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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ㆍ민통당, 공천취소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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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이영조-박상일-석호익으로 민통당,임종석-이화영-전혜숙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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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일 webmaster@newstalk.kr
' 공천이 당의 얼굴이라면 곰보, 추녀 밖에 없으니'
▲ 새누리당 로고ⓒ뉴스톡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가 15일 밤 회동을 갖고 석호익 KT 전 부회장에 대해 공천을 취소하라고 공천심사위원회에 공식 요청했다. 이에 따라 석 후보는 이영조·박상일 후보에 이어 세 번째로 공천을 취소당하게 되는 불명예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경주 등 몇 군데의 공천 결과도 백지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일부 공천자들의 도덕성 문제에 따른 '부실공천' 논란에 대해 "후보가 됐다 해도 경선과정 등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럴 때는 후보자격을 박탈하겠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성희롱' 발언 문제로 재심을 받고 있는 석호익 후보 등 공천자들의 부실검증 논란에 대해 "(19대 총선 공천은) 도덕성을 굉장히 중요시하기 때문에 거기에 문제가 생기면 약속드린 대로 공천위에서 (후속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원칙론을 강조하면서, 공천은 물론 신중하게 잘 해야 하지만 미처 못 본 것이 생길수도 있다는 취지의 변명을 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의 그런 미사여구를 앞세운 미봉책으로는 지금 새누리당이 처한 잘못된 공천의 역풍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박 위원장 말대로 강남 갑·을 공천은 도덕성이나 비리의 문제와는 무관하며 공천 과정에서 제대로 따져보지 못한 탓에 논란의 소지가 생긴 사안이므로 후속 절차를 밟아 취소하면 될 것이다.
강남을 이영조 후보의 제주 4·3 사건과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영어논문 표기 자체엔 큰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번역의 문제로 논란이 일고 그로 인해 새누리당 전체가 궁지로 몰릴 수 있음을 알고 공천을 취소한 것은 그런 점에서 용기 있는 결단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한 번 정해졌으니 그대로 끌고 가겠다는 것보다는 그래도 괜찮아 보인다는 얘기다.
하지만 강남 갑 박상일 후보가 저서에 쓴 독립군을 테러집단이라고 표현한 것은 처음부터 문제를 일으킬 충분한 소지가 있었으며, 이를 미리 파악하여 차단하지 못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렇잖아도 한나라당 때부터 친일정당이니 뭐니 하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는데 독립군을 테러집단으로 묘사한 후보를 공천했으니 친일정당이 맞지 않느냐고 비아냥거리면 답이 없질 않은가 이 말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경북 고령ㆍ성주ㆍ칠곡의 석 후보 공천사실이다. 석 후보와 관련해 논란이 일자 정홍원 공천심사위원장이 “사람을 전체적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옹호성 발언을 했다는 사실과 공천위원인 권영세 사무총장이 "강용석 의원 발언보다 수위가 낮지 않느냐"고 언급한 사실은 한나라당이 현실 파악 능력에 심각한 오류가 있음을 보여준다 하겠다.
석 후보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2007년 5월, 21세기 경영인클럽 조찬강연에서 여성인력의 중요성을 거론하다가 “여성이 남성보다 더 진화했다. 여성이 ‘○○’ 하나가 더 있지 않느냐”고 발언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그 ‘○○’은 ‘구멍’이었다고 한다. 여성비하를 넘어 전형적인 성희롱 발언이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을 ‘성나라당’으로 바꿔놓고 떠난 최연희, 강용석 의원에 필적할 만한, 새누리당을 ‘성누리당’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대단한 발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석 후보를 공천만 하지 않았다면 성누리당이 될 필요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공천위원장과 공천위원이 그런 발언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공천이 이뤄진 사실을 볼 때 성나라당이 되어 수모를 당한 주제를 너무 모르고 있거나 아예 까먹어 버릴 정도로 중증 치매에 걸려 있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들게 한다. 몰랐다는 점이 참으로 심각한 현실인식 부조화 상태를 알 수 있게 해준다. 더욱이 권 사무총장 발언을 보건대 문제를 알고도 공천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박근혜 위원장이 "자세히는 모릅니다만 문제를 알고 했다면 그것도 문제겠다"고 마치 제3자처럼 지적한 것은 지금 새누리당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조차 의심스럽게 만든다.
역사인식과 성희롱에 대한 인식결여가 아니라면 강남 갑․을과 경북지역이 누굴 내세워도 쉽게 이길 수 있는 지역이라는 방심에서 비롯된 무사안일주의 탓일 텐데, 이들 지역과 같이 새누리당의 경쟁력을 대표하는 곳에서조차 모든 면에서 완벽한 인물을 내지 못하는 것이 새누리당이 처한 인물난 탓은 아닌지, 그렇다면 이번 총선은 솔직히 말해서 전혀 가망이 없다는 얘긴데 걱정이 되긴 하는지도 의문스럽다.
▲ 민주통합당 로고ⓒ뉴스톡
새누리당으로서는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민주당 역시 공천철회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임종석 사무총장을 서울 성동을에 가장 먼저 공천했다가 역풍이 불자 주저앉힌데 이어 비리 의혹으로 기소된 이화영(강원 동해-삼척) 전 의원과 지역향우회 간부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전혜숙(서울 광진갑) 의원에 대한 공천도 철회했다. 새누리당도 문제지만 민주당도 더 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은 상태라는 얘기다.
특히 민주당이 공천혁명이라고 자랑했던 모바일 경선은 조직동원 폐해 등 숱한 문제를 드러내면서 도리어 야권통합 이후의 상승세를 꺾는 악재로 전락한 상태다. 새누리당이 역사의식 부족과 여성 문제에 대한 개념 부족 문제를 드러냈다면 민주당은 새누리당을 그렇게 폄하하던 돈봉투 사건을 스스로 재현하는 놀라운 부도덕성을 보여주었고 그 돈봉투를 아무 생각없이 주고받은 받은 이들이 후보 등록도 하기 전에 줄줄이 낙마(落馬)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지금도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총선 공천 철회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앞 다퉈 공천 쇄신과 혁명을 외치던 두 당이 벌이고 있는 빨리 망가지기 경쟁은 지도부 친소 관계를 기준으로 나눠먹기식 공천을 한 결과 도덕적 흠결이나 비리 의혹을 무시한 후유증, 검증 소홀과 안일함이 초래한 역효과라는 생각이 든다. 역대 어느 선거 때보다도 개혁적이고 혁명적인 공천을 하겠다고 한 양당의 약속은 이제 공염불이 되어 버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미 비등하고 있다.
당초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강조했던 새누리당은 그 눈높이를 특정 진영의 눈높이에 맞추고 있었음이 드러났다. 민주당은 처음부터 원칙과 기준이 흔들렸다. 새누리당을 비판할 때와 자신에 들이대는 잣대가 달랐기 때문에 비리 전력 등을 가진 후보도 투쟁력으로 미화될 수 있었다. 나꼼수의 정봉주 지역구를 김용민이 이어받는 등의 웃지 못 할 사태 역시 그 한 예라 할 것이다. 공천이 정당의 얼굴이라면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곰보다. 다른 미니 정당 또한 예외는 아니다.
아무리 선거가 좋은 후보를 고르는 게 아니라 덜 나쁜 후보를 고르는 것이라지만 이건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되면 기권하는 것도 심각한 의사표현이라는 말이 더 적절한 선거구호가 될지 모를 일이다.
최용일/ 금융감독원 인재개발원 교수
출처;뉴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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