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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월간중앙 8월호] 나는 회색이 싫은 순수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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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옥'의 직설법 본능
나는 회색이 싫은 순수보수
지난 총선때 우리 아이에 대한 루머로 많이 울었다
노무현 인권위가 아동 성추행 무방비 초래했다
지금 한나라당, 천막당사 시절보다 더 위태롭다
글 박미숙 월간중앙 기자
사진 정치호 월간중앙 사진기자
지면보기를 원하시면 꽃보다 정치 게시판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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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월간중앙 8월호] '정치인탐구'인터뷰 전문입니다.
'무지개 정당, 스펙트럼 정당 No! 중도실용 No!' 안티팬들로부터 숱한 곡격과 상처를 받고도 "정치에 회색지대는 없다'고 당당히 외친다.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일주일 앞둔날, '진짜 보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여당의 전투사임을 자처하는 여자 전여옥 의원을 만났다.
전여옥. 그를 만나러 가기 전, 오랫동안 그를 생각했다. 나는 20대에 그를 읽었다. 나와 동시대를 살았던 ‘486세대’에 전여옥은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그는 1990년대 말 100만 부가 팔려 나간 <일본은 없다>의 저자로 이름을 날리더니 곧 이어 발간한 <여성들이여, 테러리스트가 돼라>를 통해 남성 중심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거침없는 독설을 퍼부었다. 사회에 당당하게 맞서길 주저했던 수많은 여성이 그의 글을 읽고 희망을 품었다. ‘참 멋진 여자다’라는 생각을… 그때는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한나라당 대변인이란 자격으로 TV뉴스에 나왔다. 책에서 읽었던 그처럼 당당했고 거침없었다. 단, 싸우는 대상이 바뀌어 있었다. 불합리한 남성 중심 사회에서 노무현 정권으로. 그는 한나라당 최전방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노사모, 소위 ‘좌파 언론’에 대항해 싸웠다.
싸움의 대가는 처절했다. 2005년 ‘대졸 대통령론’이 인터넷상에 왜곡돼 퍼지면서 안티팬클럽이 생겼고, ‘전여옥 오크(<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괴물족의 이름)’라는 별명이 인터넷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녔다. 그가 누군가에게 주었을 상처와 그가 받은 상처에 대해 생각했다. 상처받을 줄 알면서도 전여옥이 지키고자 했던 '보수의 가치‘는 무엇이었는지를 또 생각했다.
박근혜 옆을 지키던 그는 2006년 돌연 이명박 대통령 후보지지 선언을 한다. ‘배반자’, ‘철새’라는 꼬리표는 달고 호된 상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살아남았다. 2008년 총선에서 지역구(영등포갑) 주민의 표를 얻어 재선에 성공한 것이다. 대변인 생활을 접고 지역구 활동에 전념하던 그에게 지난해 또 한 번의 시련이 닥쳤다. 국회 안에서 민가협 대표로부터 폭행을 당해 병원에 실려 가는 육체적 고통까지 겪어야 했던 것. 이 폭행 사건을 제외하곤 ‘전여옥’이란 이름은 한동안 잠잠했다.
2008년 총선 이후 지역구 일에 매진하고 있던 그의 이름이 다시 거론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7․14 전당대회 후보 리스트에 그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최종 후보 명단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전여옥의 파워는 여전했다. 모 신문엔 전당대회에 출마한 여성 의원들을 가리켜 ‘제2의 전여옥이 나올까’라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전당대회를 꼭 일주일 앞둔 7월 7일 의원회관에서 그와 마주앉았다. TV에서 보던 모습보다 살이 부쩍 빠져 있었다. 그간의 일상이 궁금했지만 전당대회 얘기부터 물었다.
-전당대표 출마설이 있던 걸로 압니다.
