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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만족시키는 정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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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책 / 자유경제원장, 변호사
출구조사가 발표되자 우파들이 환호했다. 반대진영은 침묵에 휩싸였다. 좌우 대결은 표의 결집력을 높이고 감정의 골을 깊게 팬다. 언론들은 하나같이 보수-진보 대결이라 했지만 천만의 말씀! 보수주의는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지난 세 번의 선거에서 이회창이 감당했던 보수주의는 이제 우리 정치판에서 사라졌다. ‘진보진영’은 덩실덩실 춤이라도 춰야 할 선거였다. 그런데도 명색이 보수논객이라는 이들이 환호하고 있다. 이 비극적 상황은 ‘대한민국의 좌클릭’과 맞물려 있다.
선거는 두 ‘진보’ 진영으로 치러졌다. ‘급진좌파’와 좋게 봐서 ‘리버럴리즘 좌파’의 싸움이었다. 최소한 정책은 그렇다. 두 후보는 처음부터 성장담론이 없었다. 무상보육과 반값 등록금 같은 급진좌파 정책은 당연시됐다. 문재인은 무상의료, 박근혜는 행복기금 정책까지 내놓았다. 근본적으로 두 후보 다 ‘창의와 자유’보다 경제민주화를 앞세웠다. 이런데도 우파 전체가 박근혜에게 간 것은 문재인이 노무현 프레임에 갇혔기 때문이다. 10·4 합의를 이행하겠다,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고 강정기지 건설을 철회하고 NLL에 공동어로수역을 만든다는 정책이 그를 ‘유일좌파’로 만들었다. 나는 박근혜에게 투표했다. 최악을 버리고 차악을 선택했을 뿐이다. 그래서 범자유주의 입장에서 안도할 뿐 결코 환호하지 못한다. 투표소로 몰려간 90%의 50대, 80%의 60대들 중엔 아마 그런 이들이 많을 것이다.
어떻든 선거는 끝났다. 흔히 선거에서 ‘민의가 표출되었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후보가 내건 공약을 전부 위임받았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우리가 아는 건 유권자들이 후보자들 가운데 누구를 가장 선호했는가 하는 사실뿐이다. 이명박 정부는 500만표 차이에 너무 오만해 반대파의 분노를 일으켰고 지지자들을 등 돌리게 했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직선제 이후 최초의 과반 득표, 최초의 여성대통령, 부녀대통령 등 온갖 자찬이 이어지다가 33년 만의 청와대 귀환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어안이 벙벙해진다. 나는 방송에서 수차례 다음 대통령은 당선된 하루만 즐겁고 5년이 괴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제발 들뜨지 말 것. 이제 괴롭고 괴로운 일만 남았다. 공약은 많아 기대는 큰데 돈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안보도 튼튼히 하고 교육개혁도 하라는 등 수십가지 주문을 하고 싶다. 당선인은 대탕평과 공생을 말했다. 다들 48% 반대자를 포용하고 메르켈 총리를 벤치마킹하라고도 한다. 나는 묻고 싶다. 무슨 재주로? 반대파 몇 사람을 등용하면 그게 포용이고 그게 탕평인가? 인사를 탕평하기보다 패거리 정치만 하지 말라. 국민통합을 다들 말하지만 그건 빈부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라는 좌파적 구호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바로 이 빈부격차, 정확히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국민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고 했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책은 없다. 명심하라. 모두가 동의하는 정치적 진리는 없다. 후안 페로는 국민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주다가 망했다.
무너진 중산층을 복원시키는 일이야말로 차기 정부 5년의 숙제다. 문제는 성장의 틀을 깨지 않으면서 빈부격차를 줄이는 방법이다. 그런데 벌써 내년 예산을 다시 짜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채권을 발행할 수밖에 없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건 망하는 지름길이다. 재정건전성을 포기한다면 박근혜 정부는 역사에 죄를 짓게 될 것이다. 다음 정부, 다음 세대에 짐 떠넘길 생각은 처음부터 말아야 한다. 우리가 2016년까지 균형재정을 미루면 2050년엔 국가채무는 213% 늘어나고 투기등급으로 전락한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의 성패는 성장 여부에 있다. 5% 성장을 한다면 그녀는 빚을 내지 않더라도 약속을 지킨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당선인에게 주문은 딱 한 가지, 복지를 하려면 성장하는 방법부터 찾으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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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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