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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자이니까~~”, “왜 나만 갖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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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용일
야권 지도자들의 FTA에 대한 소회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최근 야권에서 당론화하겠다는 한미FTA 폐기를 둘러싼 논란이 ‘성차별논란’으로 비화되면서 또 다른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명숙 대표에게 왜 FTA 찬성에서 반대로, 그것도 결사반대로 돌아섰느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나는 여자이니까~~”라고 답할 것이다. “왜 한 입 가지고 두 말 하냐고?”, “여자라서 그랬다, 왜.” 이쯤 되면 할 말이 없다. 여자라서 그랬다는 데 인정…
그렇게 한명숙을 제외하고 나니 문제는 김진표, 손학규, 정동영, 유시민, 천정배 등 독수리 5인방인데, 이들은 여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여장 코스프레를 할 만한 액면 상태도 아닌지라 고충이 많을 것 같다.
그저 “왜 나만 갖고 그래!” 정도의 볼 멘 소리나 하든가, “이거 순서가 틀렸잖아!”라며 자신들 이름을 써 놓은 순서나 따지고 있을 위인이다. 어떤 위인은 ‘그 문제 많은 순서에 왜 나 먼저 썼느냐’고 따질 것이고, 또 다른 위인은 ‘왜 서열상 내가 뒤냐’고 따질 것이다. 또 누군가는 '나도 여자였음 좋겠다'고 유일한 여성 대표를 부러워 할 지도 모른다.
이상은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정치인들의 말 바꾸기' 동영상을 보면서 잠시 생각해본 나만의 소회였다. 최근 “한미FTA야말로 주권을 재벌에게 넘겨주는 것”(천정배), “(김종훈 통삽교섭본부장은) 미국과 한통속이다. 옷만 입은 이완용인지 모르겠다”(정동영), “총선 이기면 한미FTA 반드시 폐기한다”(한명숙), “FTA, 오히려 한·미동맹 훼손…폐기해야”(손학규) 등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 야권 정치인들이 과연 소신 같은 거는 갖고 있을까 지지여부를 떠나서 궁금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소신과 철학은 정치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소신과 철학이 없다면 정동영이 말한 대로 21세기형 이완용이다. 정동영의 역사의식이 제대로 됐다는 가정 하에서 말한 것이다. 야권 지도부의 소신과 철학이 무엇이고, 역사의식이 어떤 것인지 알아야 하는 것은 국민적 의무이자 권리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한미FTA에 대한 그들의 발언을 추적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지난 해 10월경 유튜브에 올라온 야권 지도부의 FTA관련 동영상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말바꾸기 5인방’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에는 손학규 고문, 정동영 고문,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 천정배 의원, 유시민 통합진보당 대표 등이 출연하는데, 손 고문은 “한미 FTA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국가생존전략”(2006년 12월27일), “FTA에 대한 입장은 변화 없을 것”(2007년 3월26일), “한미 FTA를 비준하지 못한 것에 대해 어떤 책임있는 자세를 취했는지 반성”(2008년 5월26일) 등 한미 FTA를 찬성하는 발언을 했다. 정 고문도 “수세적으로 임할 게 아니라 공격적으로 개방의 파고를 넘어야 한다”(2007년 10월30일), “한국으로선 향후 5년간 미국 및 일본과의 FTA를 완료하는 것이 필수적”(2007년 7월11일)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한미 FTA가 당초 일정대로 추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2007년 3월13일), “‘높은 수준의 포괄적 FTA 타결’이라는 체결목적을 충분히 달성”(2007년 7월29일)이라고 말했다. 천 의원은 “FTA는 우리나라가 세계 속에서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시험대”, “(FTA)반대 폭력시위에 대해선 엄중히 법적 책임을 묻겠다”(2006년 7월7일)고 했고, 유 대표는 “한미 FTA는 체결했으면 한다”(2007년 3월26일), “한미 FTA에 반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국회는 이번 회기 내에 처리하는 게 맞다”(2007년 9월3일)이라고 밝혔다.
