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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뉴스 문예광장 '신인상 추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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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제4회 추천 신인… 이일영, 장은배 등용절차 걸쳐 시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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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연 문학평론가
추 천 사
‘문학은 구원이 될 수 있다’는 명제는 개인이나 상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문학을 통한 구원은 문학적 기능에 관한 내용으로, 카타르시스와 더불어 끊임없이 논의의 대상이 되어왔다.
‘브레이크 문예광장’의 등단 절차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e-신인상 제도로, 10편 이상의 작품을 투고하여 엄격한 심사를 거쳐 5편의 작품을 선별하여 추천하는 경우와 다른 하나는 e-시집 발간을 통한 제도로, 50편 이상의 작품을 투고하여 추천 과정을 밟는 경우이다.
▲ 시인 등단을 축하합니다. ©브레이크뉴스
그동안의 추천 과정은 주로 전자의 경우에 해당되었는데, 이번의 이일영과 장은배의 경우는 후자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이일영은 40여 편이 넘는 작품을, 장은배 역시 50여 편의 작품을 투고했다. 따라서 이번에는 이일영, 장은배를 소정의 심사를 거쳐 시인으로 추천한다.
서두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일영, 장은배 두 사람의 경우, 문학적 기능면에서 방법적인 차이는 다소 있을 수 있으나 작품 가운데 구원을 추구하는 간절함이 함께 깃들어 있다.
우선, 이일영은 오랫동안 습작을 해왔다. 그가 지닌 시상은 범상치 않다. 이는 험난한 세월을 누구에게도 발설치 않고 자신만의 시업詩業에 충실해 나름대로의 작품 세계를 일궈왔음을 의미한다. 그가 보낸 세월은‘독한 그리움이 비늘처럼 돋아나’오히려‘진정한 아름다움’이‘눈물처럼 아픈’시간들로 채워져 있고,“깨어난 꿈의 끝을/ 그만 잃어버렸다”(-<꿈> 일부)에서 알 수 있듯이, 이루지 못한 소망이 꿈속에서 발현되나 그나마 자고나면 잃어버려 현실은 늘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간절함이 묻어난다.
그러나 이일영이“일탈의 세월마저/ 삼킨 얼굴// 날벌레 등쌀에도/ 미소가 번져나고// 벌레를/ 쫓는 손짓// 스님은 가슴에/ 흙만 뿌렸다”(-<山寺에서> 일부)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심경은 달관의 경지에 도달해 있다. 시적대상인 ‘스님’에 투영된 작자 자신은‘일탈의 세월마저’잦아들어 이제는 날벌레 등쌀에도 미소가 번져나 미물에게조차 마음의 배려와 넉넉함을 잊지 않는다. 허나‘가슴에/ 흙만 뿌’리는 애달픔은 여전하다. 평화로운 바다 속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이면의 풍경은 감출 길 없다.
장은배의 경우, 그의 작품은 소외와 뒤틀림으로 인한 개인사의 숙명적 모진 삶을 다소나마 내려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문학작품과 작가와의 밀접한 관련성에 관해서는 아직도 끊임없는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장은배는 문학의 숨결과 리듬을 체휼하고 있다. 시적대상에 작가의식을 투영하고 미의식을 읽어내는 묘사가 자연스럽고 일상적이다.‘감히 네가 나한테’‘감히 네까짓게 나한테’(<감히>),‘누군가 주저앉아 인생을 이야기한다.’(<털썩>),‘커피 한잔에 몸을 실어봅니다’(<희망>),‘내 소중한 마음들이 너에게 가시가 되어 오늘도 찌르고 있구나’(<병든 세상을 살다보니>) 등과 같은 일상적인 용어가 작품화되어 무사히 안착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장은배는“나는 마음의 문을 닫습니다./ 또 하나의 상처가 더해갔습니다./ 이젠 열지 말아야지/ 마음의 빗장을 닫습니다.(-<닫음> 일부)와 같이 세계와의 단절을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문학적 글쓰기는 역설적으로 세계와의 단절이 아닌 진실로 소통을 희구하는 언술의 또 다른 방법이다. 타자와의 대화가 아닌 문학적 언술을 통해 타자와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강한 몸부림인 것이다. 이는“마음으로 부르는 사랑”이요,“마음이 하루의 기도가 되”며“마음이 하루의 기쁨이 되”고‘소망이 되’는 (<마음으로 부르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경우, 문학은 세계와의 소통이요 소외의 탈출이며 절체절명의 구원으로 화합하는 도구로써“내려놓지 못한 삶의 힘겨움”(<마음>)을 역동적인 출구로 인도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결국에는‘참 아름다운 세상’이라며 세계와의 화해를 시도한다.
