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터넷타임즈
> 뉴스
|
|
|
‘옳게 지는 길’을 가는 후보 선택하자
|
경제-안보 절박한 시대 현명한 판단이...
|
“배고프다고 칭얼대는 어린 것들을 물리치고 씨오쟁이를 베개 삼고 누워 천장도 없어서 그대로 드러난 서까래들을 올려다보는 가장(家長)의 형형한 눈빛보다 더 강인한 것이 있었을까? 그는 잘 알았다. 당장의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씨곡을 먹는 것은 삶을 포기하는 것임을... 오쟁이에 씨곡이 들어있는 한, 아직 먼 봄은 또렷한 희망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복거일의 사회평론집 ‘보수는 무엇을 보수하는가’ 중에서)
씨오쟁이는 ‘씨앗을 담아두는, 짚으로 만든 바구니’다. ‘씨오쟁이는 베고 죽어라’는 속담이 있듯이 그것은 우리 조상들에게 생존을 위한 최후의 담보였다. 논객 복거일이 딱딱한 사회평론집에서 지극히 감성적인 수사(修辭)를 한 토막 동원한 의도는 무엇인가. 우리의 헌법 정신인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야말로 어떤 경우에도 반드시 지켜야 할 씨오쟁이 속 씨곡과 같은 가치임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4∙.11총선을 앞두고 지금 여야 따로 없이 정치권에서 남발되고 있는 ‘무상복지’ 정책들은, 극단적으로 비유하면 재정이라는 ‘나라 집’(국가)의 씨오쟁이 속 씨곡까지 퍼내어 나누어 먹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복거일의 표현으로 선명하게 그려지는 조상들의 처절한 ‘생존전략’이 여야 모두 무상복지 공약을 통해 드러내고 있는 포퓰리즘 총선전략의 기만성에 대한 경고로도 읽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정치권이 벌이는 그런 무상복지 경쟁을 보도로 접하노라면 4.11총선의 성격과 구도가 그려진다. 다름 아니라 4.11총선의 경우 여야의 대결이 아니라 유권자로서의 국민이 기존의, 기성의 정치권과 벌이는 싸움의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말하자면 기만적 공약을 통한 정치권의 ‘국민 속이기’와 국민이 정치공약에 ‘속지 않기’게임이라고나 할까. 대책 없는 무상복지로 국민을 현혹시키려는 정치권과 거기에 넘어가지 않겠다는 국민과의 대결이 될 것이고 또 그래야 한다는 뜻이다.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꾼 집권 여당이나 앞서 민주통합당으로 재창당한 제1야당이나 할 것 없이 언론을 통해 국민 앞에 내놓는 공약 가운데는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의 이념과 체제의 정통-정체성을 도외시한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그 공약들은 표몰이용으로서는 달콤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그 공약들을 모두 실현하려면 나라살림이 파탄지경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은 새삼 강조하는 것조차 부질없을 정도의 상식이다. 더구나 복지가 국민 개개인의 기본적인 생존권 보장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공짜 시리즈’라면 그것은 결국 사회주의 체제로 가자는 신호 아니겠는가.
‘못 살겠다 갈아보자’가 선거구호였던 시대가 있었다. 1956년 대통령-부통령 선거 때 신익희와 장면을 각각 정-부통령 후보로 내세운 야당 민주당의 선거구호였다. 국민 개개인의 이성에 판단을 맡기는 정책으로서가 아니라 대중의 집단적 감정에 호소하는 구호로서 지지를 모았던 시대의 얘기다. 선거구호가 기본적으로 선동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해도, 그런 구호가 먹혀들 수 있었던 건 어쨌든 특정 정치세력과 특정정치인에 대한 깊은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떤가. 시민들의 시정 대화를 잠시만 들어보아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건 정치권에 대한 철저한 불신이다. 이제 정치는 첫 번째의 야유 대상 직종이고 대통령까지를 포함한 정치인은 한결같이 경멸의 표적일 뿐이다. 그런데도 많은 유권자가 선거철만 되면 정당 차원은 물론 후보마다의 현란한 공약에 쉽게 속아 넘어간다. 민주화-산업화 과정에서 지겹도록 정치적 격랑을 겪었는데도 아직도 헛공약-정치꾼에게 현혹되는 유권자의 전반적 판단 오류가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복거일은 평론집에서 ‘옳게 지는 길’을 가겠다는 각오야말로 보수(진영)에게는 최종적인 승리의 길이라고 주장한다. 정강(政綱)에서 보수(保守)라는 이념지표를 지울까 말까하며 ‘정치적 고민’ 을 했던 집권여당에게 보내는 보수논객의 진솔한 충고로도 들린다. 사이비 진보를 추종하는 정책공약으로는 대한민국의 정통-정체성을 지키겠다는 정당으로서의 존립근거마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선택은 국민의 권한이다. ‘옳은 패배’를 각오하며 ‘옳은 공약’을 내놓고 그 실천을 위한 의지와 역량이 있는 정당이나 정파가 어느 쪽이고 그런 후보가 누구인가를 이번 총선을 통해 반드시 옳게 가려내야 한다. 무엇보다도 개별공약들이 우리 헌법이 규정하는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수호하는데 옳은가 그른가를 치열하게 검증하는 일이 긴요하다. 지금은 유권자가 정치권의 속임수 공약에 절대로 속지 않아야 경제로서 뿐만 아니라 안보로서도 나라가 살 수 있는, 그런 절박한 시대다.
조규석 논설위원
출처;뉴스파인더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