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요강을 뒤엎는 과일?
|
|
나들이 클럽의 회원들-총회를 마치고 회식 장소에서 기념 촬영
'나들이'를 풀이하면 '집을 떠나 가까운 곳에 잠시 다녀오는 것'이다. 누구나 마음먹으면 언제든지 행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나들이'도 있다. 우리속담에 '새 며느리 친정 나들이'라는 말이 있다. 새로 시집온 며느리가 '친정에 한번 다녀오겠다고 벼르면서도 떠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간다고 벼르기만 하고 떠나지 못함을 비유한 말이다. 요즈음과는 사뭇 다른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다.
필자가 후쿠오카(福岡)의 '나들이 클럽'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89년. 그들에게 이러한 '나들이'의 의미를 설명했던 것이 인연이 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 후쿠오카(福岡)의 '나들이 클럽' 회원 30명이 산골마을인 전라북도 고창군(高敞郡)을 다녀왔다고 했다. 이들은 후쿠오카에서 배를 타고 부산에 도착하여, 3시간이 넘는 버스길을 달려 고창군(高敞郡)을 찾은 것이다.
1989년에 결성된 '일한교류하카다회(日韓交流博多會)'- 일명 '나들이 클럽'은 창립 20주년 기념 특집호(통권 17호)에 고창군과 복분자 이야기를 가득 담았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복분자 냄새가 넘쳐나는 듯 했다.
복분자(覆盆子) 마을을 찾은 이유
 복분자전문가들은 복분자(覆盆子)와 산딸기를 구분하지만, 일반인들은 쉽게 구분하기가 어렵다. 일본인들도 복분자(覆盆子)를 나무딸기로 이해하고 있다. 즉, 산딸기라는 것이다. 아무튼, 산딸기는 일반딸기와는 다른 희귀함과 신비스러움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일까? 아동 문학가이자 시인인 이원수(1911-1981)님은 '산딸기'를 '영화로운 눈동자'라고 했다.
<.....우거진 덤불 속에 아, 아/ 저 작은 불송이를/ 가시 줄기 사이로 죄짓는 듯 딴다/ 보드랍고 연해 조심스러운 산딸기.......작아도 빨간 딸기송이는/ 덤불속에 열린 영화로운 눈동자/ 우리도 저런 것이 될 수 없을까?......>
일본인들도 '영화로운 눈동자'가 되기 위해서 복분자(覆盆子) 마을을 찾았던 것일까? 필자는 이들이 서울이나, 부산이 아닌 전라북도 고창까지 갔다는 사실이 신기해서, '나들이 클럽'의 회장인 사카구치(坂口隆義, 63세/ 언론인) 씨에게 물었다.
"3년 전 한국관광공사의 주선으로 전라북도 고창군의 특산품이 후쿠오카의 축제에서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그 후 후쿠오카 사람들이 고창군의 복분자(覆盆子) 축제에 초청되었고, 회장인 제가 다녀온 후 회원들에게 권유하여 단체로 다녀오게 되었습니다"고 했다.
사카구치(坂口) 회장도 복분자(覆盆子)가 건강에 좋은 산딸기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복분자(覆盆子)에 담겨있는 그윽한 뜻을 완벽하게 소화하지는 못하는 듯 했다.
사실, 복분자(覆盆子)를 일본말로 바꾸어 부르기도 어렵다. 오히려 '복분자' 그대로가 좋다. 필자도 고창군을 다녀온 몇몇 사람들과 전화를 돌리다가 복분자(覆盆子)의 의미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진땀이 났다.
'넘칠 복(覆), 요강 분(盆)'을 설명하기도, 그 뜻을 이해시키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60대 인 사카구치 다카요시(坂口 隆義, 63세) 회장이나 와타나베 아키라(渡邊 章, 62세) 부회장은 '요강 분(盆)'에 대해서 쉽게 알아들었다.
일본에서도 요강을 '뇨우키(尿器)'라고 하지만, 그보다는 '시빈(溲瓶)'이라고 하는 것이 요강에 가까운 표현이다. 그리고, 환자나 어린이용 변기(便器)를 마루(虎子)라고 한다. 필자는 그들에게 복분자의 유래에 대해서도 아는 대로 설명했다.