이 동영상은 최근 이들이 한미 FTA에 대해 반대입장을 취하는 것을 지적, “왜?”라고 물은 뒤 “그들은 말이 없었다”라고 꼬집는다. ‘한미 FTA 미쿡이 웃겠다 6년간 말 바꾸며 살아온 달인들’이란 제목의 또 다른 동영상에는 앞의 동영상에 나왔던 손학규, 정동영, 유시민 외에 한명숙 민주당 대표가 등장하는데, 이들이 노무현 정부 당시 한미 FTA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던 장면과 최근 ‘FTA 폐기’를 주장하는 동영상을 교차 편집하는 등 앞의 동영상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돼 있는 게 특징이다.
이 동영상은 정 고문이 2011년 10월20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에서 “(한미 FTA는) 2007년 4월에 타결됐다. 참여정부가 맞다. 그 때에 대해서 나는 개인적으로 잘 몰랐다”라고 발언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정고문은 한미 FTA 협상 타결을 이틀 앞둔 2007년 3월 31일, 국회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이것을 적극적인 도전 기회로 삼아야 된다”고 말했고, 한미 FTA 체결 다음날인 4월3일엔 “한미 FTA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대통령 후보 시절이던 같은 해 11월 6일에는 “공격적으로, 도전적으로 개방의 파도를 넘자”는 말도 했다.
손 전 대표도 한미 FTA 체결 당시 “비준이 완결되길 기대한다”(2007년 4월2일) “한미 FTA를 계기로 해서 국론 통합에 나서야 할 것”(2007년 4월3일)이라고 했고, 같은 해 8월20일엔 한 간담회에서 “이제 우리 사회 지도층이 이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최근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FTA를 폐기시키겠다’는 서한까지 전달한 한 대표는 노무현 정부 총리 시절인 2007년 1월30일 ‘한미 FTA 민간대책위원회’에서 “한미 FTA는 반드시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 대표는 2006년 12월27일 대학생 아카데미 강연에서 “통상 국가로 성공하려면 아예 세계 자본주의의 본토로 진출해보자. 이게 한미 FTA”라고 밝혔다.
이들의 FTA 찬성 발언을 보여준 데 이어 “뻥이요”라는 노랫말과 함께 2011년 5월31일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손 고문이 “한미 FTA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 것과 정 고문이 지난해 10월13일 국회 외통위 회의에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에게 “미국의 파견관들인지, 옷만 입은 이완용인지 알 수가 없다”고 발언하는 내용을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개그맨 최효종이 ‘개그콘서트’의 <애정남> 코너에서 하는 “우리 대한민국이 왜 아름다운지 아십니까. 바로 우리들만의 보이지 않는 약속을 정해놓고 지키기 때문입니다”라는 멘트를 들려주며 끝난다.
동영상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한 대표가 취임 한 달을 맞아 15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미 FTA에 대해 "MB정부의 한미 FTA는 굴욕적 외교협상으로 만들어졌고 국회에서 날치기로 통과됐다. 총선에서 승리하면 잘못된 한미 FTA에 대해 재재협상과 전면 재검토를 하고, 만약 무산된다면 폐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 역시 앞으로 말 바꾸기 동영상에서 크게 써먹힐 소재가 될 것이 뻔하다.
대한민국의 자칭 진보진영은 그렇게 자기 몸을 던져 국민에게 웃음을 주고 있다. 그들에게서 비록 진보라는 이름에 걸 맞는 진보적인 사고나 전향적인 자세를 찾아볼 수 없지만 그렇게 자신의 소신과 철학을 버려 국민에게 만족을 주는 ‘국민만족 정치’가 그들만의 역사의식인 셈이다. 진보가 진보적이지 못하고 전향적이지 않다면 그건 진보가 아니라 진보를 가장한 코스프레일 뿐이다. “나는 여자이니까~~”라든가 “왜 나만 갖고 그래”라는 자막이 꼭 동반되는 동영상을 한 편 만들어도 좋을 것이다.
출처;엔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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