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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만명이 쓴다… 소셜미디어는 '증거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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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백건 기자 신수지 기자
입력 : 2018.05.03 03:01
날마다 올리는 글과 사진, 보이스피싱·선거사범 등의 수사와 재판서 핵심 역할
서울에 사는 김모씨는 올해 초 법원에 파산 신청서를 냈다. 김씨는 "인터넷 상거래 사업이 망해서 진 빚
수억원을 도저히 갚을 수 없다. 재기를 위해 빚을 탕감해달라"고 했다. 그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던 법
원 파산 관재인(변호사)은 그의 소셜미디어(SNS)에서 이상한 사진들을 발견했다. 그가 파산 신청 직전
해외 관광지와 국내 레스토랑에서 찍은 가족 사진이었다. 조사 결과 그는 딸 명의로 인터넷 상거래 사
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법원은 '사기 파산 시도'라고 판단해 그의 빚을 탕감해주지 않았다.
경기도에 사는 문모(19)씨는 고등학교 3학년이던 지난해 5월 지인들과 짜고 노인과 여성들을 상대로
보이스피싱(전화 금융 사기)을 벌였다. 몇 달 만에 1억2000만원을 손에 넣었다. 범행 당시 미성년자였
고 전과가 없었지만 법원은 그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그의 소셜미디어 사진이 중
요한 이유 중의 하나였다. 재판부는 "사진들 속에는 문씨의 행복한 모습이 담겨 있다. 그러나 그의 범행
으로 큰돈을 잃은 피해자들의 고통은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라고 했다.
소셜미디어가 재판과 수사에서 핵심 증거로 사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의 소셜미디어
에 글과 사진을 올려 일상을 기록하는 경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구정우 성균관대 교수)
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인터넷 이용자의 68%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인터넷 이용자가 4500만명 선인 것을 감안하면 국내 인
구의 60% 정도인 3000만명이 소셜미디어를 쓰고 있다는 얘기다.
수천만명이 소셜미디어에 매일 남기는 방대한 글과 사진, 각종 자료들은 법원과 수사기관 입장에선 '증
거의 바다'인 셈이다.
소셜미디어는 선거 등 공안사건 수사에서도 이미 한몫하고 있다. 유모(26)씨는 지난해 5월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았다. 선거법 위반 혐의라고 했다. 조사 당일 검사는 그에게 사진 한 장을 내보였다. 유
씨가 작년 5월 5일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때 기표소 안에서 지지하는 후보 칸에 도장을 찍은 투표 용지
를 휴대폰으로 촬영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이었다. 자기가 찍어 올린 사진이 자신의 유죄를 입증하
는 증거로 돌아온 것이다. 그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돈 문제를 두고 다투는 민사소송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 동포 오모씨는 2014년 가구 공장에서 일하다
기계에 팔이 끼어 오른팔을 잃었다. 공장주는 법정에서 "기계에 안전장치가 돼 있었다"며 오씨의 과실
이 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씨가 사고 며칠 전 근무 현장에서 찍어 소셜미디어에 남긴 사진이 그 주
장을 뒤집는 증거가 됐다. 사진 속 기계에는 안전장치가 없었다. 법원은 작년 7월 공장주에게 "오씨에
게 2억1800만원을 물어주라"고 판결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출처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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