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터넷타임즈
> 뉴스 > 문화
|
|
|
"現 정부는 80년대 식으로 간섭해… 공무원은 上典, 우리를 아랫것으로 여겨"
|
[이기흥 대한체육회 수석부회장의 작심 발언]
|
최보식 선임기자
입력 : 2015.09.14 03:00
"국가대표 마치고 나오면 선수들은 갈 데가 없어
떳떳하게 밥 먹을 데를 마련해줘야 하지 않나"
"문체부가 올림픽공원 안에 '4대惡 조사 신고센터' 설치
내년 올림픽 대비할 시기에 '서류 장부 갖고 오라' 불러대"
이기흥 체육회 부회장은 “경기단체 회장은 자기 돈 내고 욕 얻어먹고 도둑놈 취급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보식 기자
"대한체육회에서 18년을 일해왔지만 이번 정부만큼 지시와 간섭이 심한 적이 없다. 자기 말을 안 들으면 온갖 걸로 압박한다. 공무원은 상전(上典)이고 우리는 아랫것으로 여긴다. 완전히 80년대 식이다."
이기흥(60) 대한체육회 수석부회장은 작심한 듯했다. 오히려 내가 걱정이 돼 "이렇게 대놓고 얘기해도 괜찮겠느냐?"고 물었을 정도다.
"대한체육회나 경기단체에서는 다들 문화체육부의 눈치를 본다. 하지만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라고 해야지. 그래야 잘못된 관행이 고쳐진다. (자료를 보여주며) 지난 5월 6일부터 6월 17일까지 문체부 공무원들이 육상·수영·양궁·역도 등 종목별 경기단체 임원 47명을 따로 불러내 압박했다. 입 다물고 자기들 하라는 대로 따르라는 것이지."
―무엇을 따르라는 건가?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를 내년 2월말까지 무조건 통합하라는 거다."
―선진국처럼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을 연계하려는 통합 취지는 옳지 않나?
"반대하는 게 아니다. 절차적 문제가 있는데 무리하게 앞당기려고 하기 때문이다."
―작년 말 김종(문체부 제2차관)·김정행(대한체육회장)·서상기(당시 국민생활체육회장)·안민석(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만나 통합 문제를 이미 합의한 걸로 아는데.
"그 자리에서 '2017년 2월 이전'에 양(兩) 체육회를 통합하기로 했다. 우리는 그 일정에 맞춰 준비해왔다. 그런데 문체부가 느닷없이 1년 앞당겨 2016년 2월까지 하라는 것이다. 2016년 2월은 합의한 기일인 '2017년 2월 이전(以前)'이지 않으냐는 거다. 이렇게 해석해도 되나.(*문체부에서는 통합체육법안이 지난 3월 통과돼 1년 안에 통합체육회를 출범시키려는 것이라고 주장)"
―통합을 합의한 마당에 정부 뜻대로 시기를 1년 앞당길 수도 있지 않나?
"리우올림픽이 내년 8월이다. 그러면 내년 2월까지 선수단을 확정 짓고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 엔트리를 통보해줘야 한다. 이런 준비를 대한체육회에서 해야 하는데, 내년 2월에 해산하고 '통합체육회'를 출범시키겠다는 거다."
―통합체육회에서 올림픽 준비를 맡아서 하면 되지 않나?
"통합체육회가 IOC 회원이 되려면 승인받는 절차가 필요하다. 통합된 경기연맹들도 종목별로 그런 절차를 밟아야 하므로 적잖은 시일이 걸린다. 문체부는 이런 사정을 모르고 국내에서 통합만 시키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러다가 리우올림픽에 태극기를 달고 나갈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다. 이게 무슨 나라 망신인가.(*문체부에서는 올림픽 준비 일정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
―그래도 올림픽 출전을 못 할 리가 있겠나?
"올림픽을 최종 준비해야 할 시기에 통합체육회 회장을 뽑고 종목별 경기단체장 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런 와중에 올림픽은 뒷전이 된다. 올림픽을 위해 모든 걸 바쳐온 선수들은 어떻게 되나. 원래 합의한 대로 올림픽 끝나고 2017년에 통합해도 될 것을…."
―정부가 왜 서두른다고 보나?
