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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경제 다룰 때는 시장경제에 맞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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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은 다양한 정책을 내놓지만 최소한 시장경제 원리에 맞는 정책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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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夢準(국회의원)
세계 경제가 불확실성(uncertainty)의 혼란 속에 빠져 있다. 유럽의 재정위기는 계속 악화되고 있고, 미국도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국방력까지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다.
금년에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여주는 변수들은 재정위기 말고도 더 많이 있다. 올해는 전세계 60여개 국가가 대선이나 총선을 치른다. 러시아는 3월, 미국은 11월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중국도 10월 지도부 교체가 예정되어 있다. 세계 주요국의 정치 지형 변화는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경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경제의 불확실성은 다른 말로 하면 위험(risk)이다. 경제에서의 위험은 확률(probability)과 같은 의미로서 잘 될 수도 있지만 잘 안 될 수도 있다는 뜻으로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확률의 진폭이 클 경우에는 경제는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경제의 위험은 두 가지로 분류된다. 체계적 위험(systematic risk)과 비체계적 위험(unsystematic risk)이다.
체계적 위험은 시장경제에 내재하는 위험으로 어느 정도 통제는 가능하나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살다 보면 감기에 걸릴 수밖에 없는 것처럼 경기는 호황과 불황이라는 주기를 갖게 된다. 이런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반면, 비체계적 위험은 불필요한 위험이라고 할 수 있고, 일종의 인재(人災)다. 요즘과 같이 정치가 불안정하면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다. 여기서 발생하는 위험들이 비체계적 위험이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지금 경제의 불확실성을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것을 제거하는데 가장 효과있는 처방이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의 표명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취임 1년을 앞둔 2004년 연두기자회견에서는 “정부가 하는 일에 불확실성이 있어서 투자가 안 된다고 하는데 그 불확실성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다”면서 “무엇이 불확실한지 구체적으로 물어주시면 언제든지 답변드리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앞장서겠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당시 시장은 노 대통령의 이러한 생각 자체를 불확실성의 원천으로 보았다. 경제 분야의 비전문가인 대통령이 자신만만하게 경제에 개입하는 현실이 위험으로 평가되었던 것이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서민생활의 가장 큰 적인 부동산 폭등은 기필코 잡아가겠다”고 했으나 그의 호언과는 반대로 그의 임기동안 전국 집값은 60%이상, 그리고 그가 부동산 폭등의 진원지로 지목한 강남의 아파트 값은 3배가량 폭등하고 말았다.
정치인들은 의도가 순수하면 무슨 일을 해도 괜찮다는 무책임한 사고에 빠지고 심지어 그것을 자랑하기도 한다. 정치는 좋은 의도로 하는 것이고 경제는 종속변수라는 사고방식인데, 이는 ‘상식의 횡포’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인들이 어려운 경제 환경을 하소연하면, 기업인들은 으레 엄살을 부리는 것이고 경제는 대충 굴러가게 되어있다는 식으로 말한다.
정치 때문에 우리 경제가 어려움을 겪은 대표적 사례는 제2의 6.25라고 불렸던 IMF 사태였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고, 이민을 가거나 자살을 했다.
정치가 경제를 망친 극단적인 사례는 역시 북한이다. 북한정권은 무자비한 정치탄압을 자행하는 대신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그리고 무상의료를 약속하면서 먹고사는 문제는 해결해 주겠다고 큰소리쳤다. 그러나 결과는 수백만 명이 굶어죽은 대참사였다. 김일성이라고 해서 나쁜 의도를 갖고 일부러 저지른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는 좋은 의도만 갖고 되는 것이 아니다. 김일성이 사망하기 직전 김정일에게 여러 가지 유훈을 남겼는데 그 중 김일성이 특별히 강조한 것이 한 가지 있었다고 한다. “다른 것은 다 네가 책임진다고 해도 경제는 절대로 책임지겠다는 말을 하지 말아라”
경제는 대충 굴러가는 것이 아니다. 특히 정치인이 정치적 계산으로 개입하면 할수록 꼬이는 것이 경제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는 교역량 기준으로 세계 9위이다. 우리 경제와 세계 경제는 수십 만 개의 신호등에 의해 움직이는 교통의 흐름과 같이 무질서해 보이는 가운데에도 정밀한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정치인 한 두 사람이 경제를 잘 해보겠다면서 이 신호등을 대신해서 수신호를 하겠다고 하면 곳곳에서 대형 사고가 날 수 밖에 없다.
요즘 대기업들의 일부 행태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그것은 자업자득인 면이 있다. 이러한 것들은 당연히 시정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세계경제가 어렵고 1분기 우리 경제가 극심한 침체에 빠질 것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경제가 더 위축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현재의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우리 모두는 당연히 힘을 모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의 역할은 무엇인지 자문(自問)해본다. 그 대답은 먼 곳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경험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정치가 경제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상의 방책은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경제를 우습게 보지 말고 겸손해야 한다.
2012. 1. 29
국회의원 정 몽 준
출처;조갑제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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