 합의해 놓고 "법조문 좀 읽어보라"고 큰소리치는 사람들이 저지른 일이라는 것이다.
출처;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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