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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는 자동차 꿈을 버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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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전기차 사업 진출 움직임 가시화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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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일, solbeeya@todayfocus.kr
최근 이건희 회장이 현업 복귀를 기점으로 삼성그룹의 전기차 사업 진출이 임박했다는 설이 그럴 듯하게 유포되고 있다. 자동차 사업에 대한 이 회장의 오랜 꿈이 전기차 사업으로 진화되어 펼쳐질 것이라는 그럴 듯한 소설(?)을 쓴 뒤, 이제는 그런 소설을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하나의 검증 가능한 가설로 놓고 구체적인 검증작업을 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그룹의 전기차 시장 진출 움직임이 최근 들어 심상치 않다는 첫번째 증거로 제시되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의 자동차 인력 충원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모 헤드헌팅 회사에 현대기아차와 GM대우, 쌍용차 등 자동차 회사 출신 사원을 뽑아달라고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자동차 업종에서도 인력을 뽑는 것은 맞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경력사원을 채용하면서 여러 분야의 우수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지만 외부에서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들으려 하지 않는 것은 삼성전자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두번째 증거로는 삼성전자 협력업체 이랜텍이 전기차의 핵심기술이라 할 수 있는 전기차용 배터리 컨트롤 기술인 BMS(Battery Management System) 개발에 착수했다는 점이다. 이랜텍은 삼성전자와 32년째 협력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랜텍의 이세용 대표는 삼성전자 우수 협력업체 모임인 협성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협성회 회장사가 자동차 전장(電裝)부품 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삼성측과 내부적인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번째 증거로는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해 이례적으로 '세계 자동차 산업의 구조재편 전망과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CEO 인포메이션'을 내놓은 사실이다. 당시 이 자료가 주목을 끌면서 자동차 업계에서는 "과거 삼성그룹 기획실쪽 인력들이 모여서 신수종(新樹種) 사업을 발굴하고 있는데, 전기차로 의견이 모아졌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삼성으로서는 적어도 10년 후의 미래산업인 전기차를 장기적 관점에서 키울 사업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기계산업팀장은 "10년 뒤엔 전세계 자동차 생산.판매량(8천만대)의 6~7% 정도인 500만대 가량을 전기차가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이 신수종 사업으로 전기차를 선택할 것이라는 예상은 전기차의 핵심기술이라 할 수 있는 배터리와 전자제어장치, 모터 부문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축적해 놓은 상태라는 점에서 도출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전자제어장치 부문의 기술이 상당하고, 삼성SDI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전기차용 리튬이온 전지' 사업을 선정하고 지난 2008년 9월 독일의 보쉬와 합작으로 'SB리모티브'사를 출범시켰다는 점은 삼성그룹이 전기차 사업에 진출할 경우 상당한 경쟁력을 제공할 수 있는 조건이라 하겠다.
이상 여러가지 증거 외에도 더욱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는 것은 현재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전기차 시장이 초기 투자단계라는 사실일 것이다. 국내 현황을 보면 지난해 10월 정부의 '전기차 산업 활성화방안'이 나오면서 전기차 본격 출시를 당초 2013년에서 내년 말로 2년 가량 앞당기기는 했고 올초 전기차의 시내주행을 허용했지만 일부 중견사들이 전기차를 출시했을 뿐이고 르노삼성이나 GM대우가 비교적 적극적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준비 단계에 있고 메이저급의 현대기아차는 여전히 전기차 상용화에 소극적인 입장이라는 점이 삼성의 진출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기아차가 전기차 분야에서 외국업체에 비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삼성으로 하여금 전기차에 관심을 갖게 하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처럼 삼성그룹의 전기차 사업 진출 움직임이 여러 곳에서 포착되면서 자동차 업계에서는 삼성이 전기차 사업 진출을 준비중이라는 소문을 기정 사실화하면서 삼성의 전기차 사업 진출이 이뤄질 경우 자동차 시장의 판도변화도 예상된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아직은 전기차 시장이 초기단계지만 수요만 창출된다면 전기차 관련 노하우를 많이 갖고 있는 삼성으로서는 수익모델 창출 차원에서 이를 놓치기 힘들 것"이라며 "삼성의 전기차 분야 진출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물론 한 가지 걸림돌이 있기는 하다. 삼성은 과거 자동차 사업에 진출했다가 실패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 삼성그룹은 과거에 구조조정본부가 주축이 돼 그룹 핵심인재를 골라 '21세기 기획단'이란 이름의 '자동차 사업 진출 태스크포스(TF)'를 꾸린 뒤 1995년 9월에 삼성자동차를 설립하였고 1998년 3월 처음으로 SM5를 만들었으나, 판매랑 저조라는 수모를 겪은 뒤 2000년 르노에 인수당하는 치욕까지 또 겪은 바 있다. 현재 삼성은 르노삼성의 지분 19.9%를 삼성카드가 갖고 있을 뿐이다.
