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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정부에서 왜 '일자리 참사' 발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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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홍수 경제부장
입력 2018.06.28 03:13
고급일자리 만드는 대기업 억누르고 진단 잘못된 탓
소수 참모 교체 넘어 '경제 철학 전환' 필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경제팀을 일부 교체했다. '소득 주도 성장론'의 설계자였던 홍장표 경제수석을
경질한 것은 나름 '반성'의 의미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장하성 정책실장을 유임한 대목에선 기존 정책
노선을 수정하지 않겠다는 고집이 엿보인다. 문 대통령은 6·13 지방선거 대승 후 가진 청와대 수석·보
좌관 회의에서 "1년의 경험을 했기 때문에 처음 해보는 일이라 서툴다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국민에
게 유능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전면적인 '궤도 수정' 없이는 무망한 일이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현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등 친(親)노동
행보를 지속해 왔다.
하지만 일자리 성적은 참담하다. 왜 이럴까? 진단이 잘못됐으니 처방도 약효(藥效)가 없는 것이다.
일자리를 만드는 곳은 기업이다. 그런데 기업 부문에서 일자리 창출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원인은
두 가지다. 대졸 취업준비생들은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를 원한다. 그런데 국내 100대 기업들은 최근 2
년간 매출이 5% 늘었지만, 인력은 2.7% 줄였다. 실적이 좋아도 신규 채용은 꺼린다. 경기(景氣)가 나빠
졌을 때 해고가 어렵기 때문이다. 청년 실업 문제를 먼저 겪은 유럽의 선진국들은 정규직 보호 울타리
를 점점 낮추는 추세다. 노동권이 강한 독일조차도 기업에 해고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사업
의 일부 휴업, 비용 절감을 위한 기업 합리화, 아웃소싱, 정규직 근로자의 프리랜서로의 대체, 매출 감
소, 신용대출 중단 등의 사유가 있으면 해고를 허용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한번 정규직이 되면 성과가 아무리 부진해도 해고가 불가능하다. 구조가 이렇다 보니
기업 내에서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올라가는 통로가 막혀 있다. 비정규직 일자리는 정규직으로 가는
'가교'가 아니라, 한번 걸리면 헤어나기 힘든 '덫'이 된다. 정부가 세금으로 임금 격차를 보전해 주겠다
는데도, 청년들이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일자리를 외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노동개혁을 통해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를 혁파하지 않는 한, 새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일자리 참사의 또 다른 요인은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기득권의 저항과 규제 문제다. 우파 정부 10년 동
안 규제 개혁을 숱하게 외쳤지만 성과는 지지부진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스마트팜은 농업 분
야의 좋은 일자리 창출 모델로 각광 받고 있다. LG그룹과 동부그룹이 방울토마토 스마트팜 건설을 시
도했지만 농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정치권과 정부는 불합리한 공포에 사로잡혀 시대착오적 선택을
하는 농민을 설득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농민들은 사회적 약자라 공감의 여지라도 있지만,
원격의료·영리(營利)병원 설립을 가로막는 의료계의 행보는 '기득권 고수' 외에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
다. 고교 졸업자 상위 1%의 대다수가 의과대학으로 진학하는 상황에서 의료산업은 한국 경제가 파이를
키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유망 분야다.
얼마 전 청와대 경제팀 고위 관계자와 만났을 때, 이런 얘기를 하며 "일의 순서가 잘못됐다. 노동 분야
에서 개혁 물꼬를 트고 대기업 투자 규제를 대폭 풀어준 뒤 '이제 기업들도 성의를 보여라. 임금도 올리
고, 채용을 더 해라' 이렇게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핵심 관계자는 '촛불 정부'의 지지층을 거론
하며 난색을 표시했다. 정책 설계자들이 이런 사고에 머물러 있는 한, 일자리 창출은 요원하다. 경제 참
모 교체 정도로는 턱도 없고, 경제 철학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출처 : 조선닷컴경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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