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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자고 한 짓에 죽자고 덤비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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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겐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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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용일 교수 ⓒ뉴스톡
지난 20일 유튜브 사이트에 '가카에게'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떴다. 자신을 '도겐우(Dogandwoo)'라고 소개한 남성은 "각하, 살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각하께서 4년 전에 경제만은 반드시 살려 놓겠다고 다짐하셨지요.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잃어버린 10년이라 비판하셨던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때보다 성장률이 더욱 떨어져 있습니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 시절은 IMF, 국가 부도상태이지 않았습니까?"라며 들고 있던 대본으로 이 대통령 조각상 머리를 때리기 시작했다.
그는 "각하! 사촌처형, 처남, 조카, 조카사위, 사돈, 사촌형, 오촌조카, 친형, 셋째사위, 셋째사위사촌, 사촌처형조카! 각하의 친인척 비리만 해도 이 정도입니다"라며 "각하, 어떻게 이것이 공정사회란 말입니까!"라고도 했다. 또 "각하, 이것은 법치도 아니며, 도덕적으로 완벽하다고도 말할 수 없습니다. 각하, 혹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바이블로 삼고 계심이 아닙니까? 혹 각하를 보고 있자면 감히 리플리 증후군(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상습적으로 반복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뜻함)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라고 비난한 뒤, 망치를 들고 이 대통령 조각상을 망치로 내리치기 시작하였으며, 십여 차례 내리쳐 완전히 부수었다.
가히 충격적인 그 동영상에 대해 박수로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쩜 그들은 내가 가히 충격적이라고 한 말에 악성 토를 달 것이다. 이게 그저 촌철살인일까? 그저 표현의 자유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순수한 예술적 표현일까? 그들에게 되묻고 싶다.
대통령이 쥐가 된지는 이미 오래다. 쥐박이가 대통령을 은유하는 단어임을 모르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이제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아마 있다면 치매가 자연발생적으로 찾아올 수밖에 없을 정도로 나이가 다 사람이거나 신문 잡지는 거의 안보거나 심하게 가려보는 사람이거나 인터넷은 거의 손도 못대고 SNS의 S자도 모르는 ‘컴맹폰맨’ 수준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젊을수록, 아니 어릴수록 인터넷에 친화적이다 못해 중독된 사람일수록 쥐박이라는 말이 더 참신해보이고 그래서 그 말을 써보고 그려보고 만들어보고 그럴 것이다. 그래서 쥐를 잡자는 예능 프로그램의 쥐잡기 놀이가 필요 이상의 인기를 끌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지난 2010년 G20 정상회의 때 발생한 이른바 ‘쥐포스터 사건’은 그냥 장난삼아 놀려대는 쥐박이나 놀이로서 쥐잡기 수준이 아니었다. 오죽하면 ‘쥐박이도메인(쥐박이.com)’을 청와대가 선점했다는 개그같은 논란이 제기됐었겠는가?
지난해 8월 단편소설집 '나는 고흐다'의 작가 이성국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쥐박이'라는 귀여운 이름으로 재미있는 홈페이지를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쥐박이.com'이 이미 팔렸다"며 알고 보니 '쥐박이'라는 이름의 도메인을 모두 청와대가 소유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아울러 그는 "참 이상하다 청와대 경호실에서 왜 '쥐박이.com'을 샀을까"라는 비아냥을 잊지 않고 덧붙였고, 네티즌 사이에서 리트윗(RT)되면서 인기를 끌었었다.
그 정도로 대통령이 쥐박이인 것은 대한믹국에서 상식에 속하는 얘기다. 그리고 그런 상식에 편승해서 자기 이름을 알리고자 하는 이상한 족속들이 등장하는 것도 사실이다. G20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린 혐의로 기소된 대학 강사 박 모씨도 그걸 나름 예술로 승화시킨다면 영웅이 될 줄 알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 건으로 수사를 받게 된 그는 이듬해인 2011년 3월 공판에서 "아직 국내에는 그래피티 아트에 대한 개념이 생소한 만큼 예술전문가의 소견을 법정에서 직접 듣거나 서증 등의 방식으로 신청하겠다"고 했다.
공판이 거듭되면서부터는 아예 한 술 더 떠서 쥐그림을 그린 이유'에 대해 "그래피티 작가 중에 유명한 뱅크시 작품의 상당수가 쥐 그림입니다. 그것을 보고 영감을 얻었고, 도안도 따왔다. 쥐는 또 G20과 발음이 같고… 그에 대해 나름대로 아이디어를 내어 풍자적인 의미로 가필을 한 것"이라고 했다. 일종의 서브컬처인 '그라피티'를 통해 예술적인 표현을 시민으로서 자유롭게 한 것이라고 강변한 것이다.
차라리 신자유주의적 세계질서를 강요하는 G20 정상회담이 싫었고, 그걸 끌어들여 호가호위하는 쥐박이가 싫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면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그가 그린 그림 속 쥐는 그 누가 봐도 그런 명백한 의도가 보였다. 거기에 영국의 유명한 그래피티 작가라는 '뱅크시'라는 사람을 굳이 갖다 붙이고, 쥐가 G20과 발음이 같고 어쩌고 하는 너절한 변명이 구차하다. 그러면서도 그는 재물손괴 의도가 없었다거나 G20행사를 방해할 의도가 없었다는 변명을 하고 있었다.