“애당초 제 의지가 아니었습니다. 주변에서 권하신 분들이 상당히 있었지만 정중히 거절했죠. 이제는 지역 일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어요. 저를 지켜준 것도 지역 유권자들이었으니까요. 지금 제가 할 일은 한나라당 지지자들과 반한나라당 지지자들까지 껴안으며 그들의 마음을 읽고 정권을 재창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의사를 일찍 표명했는데 언론에서는 좀 뒤늦게 안 것 같더군요.”
-하고 싶으신 정치를 하려면 당 권력의 중심에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이미 저는 최고위원을 해봤잖아요. 최고위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비토권뿐입니다. 비토하는 권력보다 제가 하고자 하는 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힘을 키우고 싶어요. 그 힘은 어디에서 나오느냐? 바로 유권자들, 당원들과 만날 수 있는 지역 현장이죠.”
-2006년 7 ‧ 11 전당대회에서 4위에 오르며 최고위원으로 선출되신 게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습니다. 여성 할당이 아닌 자력으로 된 당선이라 더 의미가 있으셨을 텐데요.
“여자는 저 혼자 출마했기 때문에 꼴지를 해도 자동적으로 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제 힘으로 해봐야겠다는 오기가 생기더군요. 저보고 나가라고 했던 분들이 당원들에게 ‘어차피 전여옥은 될 테니까 찍지 말라’고 했다는 얘기를 듣고 정치의 표리부동함과 잔혹함을 봤죠. 그래서 제가 더 열심히 당원들에게 전화를 돌렸어요. 진심이 통했다고 믿어요.”
-최근 대통령이 “왜 우리에겐 이광재나 안희정 같은 인물이 없냐”고 한탄하지 않았습니까. 야당에 비해 여당에서는 자기희생을 하는 젊은 정치인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얘기에 수긍하시나요?
“인정합니다. 한나라당 의원의 경우엔 야당에 비해 곱게 자란, 엘리트 코스를 밟은 분이 많습니다. 저만 해도 대학 1‧ 2 ‧ 3학년 다 학점이 형편없고 그걸 만회하기 위해 4학년 때만 좀 좋았어요. 그래도 그때 우린 적어도 나라 걱정하느라 공부를 못했다는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당시 제가 학보사 기자였는데 만날 나라 걱정하고 누구 면회가고 그런 나날의 지속이었죠. 그 와중에도 도서관에서 사시 준비하고 시험 거부하자고 할 때 착실하게 시험 보고 그런 친구도 있었지만요. 물론 그런 분들이 그대로 한나라당에 들어왔단 얘긴 아닙니다.”
-민주당엔 나라 걱정하느라 자신을 돌보지 않고 희생한 사람이 많다는 얘기인가요?
“안희정이나 이광재 같은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과 동지애로 뭉친 사람들입니다. 헌신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프로젝트로 사람을 운영했습니다. 경선팀, 대선팀처럼요. 정치적 동지가 아닌 프로젝트로 묶인 팀은 절실할 수가 없습니다. 국정이란 사람을 다루는 것이고, 이념을 전달하는 것이고 확고한 정체성으로 국민에게 추구하는 가치를 전달해야 하는데 이게 안 되는 겁니다. 비즈니스 적으로 효율만 따지고 실용만 따져서는 우리가 추구하는 보수 가치를 지켜내지 못합니다.”
-‘세대교체’ 자체에 대한 생각은 어떠세요. 지금 여당에 절박하다고 보십니까?
“세대교체라는 것도 일종의 트렌드가 아닐까요. 멋 부리기요. 지금 한나라당에 시급한 건 흔들리는 정체성을 바로세우기이지 트렌드를 좇을게 아니라고 봐요. 진짜 세대교체를 하려면 자기희생이 있어야지요. 사람들이 여당의 세대교체론에 대해 못 미더워하는 건 진정성이 결여됐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되묻고 있어요. 누가 당을 위해 피 흘리고 자신의 몸을 던지며 일했냐고요.”
“정치에 회색지대는 없다”
-지금 한나라당이 천막당사 시절보다 더 심각하다고 보십니까?
