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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당 간부들이 사는 아파트서 근무 ‘승강이’ 호칭… 미모 위주로 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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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통일문화연구원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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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
엘리베이터걸 최진연씨
북한 평양 시내의 아파트 단지들/조선일보 DB “글쎄요….” 지난 12월 21일 서울시 강남구 교대역 인근 한 식당에서 만난 탈북자 최진연(30대)씨가 기자와의 인터뷰 중 가장 많이 한 대답이었다. 그는 기자가 지금까지 ‘탈북자가 말하는 오늘의 북한’ 기사를 연재하면서 만난 탈북자 가운데 가장 최근에 북한을 떠나온 사람이었다.
지난 7월 탈북한 그는 고향 평양에 너무 많은 것을 두고 왔다. 그녀의 부모와 친한 친구들은 그가 탈북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북한 당국의 위협 아래 있을 터였다. 때문에 기사에 최씨의 신분을 특정할 수 있는 이름, 나이, 살던 지역을 밝히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그와 만날 수 있었다.
북한에서 그가 하던 일은 ‘승강이’, 아파트 승강기(엘리베이터)에서 층수 버튼을 눌러주고 안내해주는 엘리베이터걸이었다. 그는 엘리베이터 안에 의자 하나 놓고 심심하면 책도 읽고 졸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일했던 아파트는 우리의 국회쯤에 해당하는 북한의 국가최고기관 소속의 당 간부들이 살던 곳이었다. 12층짜리 아파트로 한 층에 4~5가구가 있었다. 한 가구의 면적은 116㎡(약 35평)로 상당히 고급 아파트였다고 했다. 최씨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잔뜩 술에 취해 승강기가 자기 집인 줄 착각하고 곱게 신발을 벗어두고 그 안에 들어가 밤새 잠을 자다가 아침에 발견되기도 했다”면서 웃었다. 하지만 최씨는 승강이 배정이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로 이뤄지는지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불법 쌍꺼풀 수술 성행
“거긴(북한) 정전이 하루에만 10번도 더 됩니다. 특히 지난 겨울엔 국가가 전력 공급을 거의 안 해줘서 평양시 전체가 완전히 까막나라였더랬습니다.” 불규칙한 전력 공급으로 인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다가 갑자기 기기가 멈춰 서서 갇혀 있기도 부지기수였다고 했다.
최씨는 “엘리베이터 작동 중에 정전이 돼 멈추면 엘리베이터 천장의 비상 탈출구를 수동으로 개방해 가까운 위쪽 층의 엘리베이터 문을 열고 빠져나왔다”면서 “원래 승강이는 전기가 다시 들어올 때까지 승강기 안을 지키고 있어야 하는데 난 깜깜한 데 혼자 갇혀 있는 게 무서워서 매번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사고가 나기도 했다. 그는 “한번은 정전됐을 때를 이용해 수리원(수리공)이 승강기를 수리하던 중에 갑자기 전기가 들어왔다”면서 “결국 그 사람의 목이 엘리베이터와 건물 층 사이에 끼어 질식해 죽었다”고 말했다.
승강이는 여성의 직업이다. 평소엔 사복을 입고 근무했다. 승강이가 되기 위해선 용모도 단정해야 했다. 최씨 역시 이목구비가 뚜렷했다. ‘남남북녀’란 말이 떠오를 정도였다. 서구적인 눈매의 그가 입고 온 최신 유행 옷과 머리 모양, 화장은 ‘불과 몇 개월 전 북한 국경을 넘어온 사람’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 머리도 다 북한에서 하고 온 겁니다. 북한에서 염색, 파마 다 하고 귀까지 뚫고 다녔단 말입니다.”
최씨는 “북한 사람들 사이에선 문명화 바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문명화는 세련됐다는 의미로 남한 드라마 속 주인공과 같은 차림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원래는 쌍꺼풀 수술도 하면 안 되는데 평양에선 의사들이 몰래몰래 굉장히 많이 해준다”면서 “자연스럽게 웃는 상으로 수술해 주는 데 25달러나 받는 의사도 있었다”고 말했다. 25달러면 당시 시세로 80만원 정도다. 화폐개혁 이후 북한에선 달러로 통용되고 있다.
평양 공공건물 엘리베이터의 승강이/조선일보 DB “말 잘해달라” 팁 주기도
최씨는 또 “요즘 좀 있는 집이면 무조건 해외로 나간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은 ‘해외만이 살길이다’라고 생각한다. 그는 “아파트 한 층에 한 집은 해외에 나가 있곤 했다”고 말했다. “우리 승강이들에게 잘해주는 집이냐 못해주는 집이냐에 따라 우리 태도도 달라졌습니다.
아무리 고위층이라도 우리한테 잘 해야 우리도 저들한테 잘해줄 것 아닙니까. 명절 때 선물 잘 챙겨주고 때때마다 돈(팁)을 주는 사람들한텐 우리도 잘 도와주고 그랬습니다.”
잦은 정전사고로 갇히기 일쑤… 주민 동향파악 정보원 활용도
김정일 죽었다 우는 사람들 거짓, 속으론 좋아서 웃고 있을 것
북한의 고위층 아파트 주민들이 승강이에게 잘 보이려는 이유는 뭐였을까. 인터뷰에 동석한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의 이윤걸 대표가 또다시 말문을 닫은 최씨를 대신해 그 이유를 설명했다.
“북한은 당 간부를 외국에 보낼 때 평소 그의 행실이 어떤지 미리 다 조사를 합니다. 보통 몰래 사람을 보내 그의 지인이나 이웃들에게 일종의 염탐을 해서 이 사람이 뇌물을 받는지, 평소 언행은 어떤지 확인을 하죠. 때문에 고위 간부들은 주변 단속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것입니다.”
옆에서 이 대표의 말을 듣고 있던 최씨가 “우린 하루 종일 아파트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누가 언제 나가고 들어오는지, 누구 집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빤히 알고 있다”며 말을 보탰다.
“그런데 그거 진짜입니까?” 최씨가 느닷없이 이 대표에게 물었다. 인터뷰가 있기 이틀 전 발표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소식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는 “정말 믿을 수가 없다”면서 “처음 (사망) 소식을 듣고 너무 좋아서 어디 축하파티 하는 데 없는지 친구들한테 전화하고 그랬다”고 말했다.
“지금 북한 평양 주민들이 슬퍼서 우는 사진이 신문에 나고 그러지만 다 거짓입니다. 울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우는 겁니다. 아마 속으론 좋아서 웃고 있을 겁니다.”
출처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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