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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석 칼럼] 새누리당은 '민주당 거울'에 얼굴 비춰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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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근·김용민의 적개심, 無黨派 떨게 해 등 돌리게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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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4.13 22:43
새누리당 주변 박근혜 讚歌, 자만심이란 여당 전매특허의 흔적
강천석 주필 새누리당이 비상대책위원회를 해체한다고 한다. 다음 달 안에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뽑아 당 운영을 평시(平時)체제로 되돌릴 모양이다. 뒤이어 한명숙 대표가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민주당에 비상대책위원회가 들어설 거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비상대책위라는 배턴을 주고받으며 이어달리기를 하는 것이다. '정치 무상(無常)'이라지만 이거야말로 '정당(政黨) 무상'이다.
'선거 공학(工學)'·'정치 공학'을 전문으로 하는 정치 컨설턴트들이 풀어놓는 새누리당 승인(勝因)과 민주당 패인(敗因)에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 적지않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걱정스러워진다. 정치 컨설턴트들이 동(東)에 번쩍 서(西)에 번쩍 하는 나라의 정치가 제대로 굴러가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정치의 본질'보다 '정치의 테크닉'을 앞세운 정치 컨설턴트의 세상이 열리면서 미국 정치는 나라의 위기 앞에서 민주·공화당이 거당일치(擧黨一致)로 단결하던 옛 미덕을 잃고 두 당이 하루 24시간 1년 365일을 치고받는 진흙탕 정치로 바뀌고 말았다. 미국 경제 위기의 근원도 거슬러 올라가면 이런 분열의 정치와 닿아 있다.
총선 승패의 윤곽이 대충 드러나기 시작하던 11일 자정 무렵 상당수 국민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위원장의 열성 지지자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이 당(黨)을 찍을까 저 후보를 뽑을까 하고 투표 날 아침까지 망설이던 사람들 심정이 그랬다. 무당파(無黨派)로 분류되는 사람들이다. 우리 유권자의 30% 안팎이 무당파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민주당 패배를 지켜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만들었을까. 그것은 민주당과 진보당이 들었다 놓았다 할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다. '우리가 당한 만큼 되갚겠다'던 문성근 최고위원의 발언에서 '탱크로 뭉개버리겠다'는 김용민 후보의 막말로 흘러온 벌거벗은 적개심(敵愾心)은 그들의 정치적 표적(標的)보다 무당파 사람들을 더 떨게 만들었다. 민주당과 친노(親盧)세력의 통합, 민주당과 진보당 연대로 야권의 기세가 등등해질수록 이 두려움은 현실로 다가섰다.
민주당은 왜 핸들을 꺾고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을까. 나라의 판을 바꾸겠다면서 왜 노무현 시대의 인물을 그대로 불러들여 유권자 앞에 들이밀었을까. 이번 총선은 대선과 대선 사이에 낀 중간 평가 성격의 보통 총선이 아니다. 여덟달 후의 대선과 직결되는 대선 전초전(前哨戰)이다. 그런데도 선거 공학에 도(道)가 튼 전문가들이 모인 민주당이 왜 자기네 전공과목인 복지·노동·양극화에 대한 제대로 된 처방전(處方箋) 하나 없이 과거 심판론만을 들고 무모하게 돌격했을까.
자만심(自慢心) 탓이다. 민주당의 기존 지지층에다 진보당 지지율 5%를 얹으면 필승(必勝)이라는 '자만의 방정식'이 민주당을 눈뜬장님으로 만들어버렸다. 그게 아니라면 이루수(二壘手) 앞 평범한 땅볼을 가랑이 사이로 빠뜨려 상대에게 승리를 선물한 민주당 플레이는 관중을 속이는 교묘한 고의(故意) 실책인 셈이다. 총선에서 공연히 다수당이 돼 진보당에 끌려 다니며 FTA 폐기·제주 해군 기지 건설 백지화로 세상을 흉흉하게 만들었다간 대선만 망칠 테니 이 정도의 아쉬운 패배가 낫다고 판단했다는 말이다. 아무리 봐도 이건 민주당에 대한 지나친 과대평가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저지른 온갖 실책에 비하면 127석 확보도 놀라운 성적이다. 새누리당이 그 절반의 실책만 범(犯)했어도 새누리당 의석은 폭삭했을 것이다. 좌(左)와 우(右), 범여(汎與)와 범야(汎野)의 득표율은 48% 대 48%였다. 득표 수에선 민주·진보 연대가 새누리당을 12만표나 앞섰다. 새누리당의 이번 총선은 박근혜 위원장의 독무대나 한가지였다. 민주당은 대선후보라는 주연(主演)이 빠진 맥 풀린 공연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 상황에서 두 당이 받아쥔 총선 성적표는 우리 사회 바닥에 깔린 불안과 불만과 좌절의 두께를 짐작하게 한다. 몇달 후면 안철수 교수가 됐든 문재인·손학규 고문이 됐든 야당의 주연 배우로 대선 무대에 오를 것이다. 안철수·문재인은 낮아진 부산·경남의 새누리당 득표율을 더 낮출 것이고, 손학규는 수도권에서 야권 연대의 지지도를 얼마라도 더 끌어올릴 것이다. 이번 총선은 새누리당이 발뒤꿈치가 닳을 만큼 바쁘게 달려 야권(野圈) 연대와 같은 출발선에 서게 됐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새누리당의 대선 준비는 '적개심'과 '자만심'으로 패배의 낭떠러지를 향해 제 발로 걸어 들어간 '민주당 거울'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는 일로 시작해야 한다. 적개심은 야당의 전통 있는 상표라지만 자만심은 원래 여당의 전매특허(專賣特許)였다. '박근혜의'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를 위한' 총선이었다는 '박근혜 찬가(讚歌)'가 간간이 새누리당 주변에서 들려오고 있다. 자만심이란 여권의 전매특허가 새누리당의 혈관(血管)에 면면히 흐르고 있다는 신호다.
출처;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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