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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의 꼼수, 등록금 내리더니 강의 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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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내리고 수업단축까지 하는데 웬 반발이냐고? 수도권 대학의 초과수요에 기댄 소비자에 대한 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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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일 기자 solbeeya@paran.com
새 학기를 맞아 많은 대학들이 등록금을 인하하고 장학금을 확충하는 안을 앞 다퉈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사회문제로 부각된 '반값등록금'에 대한 대학들의 긍정적 반응이라고 청신호로 해석하는 사람들보다는 대학의 '생색내기'라고 비난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3월 개학과 더불어 대학가의 연례행사인 ‘개나리 투쟁’도 다시 시작될 조짐이다.
매년 3, 4월이 되면 이른바 ‘개나리 투쟁’이라 하여 등록금 인상 반대 투쟁이 연례행사처럼 이어졌던 작년까지와는 달리 등록금이 인하됐음에도 ‘개나리 투쟁’은 계속되는 상황을 두고 학생들의 욕심이 지나치다고 비난할 수 있을까?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학생들보다는 대학의 무한탐욕이 질타 당하면서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개나리 투쟁’은 더욱 가열차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등록금 인하율 폭이 너무 적다. 반값등록금을 실현한 서울시립대가 50%를 인하한 것 외에 서울지역 주요 대학들 대부분이 2~3%의 생색내기 인하에 그쳤다. 이화여대 3.5%, 건국대 2.5%, 서강대 2.4%, 연세대 2.3%, 중앙대 2.3%, 개교 이래 첫 등록금 인하로 화제가 된 고려대를 비롯해 성균관대, 한양대 등이 학생들이 체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2%의 생색내기 인하를 결정했다.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요구에다 15% 인하도 가능하다는 감사원의 발표로 2% 내외의 인하에 반발이 심해지자 각 대학들은 장학금 확충방안을 보안책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건국대는 등록금 2.5% 인하와 함께 기존 장학금 외에 장학금 65억원 확충 계획을, 중앙대도 2.3% 인하와 장학금 104억원의 추가 확보를, 그리고 연세대는 등록금 2.3% 인하와 장학금 133억원 확충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렇게 생색내기 인하를 발표한 서울의 주요 사립대학들이 등록금 인하에 따른 재정 부담을 해결하기 위한 비용절감이 필요하다며 수업일수 단축, 시간강사 감축 등의 조치를 취하는가 하면 일부 대학에서는 기존 장학금을 줄여 추가 장학금을 만들기로 하는 등 등록금확충 방안에도 꼼수가 숨겨져 있는 것이 밝혀지면서 새로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한양대와 광운대의 경우 등록금 2%를 인하했지만 한 학기당 수업일수를 지난해 16주에서15주로 줄이면서 수업일수 대비 등록금은 올랐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한 학기당 15주 이상을 수업하도록 돼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연세대는 성적우수 장학금 대상자를 축소시켰다. 연세대 관계자는 명목등록금 인하는 2.3%이지만 장학금으로 인한 인하효과를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6.0% 인하효과가 있다고 설명했으나 대학 측의 장학금 확충에 대한 진실에 학생들은 분노하고 있다. 등록금이 2.3% 인하됨에 따라 대학배정장학금이 70% 대폭 삭감되면서 성적장학 대상자가 축소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학교 게시판에는 비난 글이 쏟아지고 있다.
문제는 이들 대학이 선례가 되어 수업일수 감소나 장학금 대상자 축소 외에도 전임교수의 강의시간, 대규모 강의나 사이버강의 확대 같은 자구책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강대, 경희대와 한국외대 등은 전임교수들의 강의시간을 늘리기로 했고, 연세대와 가천의과학대 경원캠퍼스도 전임교수들의 수업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임교수의 수업시간이 늘어나면 자연히 별도의 인건비를 필요로 하는 시간강사들이 맡는 강의는 줄어든다. 인하된 등록금만큼 인건비를 절감하겠다는 뜻이다. 이들 학교의 교수와 학생들은 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하고 있으며, 시간강사들은 일자리 걱정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일부 사립대학들의 ‘꼼수’를 이유로 대학 전체의 탐욕을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과장된 면이 없지는 않지만, 이들 대학이 인하재원 이상의 초과이익을 얻는 것에서부터 학생착취를 자행하는 것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 일부 대학들은 등록금 인하를 위한 충분한 재원이 이미 마련돼 있어 이러한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연세대가 쌓아 놓고 있는 적립금은 2010년 4500억 원으로 전체 대학 중에서 3위다. 한양대의 작년 대입전형료 수입은 91억 원에 이르고 스타 고교선수 영입을 위해 억대 몸값을 지불하기도 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어 대학들이 비슷한 인하재원 마련조치를 앞 다투어 취할 경우 대학 역사상 사건으로 기록될 등록금 인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물론, 연애 포기, 취업 포기, 결혼 포기로 대표되는 ‘삼포세대’로 스스로를 자조하고 있는 현실과 맞물려 학생착취 논란으로 이어질 경우 심각한 사태가 우려된다. 연간 1000만 원에 이르는 등록금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4년 동안 허덕이다 보면 어느새 졸업할 때가 되고, 바로 취업이 안 돼 실업자나 비정규직의 88만 원 세대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면서 결혼마저도 미루거나 포기하는 현실을 빗댄 말이다.
젊은 세대는 대학과 기성세대에 원망의 화살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최악의 상황이 사회적 화두가 되면서 올해부터 정부와 대학이 함께 2조5000억 원을 투입해 대학생의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려는 노력도 나타나고 있다. 대학이 사회적 책임을 위해 전향적으로 등록금을 인하하려는 노력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고,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재정 여건은 상당히 열악한 편이며 특히 사립대학은 재정수입의 52%를 등록금에 의존하는 탓에 등록금을 인하하면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불편한 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2∼3%대의 등록금 인하로 부족해진 재정을 보전하기 위해 학생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가거나 대학교육의 질을 낮춘다는 오해를 살 만한 수업일수나 시간강사를 줄이는 식의 ‘꼼수’를 부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등록금을 찔끔 인하한 뒤 아예 초과이익을 얻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다면, 그래서 대학의 독선적 경영을 탓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진다면 대학생이나 학부모는 물론이고 대학들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주요 사립대학들이 적극적인 등록금 인하를 위한 재원 마련에 우선 노력해야 하고, 기업들로 하여금 등록금을 전액 부담하는 계약학과를 늘려갈 수 있는 메리트를 제공해야 할 것이며, 현재 주요 은행과 대기업, 공공기관에서 직원 자녀의 학자금으로 부담하는 지원금 중 등록금 인하에 따른 잉여금을 대학기금으로 유도할 수 있도록 정부나 관계기관에 적극 요구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감사원의 등록금 감사에도 나타났듯이 불명확한 예산과 결산 처리, 법인이나 교직원의 횡령, 대학에 파견한 공무원의 뇌물수수 등 대학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등록금 인하 요구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올해 총선 및 대선정국과 맞물려 포퓰리즘 정책을 양산하게 될 경우 대대적인 대학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지금 대학들이 하고 있는 짓은 일부 수도권 대학이 초과수요에 기대어 소비자만족과는 담을 쌓고 벌이는 대학교육의 질적 제고와 무관한 독점기업의 횡포와 닮아있다. 초과공급 상태에 빠져 있는 지방대학들은 따라갈 수도 없는 비윤리적이고 비교육적 처사이며, 대학가 전체를 옭아매는 자충수다. 시대가 바뀌고 또 바뀌는데 대학이 우골탑이라는 비난을 왜 여전히 받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소탐대실이 분명하다.
출처;뉴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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