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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위기는 자유주의 위기…보수 진영의 첫 번째 임무는 젊은 자유주의 우파 키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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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아이콘 전원책 자유기업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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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與野 없이 좌클릭 경쟁
보편적 복지로 '일하지 말자' 만연
6·15 공동선언·세종시·무상복지
3가지 반대해야 진정한 보수 우파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전원책 자유기업원장(57)은 정치의 해를 맞아 더 바빠졌다. 지난해 정치권이 일제히 ‘좌 클릭’을 하자 보수·자유정신을 지켜내기 위해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다시피 했다. ‘보수의 아이콘’으로 각종 방송토론에서 우파 대표 패널 역할을 하고 지난해 출범한 ‘자유회의’ 상임 의장직도 수행해야 했다. 변호사 일도 완전히 접을 순 없었다.
그는 작년 말 자유기업원장을 제의받았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된 데 이어 정치권에서 러브콜이 끊이지 않을 때다. 3개월여 밤잠을 설치며 고심했다. ‘보수 우파의 위기’를 돌파하는 데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을 반복했다. 해답은 엉뚱하게 좌파 진영에서 제시했다.
한 모임에서 만난 진보 인사가 던진 “보수 우파들은 왜 후배를 키우지 않느냐”는 한마디가 오랜 고민에 종지부를 찍어줬다. 전 원장은 “보수를 사랑하는 후학들을 양성하지 않은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지난달 말 자유기업원장에 취임했다. 자유기업원은 시장경제와 자유주의 연구를 위해 설립됐다. 1996년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자유기업센터로 출범한 뒤 이듬해 전경련 출연기금을 바탕으로 독립법인으로 전환했다.
▶자유기업원장까지 맡아 더 바빠지셨죠.
“24시간 근무체제입니다. 일과 때는 물론이고 밤 12시부터 새벽 1시 반까지 집 주변을 산책할 때도 자유기업원 생각을 가장 많이 합니다. 밤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자유기업원장으로 이 일을 해야 한다’고 메모를 합니다.”
▶출마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는데요.
“지난해 자유주의 정신을 확산시키기 위해 ‘자유회의’라는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범 자유주의 모임을 만들기 위해서죠. 이 때문에 그런 오해를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작년 12월 상임의장으로 자유회의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고 선언했습니다. 후학 양성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많이 초조하셨나 봅니다.
“이는 약해지고 눈도 침침해지는 나이가 됐습니다. 기억력도 예전같지 않고요. 반가운 건 요즘 목욕탕에 가보면 저를 알아보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좌파 쪽 생각 말고 우파 견해도 듣고 싶어하는 청년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더 늦기 전에 청년들과 더 많이 부딪쳐 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유기업원장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은가요.
“자유주의에 대한 건전한 상식을 가진 청년층을 많이 키우고 싶어요. 젊은 자유주의 우파그룹을 만들 수 있는 연대 고리라도 만들 겁니다. 이런 작업을 통해서 자유기업원을 자유주의의 전진기지로 만들고 싶고요. 장기적으로는 미국 헤리티지재단처럼 기부로 꾸려갈 수 있도록 작은 씨앗이라도 뿌리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죠.
“이름부터 ‘자유문화원’으로 바꿀 생각입니다. 자유기업원 이름 때문에 기업만 옹호하는 것처럼 비쳐지는데 젊은 세대들이 자유주의를 제대로 알게 하고 싶습니다. 자유주의를 알릴 수 있는 매체와 원로석학들의 ‘릴레이 현인 강좌’를 만들 겁니다. 자유주의에 관한 사유의 폭을 넓혀 주기 위해서죠. 이렇게 자유주의 운동이 확산되면 기업 활동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정치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모두 포퓰리즘으로 가 있습니다. 전부 다 좌 클릭한 거죠. 한나라당까지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꾸고 빨간색 옷을 입고 있잖아요. 경제민주화만 얘기하는데 우리 헌법 119조1항에 규정된 대로 자유시장경제 틀 내에서 생각해야죠. 그런데 진보 좌파 진영은 헌법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폭력과 광장에만 의존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민주화만 외치고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 눈 감고 있는 것도 큰 문제죠.”