"무엇을 위해서 왜 이러는지 나도 모르겠다. 문체부에서는 시·도체육회와 경기단체 앞으로 '통합과 관련해 (반대)성명서를 내지 마라'는 공문을 보냈다. 그런 성명을 낸 단체에 대해서는 '공식 입장인가?'하고 작살내니 다들 움찔하는 거다. 이게 말이 되는가."
―체육단체는 왜 꼼짝을 못 하나?
"문체부가 예산을 쥐고 있으니까. 그걸로 압박하는 거다."
―그렇다고 책정된 예산을 안 줄 리는 없지 않나?
"예산을 줄일 수가 있는 거다. 실제로 각 시·도체육회 사무처의 업무 추진비를 20% 깎겠다고 했고, 작년에 경기단체의 인건비는 30% 줄였다(*문체부에서는 그렇게 삭감한 적이 없다고 주장). 원래 몇 푼 안 되는데 더 깎아버리면 힘든 거다. 자기 말 안 듣는다고 이렇게 압박하는 것은 처음 봤다."
―과거 정부에서는 어떠했나?
"우리한테 공무원이 늘 갑(甲)이었지만, 이런 식으로 찍어 누른 적은 없었다. 상식선에서 했지. 서로 얘기하면 말이 통했다."
―현 정권이 원치 않는 사람이 대한체육회장에 뽑힌 게 갈등의 원인이 아닌가? 김정행 체육회장을 빨리 물러나게 하려고 체육회 통합을 서두른다는 말도 있었다.
"만약 그렇다면 조용히 찾아와 '물러나달라'고 하면 안 물러날 분도 아니다."
―김정행 회장에 대해 공금횡령과 직권남용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정부가 대한체육회에 지원하는 1년 예산이 2000억원쯤 된다. 그걸로 산하 단체와 경기연맹에 나눠준다. 거의 대부분 선수 훈련비다. 선수 일인당 훈련비는 책정돼 있다. '몇 명이면 얼마'라는 식으로 계산이 딱 나온다. 그러니 회장이 마음대로 집행할 수 있는 공금은 극히 적다. 이분이 돈과 관련된 부정은 결코 없을 것이다. 난 확신한다."
―무슨 근거로?
"김 회장의 선친이 선단주였다. 엄청난 유산을 물려받았다. 그걸로 부동산에 투자했다. 서울에만 빌딩이 서너 개 되는 재력가다. 이분은 체육회 법인카드도 쓰지 않는다. 다 자기 개인돈을 쓴다. 음식점에서 계산하는 걸 보면 꼭 수표로 한다. 수표는 추적이 되지 않는가. 돈 문제에서는 그만큼 떳떳하다는 뜻이다."
―옆에 있는 당신은 조사를 안 받았나?
"내가 체육회 돈을 쓴 것도 아니고, 내 돈을 쓰면서 체육회 일을 해왔다. 쓸데없는 말이 나올까봐 4년 전에는 사업(레미콘업체)도 접어버렸다."
그는 2000년 대한근대5종연맹 부회장으로 체육계와 인연을 맺었다. 대한카누연맹 회장에 이어 2010년부터는 대한수영연맹 회장을 맡고 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과 2012년 런던올림픽때 선수단장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체육계의 만연한 부조리를 해결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 뒤로 문체부에서 '스포츠 4대악(승부 조작 및 편파 판정, 폭력·성폭력, 입시 비리, 조직 사유화)' 척결을 내세우며 특별 감사를 벌였는데?
"4대악(惡)이라는 표현까지 꼭 써야 했나. 문체부가 올림픽공원 안에 '클린 스포츠 통합콜센터'까지 설치해놓았다. 경기연맹마다 내년 올림픽에 대비해야 할 시기에 '서류 장부 갖고 오라 가라' 하며 불러 대고 있다. 체육계 안에서는 서로 투서해 이놈이 저놈 씹고 저놈이 이놈 씹는다. 이게 여과 없이 매스컴에 보도된다."
―체육계가 흡사 '복마전(伏魔殿)'처럼 비치게 됐는데?
"물론 잘못된 건 바로잡고 고칠 건 고쳐야 한다. 지금껏 이렇게 난리를 쳐 감사에서 337건이 걸렸다. 하지만 기소된 것은 10 건이 안 됐다. 그마저 재판에서 거의 다 풀려났다. 대부분 영수증 처리가 부실한 회계 부정이었기 때문이다. 금액으로도 한 건당 평균 50만원밖에 안 된다."