“그때보다 더 위험하죠. 인생을 살면서 제일 편한 게 뭔지 아세요? 선택할 필요가 없을 때예요. 결혼할 때도 온전히 한 남자한테 사랑을 바치면 대안이 없는 거잖아요. 이 남자 아니면 난 죽어 버리겠다는, 오로지 하나의 선택이죠. 마찬가지로 2004년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쓴 채 모든 것을 놓아 버리고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이었어요. 천막당사로 가지 않을 수 없었죠. 지금 한나라당 사람들이 착각하는게 뭔지 아세요? 자산이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뜯어 먹을게 있다고 생각하는 오만이죠. 정당은 종교단체와 똑같아요. 예수님 믿고 부처님 믿는 종교처럼 정당은 우리의 이념, 이데올로기를 먹고사는 곳이죠. 그래서 끼리끼리 모여야 합니다. 한나라당이 무지개 정당, 스펙트럼 정당이라 불리면서 너무 다른 사람들끼리 모여 정체성이 없어진 게 심각한 위기를 맞은 거라고 봅니다.”
화합과 융합의 시대다. 그동안 정치권에 양분해 있던 좌파와 우파 논리는 시대착오적일 수 있다. 하지만 정치인 ‘전여옥’에게는 여전히 좌파 세계가 존재한다. 인터뷰 중에도 그는 스스럼없이 ‘좌파 언론’ ‘좌파 세력’이란 용어를 구사했다.
정열적인 페미니스트였고 유신독재를 비판했던 학보사출신의 여성, 보수보다 진보 쪽이 훨씬 더 어울릴 법하지만 그는 보수를 택했다.
“노무현 정권의 탄생을 지켜보며 세상이 뒤집혀질 것 같다”는 위기감을 느낀 그에게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가 러브콜을 했다.
-강력한 페미니스트이면서 사회의 불합리에 반기를 드는 여전사 이미지입니다. 보수 정당에 둥지를 큰 이유가 뭡니까?
“한나라당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 때문입니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인센티브, 오너십 같은 보수 가치가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것들은 매우 도덕적인 가치입니다. 인센티브가 있어야 인간은 일하게 되고 사회도 발전하는 거잖아요. 제가 KBS 기자로 일할 때 3시간 잔업을 하면 수당 3500원을 받았어요. 그래도 기자들은 그거 받으려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런 시장경제 역사들이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모든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저술하신 책들을 보면 전 의원에게도 소위 ‘좌파적 이데올로기’가 일부 공존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물론 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낙태 찬성주의자예요. 사형제 폐지를 지지하고, 반핵주의자이기도 하죠. 여성․아동․환경․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고요. 이런 것은 좌파 이데올로기에서 출발한 게 맞아요. ‘만인이 평등해야 한다’는 것 역시 좌파적이고 리버럴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것은 ‘성장’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끊임없이 동력을 돌리고 기업에는 자긍심을 주면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거죠. 저는 이 가치를 더 존중합니다.”
-MB(이명박 대통령)가 추구하는 중도실용주의 원리와 비슷한 것 아닌가요?
“비슷한 점이 있긴 하지만 좀 달라요. 저는 정치의 중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에 회색지대는 없어요. 저는 색이 혼합되지 않은 순수한 보수를 지향해요. 예를 들어 2008년 금강산에서 발생한 박왕자 씨 피격사건 같은 것에 대해서는 정부가 더 단호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생․화합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약속보다 더 중요한 건 자기 희생”
천막당사 시절 그는 박근혜 당시 당대표를 도와 대변인을 하면서 “그녀의 동지애가 나를 지켜주었다”고 말했다. 2007년 대선 때 MB지지 선언을 하면서 그는 박 전 대표 곁을 떠났다.
-박근혜를 버린 이유가 뭡니까?
