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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데코의 행복한 밥상] 20년前 한국 들어와 맡은 강렬한 냄새… 이젠 몸 처지면 당기는 너, 마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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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1.22 09:08 20년 전 김포공항 입국심사를 마치고 한국에 처음 들어선 나를 반긴 것은 냄새, 그중에서도 마늘 냄새였다. 한국이 '마늘이 많이 들어간 김치를 먹는 사람들의 나라'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다진 마늘이 채소를 만나 발효된 냄새는 무엇에도 비유하기 어려운 독특한 후각 체험이었다.
마늘의 강렬한 존재에 압도되면서 한국 생활에 서서히 적응했다. 살아보니 마늘은 거의 모든 한식에 들어갔다. 대학 시절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수업 시간'에 배웠던 단군신화가 떠올랐다. 신화 공부를 좋아해 일본 창조신화에 나오는 천조대신(天照大神), 게르만 신화, 켈트 신화 등 각국 신화를 꿰고 있던 나에게도 마늘과 곰의 관계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스페인의 마늘 수프인 ‘소파 데 아호’. 윗부분 흰 것은 수란(水卵)이다. /히데코 제공
일본 음식에 생강은 자주 쓰여도 마늘이 등장하는 일은 드물다. 어릴 적엔 마늘이라고 하면 프랑스 요리사였던 아버지가 구워준 등심 스테이크 옆에서 뒹굴던 마늘이 전부였다. 평소 마늘 먹을 일이 거의 없는 친정어머니는 딸이 한국에서 돌아오는 날에 맞춰 묵직하면서 단단하고 품질 좋은 마늘을 듬뿍 준비해 놓는다. 친정어머니의 '듬뿍'은 두 통이다. 마늘을 어떻게 두 통이나 다 먹으랴 생각하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건너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처음으로 마늘의 매력에 빠졌다. 스페인 요리 중 '소파 데 아호(Sopa de Ajo)'라는 마늘 수프가 있다.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한 카스티야 지방에서 할머니 손맛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이다. 마늘과 딱딱한 바게트, 생햄인 하몽 세라노, 달걀, 피미엔톤(매운맛을 내는 파프리카 파우더)만으로 만든다. 마늘과 바게트를 천천히 볶아서 향긋함을 이끌어내는 것이 맛의 포인트다. 바르셀로나의 차가운 겨울 아침에 자주 만들어 먹었다. 따뜻한 수프를 한입씩 넣을 때마다 마늘이 자아내는 풍미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파 데 아호 외에도 여러 스페인 요리의 풍미를 살리는 데에는 마늘이 빠지지 않는다. 나의 미각을 깨운 살사 알리올리가 대표적이다. 다진 마늘에 계란 노른자와 올리브오일을 넣어 만든다. 얼핏 보면 마요네즈 비슷한 소스인데, 생선 요리나 오징어 튀김을 찍어 먹는다. 해산물 요리인 부이야베스에 곁들이거나 삶은 감자를 찍어 먹어도 좋다.
백합과인 마늘의 원산지는 중앙아시아의 키르기스 지방이라고 한다. 강한 살균 효과가 있고, 강장(强壯) 작용도 한다.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 건설 노동자의 스태미나원으로 쓰였다고 하니, 아주 오랜 옛날부터 활용해온 것 같다. 일본에서는 고대 역사서인 '고지키(古事記·712년)에 기록이 남아 있다. 11세기 소설 '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에서는 건조한 마늘을 달인 음료를 뜨거운 약초라고 부른 기록이 확인된다. 당시부터 감기약으로 쓰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국 생활 20년째인 올해, 태어난 일본과 유럽에서 살았던 세월보다도 서울에 산 시간이 더 길어졌다. 체력이 방전된 주말에는 마늘장아찌와 불고기가 엄청나게 먹고 싶어진다. 그런 내게 주위 사람들이 "아이고, 이제 한국 사람 다 됐네!"라고 한다. 일본의 친정어머니는 내가 갈 때마다 여전히 마늘 두 통을 준비해 두신다. 부족하다며 장을 보러 나서는 딸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빛이 복잡하다.
출처;프레미엄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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