―억울하다는 걸 주장하고 있나?
"절대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제도 보완과 선수들 복리 후생도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선수들이 전지훈련을 나가 뛰고 나면 목욕비 항목이 없다. 훈련을 마친 뒤 감독이 선수들과 같이 목욕하고 그 비용을 밥값이나 숙박비에 얹어 정리했다. '내 개인적으로 안 썼으면 되지 않았느냐'고 여겼는데, 회계 부정이 되는 것이다. 태반이 이렇다."
―경기단체마다 이권이 많고 상납(上納) 구조로 되어 있다는데?
"프로스포츠 쪽은 어떤지 몰라도, 아마추어는 정말 열악하기 짝이 없다. 속된 말로 먹을 게 없다. 각 경기단체의 몇 명 안 되는 인건비를 절반 정부 지원을 받고, 나머지 절반은 연맹 회장이 자기 돈을 낸다. 그런 연맹 회장은 자기 돈 내고 욕 얻어먹고 도둑놈 취급당하니 요즘 기분이 어떻겠나."
―명색이 '스포츠인들'로 구성된 체육회나 경기연맹에서 유독 상대를 헐뜯는 투서가 많은 이유는?
"밥그릇 때문이다. 국가대표 선수가 끝나고 나면 갈 데가 없다. 대회를 앞두고 수영연맹에서 국가대표 출신 코치를 쓸 때 일당 5만원이다. 1주일 나와도 35만원밖에 안되는 거다. 중·고교 운동팀의 코치·감독 자리로 가도 비정규직이고 월급이 얼마 안 된다. 학부모들이 조금 돈을 거둬주면 '뇌물이니 강제로 거뒀느니' 하며 말썽의 소지가 된다. 체육계의 자잘한 비리들이 모두 이런 데서 비롯된다. 적어도 국가대표를 마치고 나오면 떳떳하게 밥 먹을 데를 마련해줘야 하지 않나."
―선수 시절 메달을 따면 연금이 나오지 않나?
"금메달 100만원, 은메달 75만원, 동메달 52만5000원이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선수는 7, 8명이다. 나머지 선수들은? 태극마크를 달았던 것 자체가 대단한 거다. 대표선수가 되기까지 몇 년 동안 하루에 수백 번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먹고 싶은 것 참으며 운동했다. 시합에 가서 몇 초 몇 분 만에 인생의 승패가 갈린다. 메달을 따면 최고지만 못 따도 태극마크를 단 국가대표 아닌가. 올림픽 때 대한민국을 얼마나 홍보했나, 특히 수출기업들은 이들 선수에게 정말 많은 빚을 졌다. 그러면 우리 사회가 이들을 먹고살도록 해줘야 하지 않나."
―체육교사나 대기업 취업에 가산점 같은 게 없나?
"특혜라고 해서 다 없어졌다. "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해줘야 하나?
"지자체에서 국가대표 출신들을 '생활체육지도사'로 써줬으면 한다. 생활체육시설의 관리를 맡기고 동호인들을 지도하게 하는 것이다. 5000명쯤 일자리가 날 것이다. 동네마다 체육시설을 방치해 고장 나는 손실보다 이들 인건비가 덜 먹힌다. 정부가 이런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줘야지."
이날 인터뷰는 조계사 옆에 있는 조계종신도회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그는 조계종신도회장도 맡고 있다.
―불교 건물 안에서 몹시 세속적인 얘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오늘 인터뷰로 정부에 찍히지 않겠나?
"나중에 어떻게 되든 할 말은 해야지. 공무원들은 80년대식으로 조지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데 그런 게 아니다. 내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두 차례 선수단장을 했다. 새벽 4시부터 자정이 넘게 돌아다니며 선수들의 식사와 잠자리, 경기력을 챙겼다. 의전용으로 나갈 차량을 먼저 선수들에게 내줬다. 단장이 머슴처럼 뒷바라지하니, 선수들이 '많이 신경 써주고 있구나. 시합에서 잘해야 되겠다'고 마음을 먹더라."
출처;조선닷컴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