“박 전 대표가 제가 버릴 대상입니까. 제가 떠난 거죠. 오랫동안 박 전 대표를 지켜보면서 당 대표로서 큰일을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인정하고 있고요. 그러나 시대정신에 맞는 지도자는 아니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당시 BBK 의혹이 있었고, 이명박 후보가 절체절명의 위기였습니다. 정권교체는 반드시 해야 했고 누가 더 우리의 뜻을 실현시킬 후보인가를 냉정하게 생각해봤을 대 MB를 택한 겁니다. 그것 때문에 비난도 받았지만 후회하지 않습니다. 같은 상황이었다면 또 같은 결정을 했을 거예요.”
최근 국회에서 세종시수정안이 부결됐다. 세종시 문제는 박 전 대표가 당대표 시절 노무현 대통령의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이란 이름으로 진통을 겪었던 법안이다. 박 전 대표는 당시 이 법안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취했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지난한 싸움을 했다.
-세종시수정안 찬성파 의원 중 한 분이셨습니다. 2004년 대변인 시절 박 전 대표가 행정수도 복합도시 건설안에 수긍했을 때와 지금 생각이 달라졌나요?
“상식적으로 안 되는 얘기였지만 그 당시에는 대안이 없었습니다. 어쨌든 위기를 넘겨야 한다고 생각했죠. 당이 쪼개지거나 하면 안 되니까요. 당시 전 정치를 잘 몰랐고 제가 보기에도 그렇게 통과를 안 시켜줬다간 큰일 나겠더라고요. 좌파 정권에 나라를 또 맡길 수는 없지 않습니까. 포퓰리즘의 딜레마랄까 포퓰리즘의 블랙홀에 빠졌던거죠.”
-세종시 문제가 포퓰리즘이라고 보시는 거죠?
“당연합니다. 수도 이전 자체가 노무현 대통령의 고뇌에서 나온 게 아닙니다. 선거에서 이겨야 되니까 들고 나온거고 현재에서 그게 관습법에 어긋난다고 해서 부결되니까 그걸 피하기 위해 거기에 유사한 반쪽 수도 이전을 급하게 만든 게 행정수도, 행복도시법이었어요. 이것보다 더 명확한 포퓰리즘이 어디 있습니까.”
-지금 박 전 대표가 고집을 부리는 것도 포퓰리즘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포퓰리즘은 아니죠. 박 전 대표는 공학도 출신입니다. 1+1=2인 사람이죠. 자기가 약속을 했으니 지켜야 한다는 입장인 게 맞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유연성·상상력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강도 없는데 다리 놔주겠다고 하는 공약보다 더 나쁜 건 당선되니까 공약 지켜야 된다고 강도 없는데 진짜 다리 놔주는 거예요. 자기 자신이 오해를 받고, 약속 안 지키는 사람으로 남는게 나라를 위해서는 더 도움이 될 때도 있습니다. 이 나라와 사회를 위해서 좋은 거라고 생각하면 약속을 못 지킨 박근혜로 남는게 더 훌륭할 수도 있다는 거죠.”
“2000년 MJ의 친필 편지에 감동”
정문준 당대표 체제하에서 그는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으며 친MJ(정몽준)계 의원으로 분류됐었다, 지방 선거로 당대표를 사임한 MJ에 대한 평가가 궁금했다.
-정몽준 전 대표의 리더십 문제가 도마에 올랐었습니다.
“저는 최선을 다했다고 봅니다. 본인이 한나라당에 완전히 뿌리내리지는 못했기 때문에 공천에 개입도 못했어요. 결과까지 안 좋아 참담했죠.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분이라면 오히려 지금 승승장구하는 것보다 좀 더 담금질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는 글로벌리스트이자 외교통상에 굉장히 해박한 인물입니다. 재벌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단점이긴 하지만 미래 리더의 좋은 자질을 많이 가지고 있는 분입니다.”
-정치를 하기 이전에 두 분은 인연이 있으셨나요?
“제가 어떤 신문에 축구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어느 날 정 대표에게서 친필 편지가 왔어요. 2000년으로 기억해요. 당시 정 대표는 축구협회 회장이었는데 축구에 대해 좋게 써줘서 고맙단 내용이었죠. 개인적으로 한번도 본 적 없는 분이 그렇게 친필 편지를 보내주어서 좋은 기억으로 남았어요.”
