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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에 90도 절하는 한국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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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공장 준공식서 客 취급… 트럼프는 기업인 주인공 대접일자리가 최고의 복지인데 기업이 권력에 억눌려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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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조중식 국제부장
입력 2018.07.30 03:15
조중식 국제부장
5~6초간의 그 짧은 순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네 차례나 허리를 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차에서 내려 두세 발자국 내딛기까지였다. 국가 최고지도자에게 예를 갖추는 모습이었겠지만, 보기에 뭔가 불편하고 씁쓸했다. 지난 9일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州) 삼성전자 노이다 신(新)공장 준공식장에 도착한 문 대통령을 영접하던 순간의 일이다.
삼성전자는 노이다 공장에 6억5000만달러(약 7200억원)를 투자했다. 세계 최대의 휴대폰 공장이다. 신공장 준공으로 이곳에서 연간 1억2000만 대 휴대폰을 생산한다. 삼성으로서는 이 공장에 생색을 낼 만했다. 인도에 3만5000개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일이다. 한국에는 든든한 외교 자산이다. 문 대통령도 축사에서 "인도와 한국 간 상생 협력의 상징"이라고 했다.
삼성은 그에 합당한 대접을 받지는 못했다. 테이프커팅을 할 때 이재용 부회장은 옆으로 밀려났다. 가운데는 문 대통령과 인도 모디 총리가 섰다. 문 대통령 옆으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서고, 그다음이 이 부회장이었다. 행사장 좌석 배치도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강 장관과 홍 장관이 앉아 있었다.
노이다 공장 준공이 있기 열하루 전,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비슷한 행사가 있었다. 대만의 폭스콘이 LCD 생산단지 착공식을 가졌다. 이 행사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의회 1인자 폴 라이언 연방 하원 의장이 모두 출동했다. 미국 권력 서열 1, 2, 3위가 다 참석했다. 착공식 삽을 뜨는 사진이 외신으로 들어왔다. 중앙은 폭스콘의 궈타이밍 회장이었다. 그 왼쪽이 트럼프 대통령, 오른쪽이 라이언 의장이었다. 스콧 월커 위스콘신주 주지사까지 포함된 사진이 있었으나, 그는 트럼프 대통령 왼쪽이었다. 궈 회장은 언제나 중앙에 서 있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월 세계 각국 기업인 100여 명을 엘리제궁으로 초청해 저녁 식사를 대접했다. SPC그룹 허영인 회장이 그 자리에 초청을 받았다. SPC의 프랑스 투자 규모는 지극히 소박하다. 파리에 파리바게뜨 매장 2개를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하반기에 빵 공장을 짓는 계획이 마크롱에게 보고됐을 것이다.
일자리와 고용이 최고의 복지인 시대다. 그런 세상에선 기업인을 이렇게 대접한다. 현 정부도 입만 열면 "일자리가 복지"라고 한다. 실제의 정책과 행태는 다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인도 방문 전 브리핑에서 "청와대가 이 부회장을 초청한 건 아니다"고 했다. 김 대변인의 이 말을 보면 테이프커팅 때 왜 이 부회장이 가운데 서지 못했는지 알 수 있다. 누가 누구를 초청하고 말고 하나. 주객이 전도돼도 이렇게 뒤바뀔 수는 없다. 왜 "청와대가 초청한 것이 아니다"고 굳이 밝혔을까. 지지층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그랬다면 대한민국 대통령을 대변한 게 아니라
출처;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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