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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 묶인 한국 사이버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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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흔 문화1부 차장
입력 : 2018.01.31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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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흔 문화1부 차장
요즘은 범죄자들도 소셜미디어를 불법 행위에 활용한다. 미국 시카고 경찰은 최근 페이스북 비공개그룹
을 이용해 마약과 총기를 거래한 일당 50여 명을 적발했다. 수사관들은 허위 계정을 만들어 폐쇄 그룹
에 합류한 뒤 수개월 동안 메시지를 모니터링해 증거를 잡아냈다. '비밀공작'을 벌여 범인 색출에 성공
한 것이다.
소셜미디어를 무대로 펼쳐지는 범죄와 스파이 활동을 찾아내는 것은 세계 각국 수사 기관의 최첨단 숙
제가 됐다. 러시아 친(親)정부 단체로 알려진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RA)는 2015~2017년 미국 내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가짜 게시물 8만여 건을 전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서였다. '텍사스의 심장' '미국무슬림연합' '흑인주의자'처럼 소수자 단체로 위장한 계정 수십 개를 만들
어 여론을 조작하기도 했다. 이는 모두 지난해 11월 미 상원 청문회에서 드러난 내용이다.
러시아는 백인 우월주의 단체와 흑인 단체가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갖도록 페이스북에 집회 공지를 올
려 충돌을 유발하기도 했다. 이는 그냥 드러난 게 아니라 수사 당국과 언론이 '공작'을 벌여 밝혀낸 것들
이다. CNN이 찾아낸 한 흑인 인권 단체의 경우, 회원으로 위장(僞裝)한 취재진이 이들로부터 입수한 문
서를 분석해 러시아어를 기본 언어로 설정해 놓은 컴퓨터에서 작성됐음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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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DB
우리의 소셜미디어 공간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국내 한 보안 전문가는 "사드 찬반 여론이 들끓었을 때 반
(反)사드 댓글을 단 사람들이 다 한국인이라고 생각하느냐"고 했다. 러시아가 미국 내 흑인이나 무슬림
등 소수자 단체로 위장한 것처럼 북한이나 중국도 국내 단체로 둔갑해 여론을 충분히 조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계정을 찾아내려면 직접 가입하고 반대 의견을 올려 반응을 보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여야
한다. 이른바 '공작'이 필수적이다. 일부 유럽 국가에선 사이버방위군이 이런 활동을 한다. 반면 우리는
'댓글 공작' 수사로 인해 이런 활동 자체가 금기시되고 있다.
군 사이버 사령부의 국내 정치 개입은 명백한 잘못이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습을 수수방관하
는 건 참 답답한 일이다. 북한은 미국·중국에 이어 이스라엘·러시아와 맞먹는 사이버전(戰) 능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를 바탕으로 2014년 11월 소니 픽처스를 비롯해 온갖 해킹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
고 있다. 최근 5년간 통일부 및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한 공식 해킹 건수만도 4193건으로 집계됐다. 최
근 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를 단골로 노리는 세력도 북한이다.
북한이 우리 사이버 공간을 안방 드나들 듯하는데, 우리는 이들을 감시해야 할 기관들의 손발을 묶어 버
린 셈이다. 누가 가장 좋아할까?
출처 : 조선닷컴 데스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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