-2002년 대선 때도 인연이 있던 것으로 압니다.
“아는 선배가 정 대표 캠프에서 일했는데 TV토론이나 연설 원고 좀 봐 달란 말에 돕게 됐죠. 2002년 두세 달 동안 대통령 선거를 직접 보면서 많은 공부를 했죠. 그때 대변인을 맡아 달라는 등의 제의도 있었는데 당시에는 정치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모두 거절했던 겁니다. 그때 많이 미안했어요.”
여전히 “노무현 정권”에 대한 화가 풀리지 않은걸까. 그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김길태·김수철 사건 등 잇달아 벌어지고 있는 아동성범죄 사건에 대해 “노무현 시절의 피의자 온정주의자가 만든 결과물” 이라는 발언을 해 주목을 받았다.
-아동성추행 관련 사건을 노무현 정권의 책임으로 돌렸는데요.
“저는 명확한 팩트를 가지고 애기한 것뿐입니다. 2006년 인권위에서 우범자에 대한 레코드나 체크·관리를 넘기지 못하게 했어요. 경찰 쪽에선 굉장한 반발이 있었죠. 흉악범죄자에 대해선 당연히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인권을 침해한다는 인권위 권고를 노무현 대통령이 받아들인 겁니다. 이번에 영등포에서 김수철 사건이 일어났는데 경찰이 말하길 그 법 때문에 김수철 이 그 지역으로 이사 온 것도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체크할 수가 없다는 것이죠. 강력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앞으로 이런 일이 더 많이 일어날 게 틀림없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분노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건가요?
“제 에너지의 대상은 분노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선 인간적으로 연민도 갖고 있어요. 그자체가 이상한 캐릭터라든가 사심이 많은 사람도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단, 대통령으로 걸맞지 않았다는 겁니다. 대통령이 훌륭한 자리이자, 직업인 이유는 이 나라 사람들에게 땀 흘린 가치, 배움의 소중함, 철학을 갖고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분은 배움을 경멸했어요. 대우건설 남상국사장 보고 뭐라고 했습니까. 좋은 대학 나오고 출세한 사람이 시골에 있는 형님이나 찾아갔다고 비난했잖아요. 그런 모습을 보며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 겁니다. 그 당시 남사장 자살이 탄핵가결에 기폭제 역할도 했다고 봅니다.”
-정치하면서 울고 싶을 정도로 가장 힘들었던 적은 언제였나요.
“지난 총선 때였죠. 선거 유세를 할 때마다 박사모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에서 쓰FP기를 던지고, 꽹과리 치고, 나중엔 민주당 후보지지 선언까지 하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었어요. 가장 참을 수 없는 건 가족이 입는 상처를 보는 겁니다. 상대 후보 쪽에서 가족에 대한 악성 루머까지 퍼뜨렸거든요. 우리 아이가 그 과정에서 상처를 많이 입었어요. 그때 진짜 많이 울었죠.<일본은 없다>소송에서 졌을 때도 힘들었어요. 굉장히 억울했죠. 아시는 분이 ‘사형선고도 아닌데 왜 그러느냐’고 위로해 줘서 힘이 됐어요. 힘들 때마다 가조고가 친구들의 위로가 큰 힘이 됐습니다.“
-패소 판정에 대해 다시 상고하실 생각이십니까?
“다시 상고했어요.”
-악플러에게 받는 고통에 이제는 단련이 되셨나요?
“단련되기 힘들죠. 다만 익명을 가지고 얘기하는 사람들의 말에 휘둘려서야 어게 정치를 하겠어요. 그동안 남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살았다는 자존감으로 견디고 있는 거죠. 배우 최진실 씨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나름대로 상처를 받았는데 그걸 견딜 수 없어 자살한 것 아닙니까. 저는 견뎌내고 싶어요. 그렇다고 그분들의 상처가 저보다 적었다거나 많았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연민도 분명 가지고 있죠.”
