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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이 SNS에 욕 나온다고 걱정하지만… 교과서는 나의 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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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대표 집필진 최몽룡 교수 자택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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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모 기자 정경화 기자 오로라 기자
입력 : 2015.11.05 03:00
"제자 40여명 새벽부터 전화… 2명은 아침에 찾아와 말려 브리핑엔 나가지 못해
역사는 정치와 관계 없어, 뭐가 左고 뭐가 右냐… 양심적으로 교과서 쓸 것"
역사 교과서 대표 집필자인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양심적으로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오로라 기자
4일 오전 11시 정부 서울 청사 3층 합동 브리핑실. 국사편찬위원회(이하 국편)가 새로 만들 국정(國定)교과서의 집필진 구성과 개발 일정을 밝히는 자리엔 김정배 국편 위원장과 함께 원로급 대표 집필진 2명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백발(白髮)을 단정히 빗고 파란 넥타이를 맨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 한 명만이 김 위원장과 함께 단상에 올랐고, 당초 오기로 한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제자들이 말려 브리핑장엔 못 갔다는 최 교수는 이날 자택에서 기자와 만나 "(교과서를) 양심적으로 쓰겠다. 뭐가 좌(左)고, 뭐가 우(右)냐. 역사는 정치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나는 SNS 상관 안 한다"
최 교수는 4일 오전 브리핑장에 나오는 대신 서울 여의도 자택에서 제자 두 명과 마주 앉아 있었다. "아침에 (브리핑장) 나가려고 넥타이까지 다 맸어요. 근데 제자들이 찾아와 (가지 말라고) 하도 만류를 하는 거야. 얘기가 길어져 약속을 못 지키게 됐지…." '선생님이 가시게 되면 우린 조용히 물러나지요(인연을 끊겠다는 의미)'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찬반 논란은 원로 학자인 최 교수가 길러낸 수많은 제자 사이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3일 밤 대표 집필자로 자신의 이름이 보도되자) 새벽 2시부터 아침까지 제자 40여명한테 전화가 왔다"고 했다. 그중 2명은 직접 최 교수 집까지 찾아와 브리핑장에 못 가게 한 것이다.
브리핑장에는 안 나왔지만 그는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그는 "교과서는 나의 업(業)이자 '고향'"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2012년 정년퇴임식에서 1988년부터 2011년까지 23년간 고교 국사 교과서 편찬에 참여한 것과 1987년 한국상고사학회를 창설한 것을 가장 애착이 가는 일로 꼽기도 했다. 교과서 상고사 분야를 쓸 최 교수는 서울대 고고인류학과를 나왔고, 미국 하버드에서 석박사 학위를 땄다. 전남대에서 전임강사를 시작해 서울대까지 40년간 교편을 잡았다.
교과서 국정화 찬반 입장엔 말을 아꼈다. 그래도 '정부를 믿는다'고 그는 말했다. "총리까지 나와서 (현행 검정 교과서엔) 문제가 많다고 했잖아요. 공무원들이 한 게 엉터리 같아 보여도 결국에 보면 제일 옳아요."
진보·좌파 단체들이 벌일 수 있는 이른바 '마녀 사냥'에 대해 크게 불안해하지 않았다. "불안하냐고? 나는 떳떳하니까 두려울 게 없어요." 최 교수는 "제자들이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에 내 이름이 많이 나오고 욕도 많이 올라온다며 걱정하는데, 나는 상관없다"며 "집필자로 공개되니 자신감도 생긴다"고 했다.
◇"명확하고 정확하게 만들겠다"
4일 브리핑장에 나온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자신이 대표 집필진으로 참여하게 된 이유를 당당히 밝혔다. 신 교수는 "여러분 아시다시피 (현행 검정) 교과서가 여러 가지로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그래서 보다 명확하고 정확하게 사실에 입각한 내용을 (집필)해서 우리 국사가 정말 국민에게 가까이 갈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생각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고대사를 연구한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서울대 역사교육과 출신으로 한국고대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2004년 이화여대에서 정년퇴임한 뒤 서울시 시사편찬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한편 국편에서는 역사 교과서 집필진이 공개됐을 때 온갖 방해 공작이 생길까 봐 우려했다. 2013년 전교조가 벌인 교학사 교과서 채택 저지 파동이 국정교과서 집필진을 상대로 재연되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다.
진재관 국편 편사부장은 "대표 집필자는 총 6명으로 구성할 예정인데, (최몽룡·신형식 교수를 제외한) 나머지 대표 집필자 공개 부분은 좀 더 면밀히 검토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집필진이 교과서를 쓰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공개 시기 등에 대해선 추가 논의를 하겠다는 게 국편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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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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