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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안보 불안 키운 외화내빈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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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영 서울대 명예교수 국제정치학
안보에는 제2의 기회가 없다. 문재인 정부의 안보 정책과 행태는 진취적·의욕적으로 보이나, 반면에 위
험하고 우려스러워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분기점으로 국제 무대에서 각광받
는 성과를 거뒀으나,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을 과소평가하고 남북 관계에서 조급함을 드러냈다. 한국
사회 분열 심화와 미·일과의 심각한 엇박자를 냈다. 지나친 선 순환적 남북 관계 개선이 대한민국 안보
를 악화시키고 있다. 말 그대로 외화내빈(外華內貧)이다.
격변기에 생존하려면, 한국은 북·미의 안보 환경과 협상 의도 및 전략·전술 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
다. 북한의 집요한 핵·미사일 개발 목적 및 협상 전략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북한은 작지만 결
코 무시 못할 군사대국이다. 대북 관여와 협상은 신중을 기하고 지나친 낙관론이나 기대를 버려야 한
다.
미국은 아프간 등 중동지역에서 계속 국력을 소모하고, 중·러의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프랑스·독일 등
유럽연합(EU) 맹방들과 갈등을 빚고, 미국 내 분열 현상도 심각하다. 미국은 초강대국 나름의 대북 목
표와 전략이 있고, 제재(채찍)와 당근을 사용해 북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 한·미 간의 입장 및
견해차가 있을 경우, 미국은 우리에게 설득, 강압, 한국 패싱 등 다양한 방법을 구사할 수 있다. 북핵·미
사일은 미국에 하나의 중요한 과제이나, 한국에는 사활적 중대사다.
싱가포르 아세안(ASEAN) 정상회담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15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만난 자리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고 지금의 상황을 만든 것은 전적으로 강력한 한·미 동맹의 힘”이라고 말
했다. 펜스 부통령도 동의하면서, 북한이 신고서 제출 등 비핵화에 먼저 성의를 보이면 평화 체제 구축
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단, 그는 북한이 ‘완전 비핵화’(CVID)를 이뤄야 하고,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
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중간선거 이후 달라진 미국의 입장과 여론에 민감해야 한다. 미국은 한국의
지나친 대북 교류 협력 추진에 불만이며, 자국 전략과 속도에 맞춰 나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한국이 미
국의 제재 동참 및 사전 협의 요청을 등한시하고 북한과의 교류 협력에만 연연한다면, 한국은 보다 강
한 미국의 압력과 패싱에 직면할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 국익을 우선하고 손익계산에 밝은 만큼 각별한 대비가 필요하다. 문 정부는 미국과 다른
접근법을 선호한다. 북한을 신뢰할 수 있다고 보려 하나, 미 행정부와 대다수 전문가의 견해는 회의적
이다. 한국은 생존·발전을 위해 누굴 택할지 잘 판단해야 한다. 북한은 제재 완화를 원하나, 핵을 쉽게
포기하려 들지 않는다. 미국은 ICBM 위협이 해결되면 대북 제재나 군사적 옵션을 보류할 수도 있다.
‘삭간몰’ 에피소드가 말해 주듯, 트럼프 행정부는 나름의 파악과 득실계산을 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
의 협상 경험이 풍부한 나라다. 불행히도 한국의 미·북 양국에 대한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최근 남북은 시범으로 각각 11곳씩 감시초소(GP) 병력과 화기 철수를 완료했고, 이달 내로 모두 폭파·
해체하려 한다.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에 이어, 9·19 남북 군사합의로 서해 북방한계선(NLL) 및 휴전
선 일대 정찰비행마저 어렵게 됐다. 북핵 해결이 요원하지만, 문 정부는 객관적 현실을 외면한 채 무책
임한 안보 태세 약화를 부인하고 있다. 문 정부는 국가 안보가 온 국민의 사활 문제임을 명심하고 대북·
대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출처;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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