“정치판에서 책은 나에게 방공호”
그는 말을 잘한다. 10권이 넘는 책을 낸 저자이자, 방송 기자 출신에 대변인 경력까지 가졌다. 그의 인생에서 ‘말과 글’은 자산이자, 무기였을 것이다.
-언어에 대한 재능이 있으신 거 맞죠?
“ 사람들이 제가 대변인도 하고 방송기자 경력도 있고 해서 말을 아주 잘하고 말하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반대예요. 저는 오히려 남보다 말이 없는 사람이죠. 방송기자 시절부터 인터뷰나 방송이 아니고선 오히려 말이 없는 편이었어요. 말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고 듣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글은 저에게 위로이자, 생업이었죠. 치열한 삶이었고요.”
-책을 보니 언젠가는 제프리 아서처럼 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그동안 끊임없이 책을 내셨는데 2006년 <폭풍전야> 이후 책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조만간 책 발간 계획이 있으신가요?
“지금 쓰고 있어요. <클라라 인 홍콩>이란 제목으로 제 삶에 대한 이야기죠. 클랄라는 영세명이자 제 영어 이름이기도 해요. 예전에 홍콩에 여러 차례 갔었는데 그때 홍콩에 대해 쓰고 싶어서 정해둔 제목이죠. 올 초에 6박 7일간 홍콩 경제대표 초청으로 다시 찾았을 때 홍콩의 여러 면을 봤어요. 그때 홍콩에서 많은 위로를 받고 패소(일본은 없다)후 힘을 얻었죠. 책 내용은 홍콩 사람들과 관련해서 제 인생 스토리를 쓴 겁니다. 곧 나올 예정입니다.”
-국회의원 도서관을 가장 많이 찾는 분 중 한 분이십니다. 책이 어떤 위로가 되나요.
“저에게 오락이자, 친구이고, 먹고사는 자본이기도 했어요. 정치에 들어왔을 때 책은 제게 방공호였죠. 비난 ‧ 공격 ‧ 어려움이 있을 때 책을 읽고 있으면 안전하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나는 더 똑똑해진다’고 믿으며 이겨냈기 때문이죠.”
-어떤 책을 즐겨 읽으세요.
“요리책, 처칠의 자서전 등 다양하게 읽습니다. 소설도 좋아해요. 특히 모험 ‧ 과학소설을 좋아하죠. 특히 아트루토 페레스 레베르테의 <남부의 여왕>을 좋아하죠. 테레사라는 멕시코 여자가 주인공인데 마약 운반책으로 여왕이 되는 스토리죠. 정치권에 들어와서 그 책을 읽었는데 때로는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을 위해 잔혹해야 할 필요도 있다는 걸 가르쳐준 책입니다.”
-올해 안에 꼭 하고 싶은 정책이 있나요
“영등포역에 KTX를 정차시키고 싶은 거요.(웃음) 영등포 구민에게 항상 고맙게 생각합니다. 힘든 시기에 날 선택해준 분들이니까요. 만약 제가 지역주민에게 선택을 못 받았다면 많은 사람이 손가락질했을 겁니다. 선거를 치르면서 큰 상처를 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겨낼 수 있었던 건 결국 난 선택받았단 생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 진정성을 믿어준 그분들에게 감사해서 더 열심히 뛰어다녀요.”
그는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다시 박근혜 전 대표 이야기를 꺼냈다. 여전히 마음의 짐이 남아 있는 듯 했다.
“많은 사람이 제가 박 전 대표에게서 돌아선 것으로 오해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해해줄 거라 믿습니다. 제 정치 인생이 순탄치 않고,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선택을 많이 하기도 했지만 그 선택이 내 자신을 위한 선택은 아니었다는 것, 그것 하나는 꼭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위의 글은 '월간중앙'과의 협의하에 올려드리며
저작권은 '월간중앙'에 있습니다.
* 위의 사진은 의원실에서
촬영한 사진입니다!
출처 전여옥의OKtalk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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