이번에 추천하는 이일영과 장은배는 문학과는 불가분 육화肉化(Carnation)된 삶을 영위하는 분들이다. 순간적인 치기에 의해 습작을 하는 것이 아닌, 갈 길이 먼 문학이란 장도의 첫걸음을 내딛는 만큼 올곧은 마음과 작품으로 세상 앞에 보답해 주길 바란다.
-심사위원 : 이길연(문학평론가), 조영관(시인), 문일석(시인, 브레이크뉴스 대표)
1. 이일영, 산사山寺에서 외 4편
바다
꿈
자화상
강江
2. 장은배, 감회 외 4편
여자의 오늘이 묻어난다
제발
털석
닫음
*이일영 시인 추천 시
산사山寺에서
스님은 차밭에서
풀을 매고 있었다.
송송한 땀이 승복에 젖어
거친 햇볕에
얼룩으로 마를 때까지
스님은 말없이
풀만 고르고 있었다.
일탈의 세월마저
삼킨 얼굴
날벌레 등쌀에도
미소가 번져나고
벌레를 쫓는 손짓
스님은 가슴에
흙만 뿌렸다.
바다
바다는 속내를 감추고
시퍼렇게 부어 있었다.
갯벌을 쓸고 오는 몸짓에
게들은 놀란 눈을 접고
잠이 깨인 갯벌은
천천히 몸을 씻었다
바다는 뭍에 닿을 동안
신음하며 몸져누워 있었다.
좌초한 태초의 꿈
부끄러움으로 되살아나
빗장 걸고
겹겹이 푸른 창을 놓아
안부를 묻는 두드림에도
시퍼렇게 멍든 몸만 뒤척였다.
통증 가라앉을 무렵
바다는 온 몸으로 가슴을 끌어안고
갯벌 기어 숨죽이며 돌아갔다.
바쁘게 눈을 뜨는 소란에
어미를 잃은 게 한 마리
물새가 물어 하늘로 날면
낮에 뜬 달이 낯을 가렸다.
꿈
진정한 아름다움은
눈물처럼 아프다.
독한 그리움이
비늘처럼 돋아나
지난밤 꿈결에
가슴에 너를 담아
겹겹으로 엉킨 꿈
밤새 쏘다니다
깨어난 꿈의 끝을
그만 잃어버렸다.
주인마저 잃어버린
상심한 꿈속에
그립고 그리운 너를 두고
돌아오는 길
길섶에 잠든 풀꽃
눈을 뜨고 있었다.
자화상
무지無知한 주인을 만난
삶이 무상하다.
방황은 낭만이라 쳐도
병든 가슴
밤새 울렁이는
불치의 아픔 달고 사는
까닭이 무엇일까
설익은 지식의 향기에 취한
가련한 애증의
몸짓이여!
대단원의 삶이 그려낸
크로키 속에
질펀하게 널린
풍상의 시간들
목탄처럼
시커멓게 죽어있다.
강江
깊은 밤을 흐르는 강江은
모든 것이
낮게 흐른다.
강에 잠긴 하늘
건져 올리면
맨살로 떠는 달빛
깊은 속울음이 있다.
물길 어르는 숨결
그 진저리에
잠들지 못하는 江
비틀거리는 달
혼자서
강을 건넌다.
* 장은배 시인 추천시
감히
사람들은 제게 감히 네가 나한테
감히 네까짓 게 나한테 합니다.
감히 저는 무엇일까요?
늘 나는 난데 사람들은 때때로
감히 너 같은 게 감히 나한테 합니다
감히 제가 어떠한가요?
그냥 나는 나일뿐이고 늘 그런데
감히 네가 가 되고 네까짓 게 되고
너 같은 게 되어 있습니다
나는 계속 나인데 왜 감히가 되고 네가 되는지
감히,
묻고 싶습니다.
