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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동색(草綠同色)에 대한 유감스런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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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草綠)은 ‘서울말로’ 동색(同色)일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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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219761 작성자 최용일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그 ‘동색’이 서울말이라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서울식으로 말해놓고 보니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을 유독 싫어하는 인간들도 있는가 하면 그래서 유독 좋아하는 인간들도 있는가 보다. 지금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개그 한마당이다.
개그 콘서트 중에 인기 면에서 그저 고만고만한 것 중 하나가 있다. 서울말은 끝만 올리면 되는 거라며, 된소리를 부드럽게 말하라며 서울 사람 다 된 것 같다는 인간들이 시청자들의 억지웃음을 끌어내는 얘기다. 진짜 서울 사람들은 서울에 전혀 살아보지 못한 인간들의 얘기 같아서 그냥 웃고들 말겠지만, 그들의 서울식 표현으로 ‘동색’이 된 초록이 지금 ‘경국지색(傾國之色)’이 되어버린 것 같다.
최근 한나라당을 살려보겠다고 전면에 나선 박근혜 위원장이 임명한 비상대책위원들의 행보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29일 이상돈 위원이 이재오 등 정권 실세들의 용퇴론을 인적 쇄신이라며 제기하고 나섰다. 친이-친박 갈등이 불거질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일파만파 걷잡을 수 없이 일이 커지려는 찰나 박 위원장이 개인의결일 뿐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친이계로부터 ‘무슨 점령군이냐’는 반발이 나오기 시작했고, 인적쇄신도 좋지만 내분이 재연될 경우 쇄신을 해보기도 전에 한나라당이 아예 난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박 위원장이 개입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더욱 심각한 부분이 있다. 공교롭게도 그가 이재오뿐만 아니라 이미 이상득 의원에다 홍준표ㆍ안상수 전 대표를 걸고넘어진데 이어 친박계 중진까지 겨냥하기 시작한 시점이 박 위원장의 개입 시점이라는 사실이다.
박 위원장의 입장을 전해들은 이 위원은 일단 자숙하는 분위기로 바뀌었지만“밖에서 기대하는 게 있는데 내부 비난 때문에 할 말을 못하면 나도 죽고 비대위도 죽는다”고 했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김종인 의원도“편히 선수(選數)만 늘린 의원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해 파문이 급속도로 확산되던 차이기도 했다. 전여옥ㆍ홍준표 의원으로부터 김종인 뇌물사건과 이상돈 천안함 폭침부정 사건이 언급되고 친이계로부터 ‘5공 국보위’가 언급되기 시작한 상황도 피해가기 어려웠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바뀌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조직이 맞지만 군데군데 종양을 남겨두고 살아남아서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 부분적인 종양이 홍사덕 같은 친박계 중진일 수 있다. 한나라당의 자회사 같은 친박연대까지 고려한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을 것이며, 편히 앉아 선수만 챙긴 의원의 대표적인 상징이 박근혜라고 한다면 아예 처치곤란일 것이다.
지들이 무슨 절대색감을 가진 존재들도 아닌 주제에 같은 동색인 초록을 어찌 달리 취급할 것인가? 지금 한나라당 쇄신파로서 점령군처럼 행세하고 있는 비대위를 호가호위하는 친박계로서는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이 많이 불편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디 그뿐인가? 게다가 박 위원장이 달고 있는 위원장이라는 직함도 거추장스러울 것이다. 죽은 김정일과 같은 위원장이니 이름만큼은 동색이 아닌가? 박 위원장은 위원장이 되기 전 의원시절에도 비록 ‘전(前)’자가 붙어 있더라도 의원보다는 대표로 불리길 좋아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쇄신대상이라는 홍준표ㆍ안상수 전 대표도 같은 대표니 이름만큼은 동색 아닌가?
‘동색’이 서울말이라서 좋은 부류가 정치권에는 또 하나 있다. 초록이 짙어지면 검게 된다. 진짜 ‘동색(銅色)’이거니와 또 다른 ‘서울말 동색’이 바로 지금 야권의 진정한 색이다. 정강정책이고 이념이고 가리지 않고 진보라는 이름아래 뭉친 통합진보당이야말로 ‘동색’이다. 민주통합당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이라는 수권 가능성이 큰 제1야당을 야권 투사들에게 들어 바친 폼새가 서울말로 ‘동색’이다. 집 떠나면 개고생한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며 대표가 됐던 손학규가 길거리 정치를 표방하면서 박지원 등의 ‘참길거리정치꾼’과 동화되고자 애쓰는 모습이 ‘동색’이다.
민주통합당 대표 후보로 나선 문성근은 그 점에 있어서 물을 만난 고기 같다. 정치를 하겠다는 작자가 예전 폴리테이너 시절의 버릇 못 고친 채 선동과 가두시위에 더 열을 올린다. 지금은 구속돼있는 같은 당 소속 정봉주 전 의원은 온라인을 선동과 시위로 일관하며 또 다른 ‘폴리테이너’를 지향한다. 지금까지 연예인이 정치를 지향하던 말로 간주되던 ‘폴리테이너’라는 말도 그의 변신으로 인해 정치인이 연예를 지향할 수 있는 역발상의 뜻으로 확장되었다. SNS를 통한 선거운동을 불법으로 규정한 선거법이 한정위헌 판정을 받게 된 것도 정봉주와 같은 ‘신폴리테이너’를 양산하게 만들 것이다.
의원보다는 전(前)이라도 대표가 좋아 보이고 위원장이 더 좋아 보이게 만드는 박근혜로부터 우리는 정치판의 허례허식을 보게 된다.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뉘면 초록이라도 이미 같은 색이 아니라는 지나친 차별화는 '절대색감'이라고 자랑할 일이 아니다. 자신의 색맹에 대한 콤플렉스 탓이거나‘서울말 동색’에 대한 청각장애 탓일 것이다. 스스로 차별화하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은 채 남이 다르게 봐주고 다르게 들어주기를 바란다면 그건 ‘로맨스와 불륜에 대한 아전인수’일 뿐이다. 그런 쇄신이 끝나고 나면 ‘동색’만 남게 될 것이라는 점을 박근혜 위원장은, 아니 친박계가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연예인과 정치인이라는 서로 정반대 방향에서, 그리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이라는 서로 전혀 다른 방식으로 폴리테이너를 지향해온 두 사람(문성근과 정봉주)의 선례야말로 정치인과 투사를 ‘동색’으로 만들어 버리는 전형이 될 것이다. 정당정치가 거리정치로, 온라인정치로 매몰된 채 실종되어버리면 정치판에는 역시 ‘동색’만 남을 것이라는 점을 민주당은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다.
“초록은 동색이고 동색이어야 한다!” 이는 서울말이 아니라 표준말이다.
출처;엔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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