<옛날에 한 부부가 대를 이을 자식이 없어 고민하던 중 뒤늦게 아들을 하나 얻었는데, 몸이 너무나 허약했다. 좋다는 약은 모두 구해서 먹였으나 효과가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나가던 스님이 산딸기를 먹이라고 해서 날마다 먹였더니 놀랍게도 아들이 튼튼해졌다. 그 아들이 얼마나 건강하고 힘이 좋았든지 소변을 보면 요강을 뒤엎어 버릴 만큼 세었다. 그 후 이 딸기의 이름을 복분자(覆盆子) 즉, '요강을 뒤엎는 과일'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 과일로 만든 술이 바로 건강에 좋은 복분자 주(酒)입니다."
"그렇다면 복분자 주(酒)를 더 많이 마실걸 그랬죠? 하하하....."
술(酒)의 세계화를 도모해야
 나들이 통신고창군은 복분자(覆盆子) 술을 일본에 수출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정성을 다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고창군의 노력에 힘입어 '나들이 클럽' 회원들이 지난 해 가을 고창군을 찾았고, 그 내용이 '나들이 통신'에 담긴 것이다. 그 책에는 이강수(李康洙) 군수의 인사말도 들어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고창군수 이강수입니다. 후쿠오카(福岡)의 나들이 회(會)에서 복분자를 비롯한 각종 농특산물과 관광상품을 적극 홍보해 주신 덕분으로, 아시아 페스티벌을 비롯한 후쿠오카 지역 축제 3개소에서 고창군 홍보부스가 설치·운영 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후쿠오카의 신문과 라디오 등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한 홍보로 고창군 특산품인 복분자의 세계화 추진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든 나라는 그에 걸 맞는 음주문화를 가지고 있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풍습과 자연환경, 사람들의 생활습관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학자들은 음주토템(totem)이라고 한다. 부산대의 윤명희 교수는 '알코올 연줄의 한국사회'라는 글(술의 사회학, 한솔)에서 이렇게 썼다.
"각 나라와 문화권마다 차이를 나타내는 음주토템(totem)들이 존재한다. 우리의 막걸리, 프랑스의 포도주, 중국의 고량주, 독일의 맥주 등이 그 예이다."
또한 윤 교수는, "막걸리라는 음주토템의 소비는 고유한 문화와 정신을 내포하고 있다......농경문화에 뿌리를 두어온 공동체의 오랜 기풍을 내면화하는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했다.
모든 나라마다 독특한 음주 제조법과 술을 마시는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프랑스의 포도주, 독일의 맥주, 일본의 사케(酒)에 뒤지지 않는 좋은 술이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세계적인 브랜드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술을 마시는 일에만 열중하지 말고, 우리의 전통주를 해외에 수출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불티나는 고추장 언제까지 갈수 있나
환율이 100엔당 1600원을 오르내리자 일본 관광객들의 한국 방문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일본 관광객의 러시로 재미를 보고 있는 기업은 식품 업체들이다. 일본인들이 선물로 사가는 식품 중 김과 김치는 기본이고 젓갈·고추장에 이르기까지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CJ그룹의 '해찬들' 고추장은 서울의 대형 매장 세 곳에서 1월 한 달 동안의 매출이 전년대비 89%나 늘어난 4,791만원을 기록했다고 한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의 경우도 튜브타입의 고추장 제품 신장률이 무려 325%나 늘었다는 보도다.
일본 사람들이 매운 음식을 못 먹는다는 것은 옛날 얘기가 된지 오래다. 일본의 한식당은 물론이고 골프장에서도 비빔밥을 시키면, 일본 종업원이 거침없이 "고추장 드려요?" 한다. 고추장도 복분자(覆盆子)처럼 일본말로 번역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우리말 그대로 '고추장'으로 통한다.
이러한 현상은 반짝 효과 일수도 있다. 엔고 현상으로 몰려드는 일본 관광객들이 영원히 이어질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이들이 두 번, 세 번 찾아오도록 하는 체계적인 판매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상품 개발에 대한 투자와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 복분자의 마을 고창군의 작은 정성이 후쿠오카(福岡)의 '나들이 클럽' 회원들을 감동시키고 있는 모습에서 느낀 깨달음이다.
출처 월간조선
|
|
|
|
|
|
|
|
|
|
인터넷타임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