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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그 어린애..." 김정남의 통렬한 일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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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부패 시스템 소련 붕괴 직전 연상시켜 북한의 철권 통제에도 한계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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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효식 newstalk@newstalk.kr
▲ 김정남의 페이스북 사진 ⓒ뉴스톡
“그 어린애(김정은)의 표정에는 북한처럼 복잡한 나라의 후계자가 된 인간의 사명감과 진중함, 앞으로 국가비전을 고민하는 표정 등을 전혀 읽을 수 없다”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이 도쿄신문 편집위원인 ‘고미 요지(五味洋治)’와 주고 받은 e메일 내용이다. 김정남과 주고받은 e메일 150여 통을 최근 책으로 낸 ‘고미 요지’는 내일(10일), 발매되는 일본 시사월간지 ‘문예춘추’ 3월호에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나머지 e메일 내용도 전격 공개할 예정이다.
동아일보가 사전입수한 ‘문예춘추’ 3월호에 실린 원고내용에 따르면 김정남은 “북한에서 돈 버는 사람이 생존하기 위해 고위층에 상납하지 않을 수 없는 뇌물 금액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 이처럼 부패한 시스템은 반드시 붕괴한다. 소련이 붕괴하기 직전을 연상시킨다”고 북한의 긴박한 붕괴시나리오를 전했다.
김정남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에 크게 격분했고, 그 때부터 표현이 과격해지면서 이전까지 비판을 피했던 아버지(김정일)에 대해서도 “나이를 너무 먹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고 한다. 그는 또 “연평도 사태는 북한군부가 자기들의 지위와 존재이유, 핵보유 정당성을 표면화하기 위해 범한 도발”이라며 “북한의 철권통제에도 한계가 있다. 세상만물에 한계가 있다”고 북한내부를 진단했다.
그 외에도 주목할 만한 발언들이 적지 않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북한수뇌부의 속내를 꿰뚫는 김정남의 통찰력은 무척 비범해 보인다. 오랜 기간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나름대로 조망하고 비교하면서 정립된 국가관, 세계관에서 그런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을 것이다. 우물 안의 개구리 같은 조국(북한)의 현실에 분통해 하면서 말이다. 그는 남한의 지성인과 비슷한 현실인식을 갖고 있다.
혹자는 장남이면서도 후계자가 되지 못한 분풀이라고 여길지 모르겠으나 나는 김정남의 발언을 보면서 그가 의도적으로 후계자의 지위를 회피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자유롭게 살며 자신의 인생을 즐기기를 원했지, 다 쓰러져가는 봉건왕조의 마지막 황제가 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넓은 세상을 돌아다니며 인간의 행복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눈을 떴기 때문이다.
그는 신격화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무소불위의 권력이 얼마나 대단하고 매력적인 것인지를 잘 알 것이다. 그러나 국가통치라는 미명하에 자신들의 위치를 더욱 확고히 부각시키기 위하여 인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잔혹한 폭압권력에 회의하면서 그때까지 자신에게 주입되었던 선악개념이 바뀌었을 것이다.
‘북한의 3대세습에 정당한 비판이 필요하다’는 진보신당의 요구를 차갑게 거절했던 민노당 대표 이정희는 김정남의 발언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녀는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봉창을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 그녀가 金氏조선의 태조인 김일성의 장손이요, 김정일의 장남이 쏟아 낸 위의 발언들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품고 있을까? 자본주의의 썩은 냄새에 취한 수정주의자, 아니 패배주의자의 망발이라고 여기는 건 아닐까?
내가 김정남의 비범한 통찰력을 칭찬했지만 사실 김정남의 발언들은 지극히 상식적인 발언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가 김정일의 장남이기에 나는 그의 발언을 높게 평가한다. 자신을 낳아준 아버지, 그리고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조국에 대하여 그토록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갑자기 뜬금없는 상념이 떠오르면서 ‘만약 한명숙과 이정희의 남편이 보수적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었다면 두 여인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을까?’란 생각이 든다. 여자는 보편적으로 이념이 아닌 사랑에 의해 무너지게 되어있다. 그래서 여자가 남자를 사랑한다면 그 사랑하는 남자의 이념을 수용하게 마련이다. 페미의 원조격이었던 ‘보봐르’가 애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마지막으로 ‘고미 요지’가 김정남과 주고받은 e메일 150여통을 책으로 내고, 또 ‘문예춘추’ 3월호에 공개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의 문제다. 우리에게는 매우 유익했지만 김정남 개인에게는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며 어쩌면 신상에 위험이 닥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차피 벌어 진 일이다. 김정남이 좀 더 대범해지길 바라고, 그의 신상에 아무런 해가 되지 않기만을 빌 뿐이다.
황효식/ 목사, 칼럼리스트
출처;뉴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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