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터넷타임즈
> 뉴스 > 문화
|
|
|
해마다 입시지옥에서 헤매는 한국 학생들
|
|
<칼럼 투데이스케치> 재독시인이 일깨워준 독일 학생들의 모습들
정라곤 칼럼니스트
지난주 필자는 시인 모임에 초청받은 자리에서 시집 한권을 받았다. 독일에 살고 있는 시인이 오랜만에 고국에 왔다가 10월말에 상재한 첫 시집이라 한다. ‘오늘의 기쁨’이라는 제목부터가 산뜻하여 페이지를 넘기니 제목과 같은 시가 눈에 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을 맞이할 수 있음이 기쁨이고/ 창밖을 내다볼 수 있는/ 두 눈이 있기에 기쁩니다.// 세월이 나를 속이더라도/ 역겨운 삶이 힘들어도/ 하늘에 잿빛구름이 가득할지라도/ 공감할 수 있는/ 오늘이 있어 기쁩니다.//(김연숙 시, ‘오늘의 기쁨’ 일부)”
▲ 정라곤 ©브레이크뉴스
‘오늘이 있어 기쁘다’는 말. 가슴에 새겨들어도 감사한 말이다. 사십년 이상 공백상태가 된 한국의 산천과 기억들을 잊지 않으려고 모국어로 쓴 시를 모아 시집을 발간했다는 김 시인은 한국생활과 오랫동안 등졌기 때문에 국내사정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저녁식사를 끝내고 주점에 들어갔는데 마침 라디오에서 이용의 노래 ‘잊혀진 계절’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김 시인은 가사가 좋다며 무슨 노래냐고 묻기도 하여 일행은 그 노래에 잠시 젖었다.
다시 일행들은 김 시인의 말에 귀 기울이며 담론을 폈다. 그는 1971년에 독일로 건너가 그곳에서 결혼하고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있는 바쁜 생활인이라고 했다. 그동안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았다며 독일생활 경험을 이것저것 들려주었다. 특히 아들 하나를 키우면서 어려서부터 자립심을 갖게 해준 내용과 독일의 학교제도 등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어 흥미롭게 들었다. 학생들의 학습공부나 대학진학 상태는 우리의 현실과 비추어 좋은 교훈을 주었다.
한국사회에서 가장 변화가 많았으면서도 성공하지 못한 정책이 두 가지를 꼽으라하면 대학입시제도와 주택정책을 든다. 며칠 전 논술시험 등 대학입시정보를 알려주는 한 행사에 학생과 학부모 수천명이 모였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대학입시제도도 문제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의 십중팔구는 대학에 들어가고, 또 고학력자를 양산하게 되어 실용성 없는 학력차별이 더 큰 문제다. 한국사회의 교육제도와 운영시스템이 가져온 폐해이기도 하다.
독일은 학력보다 자격을 중시하는 사회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직업에 귀천이 없는 사회가 되었다. 고등학교 과정의 직업학교를 졸업하고서 각자의 전공을 살려 취업을 하는데, 대졸자와 임금격차가 없다. 그러니 대학진학률은 30%대에 그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국가경쟁력과도 연결된다. 강제력보다는 매력을 통해 상대방을 설득하는 힘을 의미하는 ‘소프트파워’ 국가별 순위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독일은 세계3위를 차지했는데 그 근간은 학문(學文)과 축구였다.
독일은 교육제도나 운영이 잘 되어 있는 나라다. 5년제가 초등이고, 다음 3년제가 중학교이고 3～4년이 고등학교과정인데, 특이한 점은 초등학교 졸업 전에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결정된다고 한다. 한 교사가 5년동안 바뀌지 않고 담임을 하면서 학생을 지켜보고 그 학생 부모와 가정환경 그 학생의 특기와 취미, 잘하는 과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초등이 끝나는 시기에 선생님이 학교와 먼저 협의한 후에 부모님을 불러 그 아이의 장래를 결정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상급학교는 직업학교, 테스트 직업학교, 대학진학 학교로 구분하여 각각 보내게 된다. 부모가 꼭 대학에 보내고 싶다고 우기는 경우에는 테스트 직업학교 보내 여기서 중등 과정을 시키면서 다시 대학에 가서 공부할 학생인가 판단한다는 것이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 누구든지 대학에 갈 수 있고, 공부에 취미가 없거나 기술을 배우고 싶은 학생은 일찌감치 직업고등학교를 선택하게 되는데, 독일사회자체가 학력차별을 하지 않으므로 직업교육을 이수하고 취직을 해도 임금들에서 대졸자들과 전혀 차별이 없다는 것이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육과 직업기술교육으로 양분화되는 다원화된 교육 시스템과 사회전반에서 고졸자나 대졸자간 학력격차가 없는 사회다보니 등록금을 받지 않는 독일대학의 진학율은 30%대에 머물고 있다.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은 어떠한가. 초등학생을 둔 학부모는 수입에 비해 과다한 교육비 지출로 경제적 곤란한 겪는 ‘에듀푸어’가 전체의 57%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한 허세교육의 양산은 결국 잘못된 교육시스템이 기인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교육정책도 문제려니와 대학진학을 부추기는 사회풍토는 개선되어져야 한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면 마치 패배자처럼 냉대하는 분위기에서는 무조건 대학엔 진학하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대학등록금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고 심지어 대선정국에서 반값 대학등록금을 정치권에서 선거공약으로 내고 있다. 국가재정이 어려운 상태에서 좋은 제도로 개선할 의지 없이 공짜심리 유발 정책을 내놓는 등 점점 사회적 악순환만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진학률이 80%를 넘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이 있는 대한민국에서 그 높은 교육수준에 걸맞는 전인교육으로써 사회시스템은 작동되지 않는다. 이것은 선진국처럼 자격사회가 아니라 학력차별사회가 안겨준 어두운 국면이다. 그것을 없애려면 획기적인 교육시스템을 변혁하고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등 선행조치가 따라야 한다. 그 시발점은 고졸자들이 당당하게 사회인으로서 생활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rgjeong@naver.com
*필자/정라곤(시인․칼럼니스트)
출처;브레이크뉴스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