영웅은 되고 싶은데 구속되거나 하는 것은 겁이 나는 그런 구차하고 찌질한 위인이 그저 영웅심과 공명심으로 대통령을 쥐로 만들어서 세계의 이목을 끄는 나라가 그때의 대한민국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대한민국은 그보다 한참 더 나가 있다. 그런 면에 있어서는 여전히 발전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최근 쥐 포스터는 거기에 비하면 새발의 피가 될 수밖에 없는 획기적인 동영상이 표현의 자유 운운하면서 또 돌고 있다.
‘가카에게’라는 제목만으로도 아마 많은 찌질이들이 열광했을 것이다. 그들은 아마 동영상을 보기도 전에 이미 ‘나꼼수’가 조롱거리로 만들어낸 ‘가카’라는 단어가 제목에 들어간 것부터 쾌감을 느꼈을 것이다. 현직판사가 만들어낸 ‘가카새끼 짬뽕’이라는 해괴한 상표(?)로부터 받은 칼칼한 맛을 느끼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 짓을 천연덕스럽게 한 그 작자가 왜 자신을 "김대중 대통령 흉상을 단돈 100만원에 만들어준 조각가 도겐우입니다"라고 소개했을까? 왜 김대중을 끌어들였는지 모를 일이지만 아직도 DJ하면 ‘우리가 남이가?’를 연상하는 족속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 그가 "당신께서 수십 년 전에 박정희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신 것처럼 저 또한 각하에게 이 영상을 띄웁니다"라는 말로 동영상을 시작했을까? ‘내가 하는 이 짓을 이명박 너도 했지 않느냐’는 식의 자기합리화를 위한 복선을 깔아둔 것은 아니었을까.
자신이 하는 짓이 정상이 아닌 줄 알면서도 인기는 끌고 싶은 게 정신병이다. 쥐포스터를 그렸던 그 작자는 그래도 초중기적 증세를 보였다면 동영상을 찍은 그 작자는 말기적 증세라 하겠다. 그 박 모라는 작자나 도우겐인지 뭔지 하는 작자 모두 비록 정신병을 앓고는 있지만 자신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그렇게 쥐포스터를 그려 국제적인 망신을 이끌어내면, 현직 대통령 모습을 본뜬 조각상을 망치로 내리쳐 부수는 작업을 보여주면 아주 미쳐 날 뛸 찌질이들도 많겠지만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아직 그런 정신병자들까지 살갑게 맞아줄 만큼 정신줄을 놓고 살지는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아무리 지랄 발광하는 찌질이 수가 많아도, 그래서 그들이 일부 인기 방송인이 되고 사회지도층까지 전염시켜 가고는 있어도 찌질이 정신병자가 절대 다수가 될 수도 없고 돼서는 안 되는 것이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너나 나나 모를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국가다. 그러니 예술의 자유도 있고 표현의 자유도 있다. 하지만 예술이고 표현이고 아무리 자유도 좋지만 '사회적 언어'라는 게 있다. 이미 어떤 말과 이미지가 사회를 구성하는 일부 구성원들 사이에 어떤 특정한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면, 더군다나 그게 불순한 의도와 모독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면 그것은 단지 '자유'라는 말로 무책임하게 내뱉을 수 없는 사회적 책임을 지니는 것이다.
쥐그림이 단지 '웃자고 그린 그림'이라면, 동영상이 그저 화풀이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그것을 표현의 자유라는 이유를 들어서 아무렇지 않게 사회적으로 공론화해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누가 봐도 박씨가 그린 그림이나 도씨가 만든 동영상에는 분명한 의도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행사를 알리는 포스터에 자유롭게 그 의도를 알리고자 용감하게 그렸다면 차라리 당당하게 특정인을 조롱한 것이었다고 밝혔어야 한다. 대통령을 죽이고 싶도록 미워서 그 절절한 심정을 표현한 것이라면 거기다 자기합리화나 ‘우리가 남이가’와 같은 보험용 부속 장치를 삽입하지 말았어야 했다.
아무리 자유가 공기나 물과 같이 값어치 없는(?) 것이라 해도 아낄 때는 아껴야 한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공기나 물을 어찌 값어치 없다고 하느냐고 트집잡을 위인들이 있을 것이다. 전체 의미보다는 부분에 집착해서 트집 잡을 위인들 대부분이 아마도 쥐박이를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하고 쥐포스터나 대통령 때려잡기 동영상을 예술적이라고 예찬할 위인들이기도 할 것이다. 웃자고 한 일에 왜 죽자고 덤비냐고? 그러는 그들에게 묻겠다. 누군가가 예술적이라며 자기 아버지나 자기 상사나 자기 식구증 누군가를 그렇게 표현하면 웃고 넘어갈거냐고.
최용일/ 금융감독원 인재개발원 교수
출처;뉴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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