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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지마, 韓·美 FTA 재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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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위재 산업1부 차장
입력 : 2017.04.0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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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위재 산업1부 차장
대표적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파로 알려진 한 대학교수는 2007년 강연회에서 '한·미 FTA 이
후 생활 속 지혜'라면서 과격한 야유를 쏟아냈다. 자동차는 대형 미국 차를 사고, 가정상비약으로 양잿
물을 준비하며(광우병 원인 물질로 알려진 프라이온 단백질을 녹이는 유일한 처방은 양잿물이라면서),
약값 오르기 전에 미리 약을 많이 먹어두라고 했다. 풍자와 과장을 섞은 우스개였겠지만 누군가에겐 섬
뜩하게 들렸을 것이다. 이런 협박과 공포를 숙주(宿主) 삼아 타오른 게 이듬해 '광우병 사태'였다.
올해로 한·미 FTA는 발효 5주년을 맞았다. 당시 "미국에만 이익이 되는 협상안" "우리 법과 제도와 관
행을 미국식으로 뜯어고치는 굴욕적 주권 침해"라면서 흥분했던 정치인과 지식인들은 지금 잠잠하다.
한·미 FTA를 둘러싸고 난무했던 온갖 음모론과 비관론도 돌아보면 '광우병 괴담'처럼 어이없는 게 많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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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미 FTA 발효 5주년 기념 리셉
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민재 엠슨 회장(무역협회 비상근 부회장), 조해
형 나라홀딩스 회장(한미경제협의회 부회장), 존 슐트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 김인호 무역협회 회
장, 제프리 존스 미래의동반자재단 이사장(前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마이크 조 코스트코 코리아 사
장. /무역협회 제공
한·미 FTA 5년 성과를 통계로 돌아보니 전반적으로 한국에 이익이었다. 적어도 손해는 아니었다. 대미
(對美) 수출은 늘었고,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전보다 커졌으며 양국 간 교역량도 증가했다. 농산물과 소
고기 수입이 많아지긴 했지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아무리 비판적으로 봐도 반대파가 부르짖었
던 것처럼 재앙은 아니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자꾸 '불공정 협상'이라면서 재협상을 암시하는 걸
보면 눈치 챌 수 있지 않은가. 진보 진영으로 꼽히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비판·반대하는 쪽에서 위험
을 과대평가했거나 우리 사회에 미치는 의미를 잘못 이해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손열 연세대 교수
는 "FTA 자체는 망국으로 가는 길도 아니고 복음도 아니다"면서 "조금 더 냉정하게 봐야 한다"고 했다.
냉정하게 봐
같은 초강대국과 협상해서 과연 뭔가 얻어낼 수 있을까. 자유무역 광풍에 휩쓸려 신자유주의 식민지가
되는 건 아닐까. 5년이 지나고 보니 공연한 걱정과 불필요한 열등감에 사로잡혔다는 생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FTA 재협상을 놓고 겁준다고 지레 쫄 필요 없다. 재협상에 들어가려면 미 의회 비준이
필요한데 공화당·민주당 모두 탐탁지 않은 표정이다. 미 정부 통상 무역 라인은 FTA 효과를 놓고 의견
이 엇갈리고 있으며, 핵심 부처인 무역대표부(USTR) 인선은 답보 상태다. 설사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
쳐져 재협상 테이블이 놓인다 하더라도 이런 상대방 혼선을 역이용, 주도권을 잡고 협상 판을 흔든다면
얼마든지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다만 과거처럼 FTA 찬반을 두고 우리끼리 치고받느라 노력과 정성을 허비하는 우(愚)만 재현하지 않는
다면 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 정부에 그 정도 역량은 있다고 믿는다. 관건은 그 역량을
한데 집중할 수 있느냐이다.
출처;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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