여자의 오늘이 묻어난다
안녕하세요 꾸벅 인사하며 전단지를 전하는 손
여름한낮 땀이 밴 얼굴로 내밀던 여학생의 손에
여자의 오늘이 묻어있다
엄마생일 사라다를 해드리려 건포도를 몰래 집어들던 손
자신보다 커져버린 두려움속에 꼭 건포도를 넣은 사라다를 엄마에게 주고픈
꼭 부여잡고 숨겼던 여자아이의 손에
여자의 오늘이 숨겨있다
술에 취해 칼을 휘두르던 아빠의 머리채를 쥐어잡고
죽으라죽으라 소리치며 쓰러지는 딸자식의 힘겨웠던 손에
여자의 오늘이 배어있다
잣까기 봉투붙이기 탱자만들기 골무만들기
고사리손에 쥐어졌던 삶의 희망들
이것만하면 이것만 끝내면 살수 있으리라
믿으며 바삐 움직이던 고사리 어린손
여든할머니 손잡고 창신동성벽꼭대기 계단을 오르던
어느춤 그늘 나란히 앉아 골무사세요
그래도 살아있음에
안전히 살아있음에
건네받은 동전하나 꼭 부여잡은 그손에
여자의 오늘이 살아있다
그해 매서운 추위 얼굴이 어는지 발이 시린지
얼른 교회가라며 떠다미는 엄마의 손에
엄마 나 교회가면 집나갈꺼지 물어보던
그 손 뿌리치고 가버린 엄마의 고통의 손에
그렇게 버리고 가버린 엄마가 미워서 엄마가 보고파서 엄마가 없어서
수천번 그리고 지워 닳아버린 엄마를 그리던 그 아이의 언손에
여자의 오늘이 아려있다
엄마손은 차가워서 싫어 아침의 바쁨을 더욱 재촉하는
딸아이 작고 앙증맞은 엉덩이를 철썩 때리는 엄마의손
세월에 닳아 지문인식기도 거부하는 거친 손으로
살갑게 부드럽게 어루만져주고픈
엄마손은 따가워 도망가는 딸아이의 외침에 숨겨버린 그손에
여자의 오늘이 남아있다
그여자의 손에
그리움한잔
힘겨움한잔
아픔한잔
사랑한잔
눈물한잔
삶한잔이 들려있다
그여자가 웃는다
제발
제발
세상을 향한 원망의 끝을 놓을 수 있으면
제발
너의 추한 마음 향한 정죄를 멈출 수 있으면
제발
그럴 수 있으면
이순간 잠들 수 있을 텐데
제발
너의 마음 가득한 나의 마음을 버릴 수 있으면
제발
분노의 용암 터져버린 화산 같은 이 마음이 멈출 수 있으면
제발
그럴 수 있으면
이순간 잠들 수 있을 텐데
제발
털썩
누군가 주저앉아 인생을 이야기한다
시장골목 구석진 자리가 그 여자의 반평생이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오는 이 가는 이와 함께한 반평생이다
거친 세상에 끄덕이지 않고 털썩
주저앉아 인생을 이야기한다
한아이로 한여자로 한엄마로 한사람으로
한자리에 앉아 인생을 이야기한다
참으로 모질기도 한 인생을 털썩
주저앉아 오늘도 인생을 이야기한다
닫음
세상 많은 사람 속에
내게 허락된 나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요?
나의 힘듬이 들어날 때
사람들은 내게 말합니다.
너로 인해 상처받았노라고
오늘도 나는 무너집니다
나의 순간순간이 사람들로 인해
생치기 되어가는
나도 아파요 그 한마디
그 몸짓을 했을뿐인데
오늘도 고슴도치의 가시에 아파합니다
사람들은 나를 안타깝다합니다
그리고 나에게
많은 말들을 쏟아붓습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내게 더한 가시로 고통이 되었던 것은
왜 기억하지 못할까요?
그래서 오늘도
나는 마음의 문을 닫습니다.
또 하나의 상처가 더해갔습니다.
이젠 열지 말아야지
마음의 빗장을 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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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10/17 [11:45] 최종편집: ⓒ 브레이크뉴스
출처 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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