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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사태가 남긴 숙제, KBS 사장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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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눈 부릅뜨고 KBS 차기 사장 선임을 지켜봐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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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은 갔지만 KBS는 남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의를 밝혔던 정홍원 국무총리의 유임을 확정하면서 신임 총리 임명을 둘러싼 파문은 허무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 과정에서 드러난 언론의 부조리는 우리 곁에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악의를 품은 언론의 왜곡보도, 잘못된 정보에 의한 마녀사냥과 여론재판, 진실을 은폐하는 데 앞장선 정치, 무너진 원칙에 무릎을 꿇은 정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병폐를 극단적으로 보여줬던 ‘문창극 사태’는 현재 이 나라의 근본적인 위기가 어디서 오는 것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주모자이자 공범자인 언론에 의한 완벽한 타살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문창극 사태는 우리 언론이 현재 어떤 위기에 놓여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그 정중앙에 문창극 저격수, KBS가 흉측한 모습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희생양이자 피해자인 문창극씨는 외롭게 퇴장하게 됐지만, KBS에 대한 국민의 심판은 이제 막 시작됐다. 한 시간이 넘는 교회 강연의 문맥을 자르고 표면적 발언 몇 개를 이어 붙여 민족주의자에 가까운 그를 친일파로 둔갑시킨 대가를 아마도 톡톡히 치를 것이다. KBS의 보도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하겠다고 하니 좌파진영이 “언론탄압”이라며 길길이 날뛰지만 심의를 요구한 것은 정권이 아닌 국민이다. 현 정권은 방송과 신문으로부터 잔인한 린치를 당하던 문창극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밀어내고 모른 체하기 급급했다. 그런 모습은 많은 국민의 분노를 더욱 부채질했고, 왜곡보도를 무기로 한 사람의 인생을 난도질한 KBS에 대한 문제의식을 키웠다. KBS의 보도가 전체취지를 왜곡하지 않았다는 새빨간 거짓말로 좌파진영에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사기꾼과 같은 언론학자와 함께 이 사태를 즐기는 듯한 언론노조의 교활한 웃음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다.
KBS 사장이 반드시 갖춰야 할 것, 전문성과 합리성을 갖춘 원칙주의자
길환영 사장이 내쫓기고 난 자리에 어떤 인물을 앉혀야할지 그 답은 너무나 분명하다. 길 사장이 KBS 개혁보다는 현실 안주에 신경을 쓰다 결국 노조에 의해 목이 날아갔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노조에 잠식당한 인사권 등 경영권을 되찾고 사실상 노조 손아귀에 잡혀있는 편성권 등을 되찾아 KBS가 정상적인 방송, 살아있는 언론기능을 할 수 있도록 원칙과 뚝심을 가진 인물이여야만 한다. 노조와도 잘 지내고 정권에도 적당히 잘 보여서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착각으로 처세에만 신경을 쓰는 자가 사장으로 임명된다면 KBS 사장 자리는 그에게 가장 위태로운 자리가 될 것이다. 그런 얄팍한 계산으로는 단 하루라도 자리에서 버티기 어렵다. 그러자면 전문성은 필수이고 더불어 노조의 억지와 선동에 쉽게 나가떨어지지 않는 강한 근성도 필요하다. 그런 근성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이념이 아니라 상대를 논리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합리성이다. KBS 사장은 그 어떤 자리보다 합리적 덕목이 요구되는 자리다.
필자는 그런 이유로 단지 우리 편이라서, 우파라서, 정권에 대한 충성심이 높아서 어떤 이를 KBS 사장으로 임명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전문성도 없고 노조의 억지를 논리적으로, 합리적으로 제압할 능력도 없으면서 운이 좋아 낙하산으로 사장 자리에 앉을 경우 오히려 자신의 부족한 실력을 감추기 위해, 자리를 보존하기 위해 노조와 적극적으로 야합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어느 덧 커다란 위협이 된 언론노조의 부조리와 모순을 깰 수 있는 자는 전문성과 함께 합리성을 갖춘 인물이다. 자질은 부족하면서 과도하게 이념에만 경도돼 있는 인물도 KBS 개혁을 주도해야할 사장으로 적합하지 않다. KBS 개혁을 위해 사장이 반듯이 갖춰야 할 게 원칙인데 그 원칙이란 바로 보편타당한 상식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원칙만 있다면 노조의 그 어떤 비판이나 음해에도 당당히 대처해나갈 수 있다.
KBS 사장 물망에 오른 인물들을 두 눈 부릅뜨고 살펴야
KBS 독립을 위해서는 사장선임제도를 바꾸고 사장추천위원회 등을 둬야한다는 좌파진영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건 다시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KBS의 구조적 모순, 구성원들인 언론노조의 실체가 바뀌지 않는 이상은 사장 선임제도를 어떤 식으로 바꾸든 간에 문제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개혁의 칼날 없이 KBS 내부의 암 덩어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KBS 사장 선임 절차에 들어간 현재 사장감으로 거론되는 인물 (강동순(전 KBS 감사), 고대영(전 KBS 보도본부장), 권혁부(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김병호(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 김종율(전 KBS 보도본부장), 류현순(KBS 방송부문 부사장), 이동식(KBS비즈니스 감사), 이몽룡(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 이병순(한국방송협회 회장), 이상요(KBS PD), 이정봉(KBS비즈니스 사장), 전홍구(KBS 부사장), 조대현(KBS미디어 대표이사), 진홍순(전 KBS 이사), 차만순(EBS부사장), 홍성규(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가운데 과연 어떤 사람이 원칙을 가지고 합리적으로 KBS를 개혁할 수 있는 인물인지 모두가 눈을 부릅뜨고 살펴야 하는 이유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출처;폴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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