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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이면 창업 가능"… 英런던 벤처기업 4년새 2배(9만개) 늘며 고용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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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이성훈 특파원
입력 : 2014.07.03 03:01
[英 경제 살린 내수 진작책]
법인세 23%… 선진국 중 최저, 창업 절차도 크게 간소화 영향
1분기 유로존 최고성장률 기록
전체 비용의 5%만 있으면 10억원 이하 집 구할 수 있어
내수확대 통한 성장 파이 키워 경제 전체가 선순환 구조 재편
지난달 영국 정부는 두 가지 '경제 낭보(朗報)'를 발표했다. 올 2~4월 실업률이 6.6%로 2009년 이후 5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는 것과 올 1분기 경제성장률(0.8%)이 5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며 최근 16년 중 가장 긴 성장세를 보였다는 소식이다.
두 수치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과 견줘보면 '군계일학(群鷄一鶴)'이다. 영국 실업률은 유로존(11.7%)의 절반인 반면, 1분기 성장률은 유로존(0.2%)의 4배인 것이다. 영국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을 이겨내고 완전 회복했다는 방증이다. "영국 경제의 요즘 활력은 수출이 아니라 강력한 내수 부흥(復興) 덕분"(영국 FT·파이낸셜타임스)이라는 평가가 잇따른다.
◇4년 새 벤처기업 두 배…創業 붐
지난달 25일 런던 동부의 '올드 스트리트' 지역. 대형 로터리 주변의 현대식 고층 건물과 뒷골목의 낡은 건물이 뒤섞여 있는 곳이다. 이 지역의 본힐 스트리트에 들어서자 허름한 7층짜리 벽돌 건물이 보였다. 1층 유리창의 '구글' 로고만 없다면 영락없이 쇠락한 아파트형 공장이다. '구글 캠퍼스'로 불리는 이곳은 구글이 "벤처기업을 육성하겠다"며 2년 전 만든 일종의 창업지원센터. '제2의 구글'을 꿈꾸는 벤처기업 100여 곳이 입주해 있다.
영국은 정부의 과감한 성장 정책 덕분에 유로존 국가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위 사진은 쇼핑객들이 영국 런던의 대표적 명품 거리인 나이트브리지를 지나는 모습. 아래 사진은 젊은 창업 기업들이 몰려드는 영국 테크시티의 구글 창업지원센터 ‘구글 캠퍼스’
영국은 정부의 과감한 성장 정책 덕분에 유로존 국가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위 사진은 쇼핑객들이 영국 런던의 대표적 명품 거리인 나이트브리지를 지나는 모습. 아래 사진은 젊은 창업 기업들이 몰려드는 영국 테크시티의 구글 창업지원센터 ‘구글 캠퍼스’. /블룸버그·이성훈 특파원
인근 섀프츠베리 애브뉴에는 섬리(Summly)라는 벤처기업이 있다. 뉴스를 요약해 제공하는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 회사로 10대 사업가 닉 댈로이시오(19)가 2011년 세웠는데, 지난해 미국 야후사(社)가 3000만달러(약 302억원)에 인수해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구글 캠퍼스에서 섬리까지 가는 도보 20분 거리 곳곳엔 IT(정보통신기술)·미디어·디자인 등 기술력과 창의성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기업 약 3000개가 둥지를 틀고 있다.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테크 시티(Tech City)'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만 약 5만명을 헤아린다.
'테크 시티'는 경제위기로 일자리를 찾기 힘들어진 젊은이들이 "임차료가 싼 지역에서 사업이나 해보자"며 하나 둘씩 모여 조성됐다. 하지만 지금은 '더 시티'로 상징되는 금융업의 부진을 메우며 영국 경제의 '신형 엔진'이 됐다.
2010년 5만개이던 런던의 벤처기업은 현재 약 9만개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젊은 리더십·세금 인하…'신바람'난 기업
유럽 주요국 연도별 경제성장률 그래프
영국 경제에 새 바람을 몰고 온 주역은 데이비드 캐머런(48) 총리와 조지 오스본(43) 재무장관이다. 2010년 총선에서 40대 초반의 나이에 총리가 된 '젊은' 캐머런은 당시 30대였던 오스본을 재무장관에 발탁해 경제회생 드라이브를 걸었다.
두 사람은 '창업 생태계'에 숨통을 터주기 위해 창업의 입구와 퇴로를 활짝 개방했다. 먼저 '1시간이면 회사를 세운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창업 행정 절차를 간소화했다. 정부 사이트에 접속해 회사 이름과 주소, 자본금 등 기본 정보만 입력하면 끝이다. 자본금 제한도 없어 1파운드(약 1730원)로 세운 회사가 수두룩하다. 폐업 때도 경영자는 자본금에 한해서만 책임을 지도록 했다. 파산에 대한 두려움 없이 회사를 세우고, 실패하더라도 재창업에 쉽게 도전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기존 기업에 대한 지원도 강화했다. 법인세가 대표적이다. 현재 미국의 법인세는 39.1%이지만, 영국은 23%다. 이를 내년부터는 20%로 내린다. 영국에 본사를 두면 해외에서 발생한 매출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법인세 인하와 해외 매출 세금 면제는 외국 기업을 영국으로 흡인하는 효과를 낳았다. 세계적인 보험회사 에이온(Aon)은 2년 전 본사를 시카고에서 런던으로 옮겼다. 석유 시추 기업 엔스코와 자동차 부품회사 델파이도 미국에서 영국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런던 소재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앤드영(Ernst & Young)은 "앞으로 18개월 동안 60여개 다국적기업이 본사를 영국으로 옮길 것"이라며 "영국에 5000개의 일자리와 10억파운드(약 1조7200억원)의 추가 세수(稅收)가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감한 건설 景氣 부양
민간 소비 진작을 목표로 영국 정부는 지난해 먼저 건설·부동산 경기 회생에 착수했다. 부동산 활황이 일자리는 물론 집값 상승에 따른 소비 활성화를 촉발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작년 4월 도입한 '헬프 투 바이(Help to Buy)'라는 주택 구입 지원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집값의 5%만 있으면, 60만파운드(약 10억원) 이하 주택을 살 수 있게 했는데, 집값의 나머지 20%는 정부가, 75%는 금융기관이 각각 빌려준다. 특히 구입 후 첫 5년은 이자(利子)를 전액 면제하는 파격 조건을 내걸었다. 이 제도로 올 4월 말까지 1년간 영국의 부동산 가격은 평균 9.9% 올랐고 올 1분기 가계 지출은 0.8% 늘었다. 남희용 주택산업연구원장은 "우리나라의 침체된 내수 경기를 살리려면 영국처럼 발상의 틀을 깨는 시장 부양책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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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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