▶좌파와 우파를 가르는 기준은 뭔가요.
“보수 우파 기준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2000년 고(故) 김대중 대통령 때 나온 6·15 남북공동선언을 반대하느냐 입니다. 낮은 연방제를 지지하는 이 선언은 북의 체제를 인정하는 겁니다. 둘째는 세종시에 관해 반대하느냐는 겁니다. 아예 수도를 옮기는 건 모르겠지만 경제 부처만 옮긴다는 건 말도 안됩니다. 셋째가 무상복지에 반대해야 한다는 거죠. 박근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은 여기에 하나도 들어 맞는 게 없으니 비판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표적인 게 박 위원장의 ‘맞춤형 복지’겠네요.
“그렇습니다. 무상급식하고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게 가능한가요. 영국 노동당보다 더 왼쪽에 가 있습니다. 이미 영국도 무상의료 정책을 폈다가 원위치하고 있는데 우리랑 완전히 처지가 다른 스웨덴 같은 북유럽 국가들처럼 가자고 합니다. 이 나라들은 인구가 1000만명이 안되고 종교가 같아 사회 통합도 잘 되는 곳이라 우리가 따라할 수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고 빈곤층을 지원해주는 선별적 복지를 해야 합니다. 아이들 상처 준다고 일부 계층에 대해서만 무상급식 못한다고 하는데요. 이미 외국에선 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는 기초생활 수급자들의 자활 의지를 북돋워 줘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기초 생활수급자들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기 위해 일부러 일을 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수급자가 되기 위해 자식에게 ‘일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죠. 그게 2012년 대한민국 보편적 복지의 현실입니다.”
▶하루빨리 정치를 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우선 정치인은 세상 공부가 많이 돼 있어야 합니다. 중앙 정치권에 들어와 공부를 하겠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런 면에서 안철수 교수도 문제가 있습니다. 이번에 청년 정치인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들도 중앙 정치권보다 풀뿌리 민주주의부터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용인술과 정의감, 결단력이 있어야 좋은 정치인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전 귀가 너무 얇습니다. 사람을 보는 안목이 없어 틀려 먹었습니다.”
▶그럼 가장 근접한 정치인은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아쉽게도 현실 정치인 중에는 없습니다. 그래도 희망적입니다. 예전엔 보수 진영 사람들끼리 약속을 잡으면 ‘왜 모이냐’고 했는데 요즘엔 ‘언제 어디서 볼까’라고 합니다. ‘보수우파의 위기’ 속에서 신새벽이 멀지 않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아 보수가 뭉칠 수 있는 분위기는 충분히 무르익었습니다. 새로운 보수 스타가 탄생할 때가 멀지 않았습니다. 저도 킹 메이커가 되는 데 미력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전원책 원장은 누구
"본업은 시인…생업은 변호사…부업은 방송인"
 1977년 경희대 법대 재학 시절 ‘백만원고료 한국문학신인상’을 받아 시인으로 등단했다. 1980년 군 법무관이 된 뒤 한동안 창작 활동을 접었다. 군 생활 말년인 199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재등단했고 이듬해 첫 시집 ‘슬픔에 관한 견해’를 냈다.
군 법무관 복무를 마친 1991년 9월 서울 서초동에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시인으로서 ‘글발’과 변호사로서 ‘말발’을 날리며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등 여러 단체의 자문 위원을 했다.
모교인 경희대에서 겸임 교수를 맡을 무렵인 1995년부터 본격적인 방송인의 길을 걸었다. 각종 토론 프로그램의 단골 패널로 출연하며 우파 논객으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때도 이 무렵이다. ‘개념 보수’ ‘보수 아이콘’ 등의 별명을 얻었고 ‘전거성(全巨星)’으로까지 불리고 있다.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의 정무 특보로 일하며 선진당 대변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례대표 선정 등 정치 노선에 대한 이견으로 나흘 만에 그만뒀다. 전 원장은 “본업은 시인, 생업은 변호사, 부업은 방송인”이라며 “언젠가는 시인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출처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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