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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 敵’ 표현은 국방의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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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 이북 찬탈한 정권과 軍 헌법으로도 현실도 분명한 적 삭제는 국군 정신전력 無力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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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표현 않은 결과는 ‘北核 갑질’
‘2018 국방백서’ 거르지 말고
반드시 명확하게 적시해야
박두진 작사, 김동진 작곡인 ‘6·25의 노래’는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조국을 원수들이 짓밟아오던 날을／ 맨주먹 붉은 피로 원수를 막아내어／ 발을 굴러 땅을 치며 의분에 떤 날을’ 하고 시작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 시(詩)도 지은 어느 시인이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그 날을／ 조국의 산하가 두 동강 나던 날을／ 동포의 가슴에다 총칼을 들이대어／ 핏물 강이 되고 주검 산이 된 날을’로 바꾼 ‘신(新) 6·25의 노래’가 한때 일각에 퍼졌었다. ‘자유를 위하여 싸우고 또 싸워서／ 다시는 이런 날이 오지 않게 하리’하는 대목은 ‘민족의 공적과 싸우고 또 싸워서／ 통일의 그날이 기어이 오게 하리’로 개사했다. 그 노래로 인해 ‘6·25의 노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 금지곡이었다는 헛소문이 한 군소 매체 보도를 계기로 확산된 적이 있다.
아직도 그 가짜뉴스를 사실인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지만, 역대 정부가 주관한 6·25 기념식에서 ‘6·25의 노래’를 부르지 않은 적은 없다. 올해 제68주년 기념식에서도 합창했다. 북한 정권과 북한군의 침략 사실을 가슴에 깊이 새기고,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그런 적(敵)과 싸워야 한다는 당위성은 정권 성향이 보수든 진보든 다를 수 없기 때문이다. 호국(護國)의 최후 보루인 국군(國軍)은 더 말할 나위 없다.
그런데 국방부는 ‘국방백서’와 ‘군 정신전력 교육 기본 교재’의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敵)’ 표현 삭제를 추진한다고 한다. 국군의 정신전력 무력화(無力化)를 자초하는 발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인 지난해 4월 19일 토론회에서 “북한이 우리 주적이냐”는 질문에 “(주적 지칭은) 국방부가 할 일이지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다”고 대답했다. 그다음 날 다른 자리에서는 “각 부처가 북한을 대하는 입장이 달라야 한다. 국방부는 적으로, 현실적인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면서 국방에 만전을 기해야 하고, 통일부는 대북 제재에 공조하면서도 남북 간의 별도 대화에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적어도 국방부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적이라고 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에서 “저는 ‘대한민국 영토·영해·영공을 침범·위해(危害)하거나,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자는 모두 적으로 간주한다’고 ‘적’을 정의했고, 그렇게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면서도 삭제 여부는 얼버무렸다. “북방한계선(NLL)과 군사분계선(MDL)을 침범 또는 위해하는 것이 적이라면, 북한밖에 없다”는 지적에 “중국 어선도 있다”며 본질을 비켜 가는 엉뚱한 말로 둘러대는가 하면, “북한도 적이라고 말해야 한다”는 거듭된 다그침에 마지못해 “당연히 적이다. 위해를 가한다면”이라고 했다.
헌법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이며 ‘국군은 국가의 안전 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임무 수행이 사명’이라고 적시했다. 휴전선 이북을 찬탈(簒奪)하고 있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당연히 국군의 적이다. 북한의 최고 규범인 노동당 규약 전문(前文)은 ‘당면 목적’에 대해 ‘적화 통일’을 의미하는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 해방과 인민민주주의 혁명 과업 완수’라고 여전히 못 박고 있다. 고대 로마시대 금언인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에 비춰서도, 국군은 ‘북한 정권과 북한군= 적’을 항상 가슴에 새기고 훈련해야 한다. 전쟁 중인 적과도 대화는 필요하지만, 대화하더라도 적은 적이다. 북한 김정일도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당시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군대에서 ‘주적’이니 ‘적들’이니 하는 표현을 사용하는 건 당연한 겁니다. 군대 앞에 있는 것이 적이지 아군이겠소? 군인들에게는 적개심을 교육하는 게 당연한 거지요”. 그럼에도 김 전 정부는 북한 정권 비위를 더 맞추기 위해 2002년 ‘국방백서’를 발간하지 않았고, 노무현 전 정부는 2004년과 2006년에 ‘직접적 군사위협’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 등으로 우회해 ‘주적’도 ‘적’도 기피했다. 그 결과가 뭔가. 끝내 김정은은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한반도 비핵화’ 허울 아래, 문 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를 상대로 사실상 ‘북핵(北核) 갑질’을 하기에 이른 것 아닌가. 국방부는 예정했던 올해 ‘2018 국방백서’ 발간을 걸러서도 안 되고, 국방의 기본 개념인 ‘적’ 적시(摘示)를 삭제해서도 안 된다.
출처;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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