그로 인해 세간에는 이건희의 자동차 꿈이 일장춘몽이라는 둥 비몽사몽이라는 둥 '개 중에는 안 이뤄지는 꿈도 있다'는 둥 말이 많았다. 그래서 현대 자동차 독주가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GM대우나 쌍용차의 경우는 자생력도 없으니 삼성이 이들과 르노삼성을 묶어 현대기아차와 시장을 양분하는 것이 한국 자동차 산업의 세계전략 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득력 있는 제안도 먹히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삼성이 두 번 실패한 적이 없다는 주장과 함께 '자동차는 사나이의 로망이고 한 번 꿈은 영원한 꿈'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오히려 과거의 실패를 교훈삼아,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 지 삼성이라면 충분히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모터 구동의 전기차는 엔진 구동의 일반 차와는 차원을 달리하기 때문에, 전혀 다른 산업으로 인식할만 하다는 시각도 있다. 과거에 실패한 자동차는 엔진으로 구동되지만, 전기차는 엔진이 아닌 모터로 구동되기 때문에 과거의 실패라는 족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으며, 이런 점이 삼성의 전기차 진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삼성이 당장 전기차 사업 진출을 선언할 것인가 하면 현재까지는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31일 일부 언론이 보도한 삼성전자의 전기차 시장 진출설과 관련 "삼성은 '바퀴달린 것은 대형 냉장고를 빼고는 안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강력 부인했다. 이날 삼성의 전기차 진출과 관련해 거론된 이랜텍도 "현재 개발 중인 BMS는 전기차용이 아니라 오토바이와 E바이크용"이라며 "시제품을 만들어 샘플테스트를 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삼성은 그동안 은행업과 자동차업은 진출하지 않겠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왔고, 이날 일부 언론에 보도된 전기차 시장 진출에 대해서도 고위 관계자가 "사실무근"이라고 누차 강조했지만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현재로서는 삼성이 부정하고 있지만 일단 한국자동차 시장이 현대기아차의 독점으로 인해 세계전략상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 커지기를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또한 GM대우가 세계전략 차원에서 한국보다는 중국으로 1보 후퇴할 가능성이 크고, 쌍용차의 사활을 건 구조조정 역시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자동차 산업 재편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이고 그때 삼성을 구원투수를 올리자는 자연스런 요청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더욱 중요한 것은 현재 중소업체들과 르노삼성 등이 큰 관심을 보일 뿐 메이저급 현대기아차의 참여가 지지부진한 전기차 분야의 요청일 것이다. 완성차 업체로서 전기차 분야에 진출하는 것이 선택과 집중의 관점에서는 부담스럽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유망 수익원으로서 외면할 수도 없는, 그래서 현대기아차로서는 계륵과 같은 전기차 분야에 삼성이 진출한다면 새로운 관심이 촉발될 수 있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당위성과 최근 삼성의 일련의 움직임을 동시에 놓고 미뤄볼 때 "정부가 조만간 전기차 사업구상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 시점에 맞춰 삼성그룹이 전기차 사업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지난 30일 한국전기자동차산업협회는 서울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전기차의 날' 행사를 개최하여 전기자동차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일반도로 주행을 시작한 원년임을 선언했다. 전기차의 실질적인 도로 위 운행이 가능해지는 것은 다음달 14일부터지만, 국토해양부가 전기차의 도로주행 근거를 마련한 자동차관리법령 개정안을 이날 발효함에 따라 법적으로는 전기차 도로주행이 가능해 진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최창현 국토부 2차관은 축사를 통해 탄소배출량 감소는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며 글로벌 기업들은 친환경차 개발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한 뒤 정부도 국내외의 녹색 변화에 부응해 우리 친환경차 산업이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제도 기반을 적극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 직후 최 차관은 직접 전기차업체 CT&T가 개발한 전기차 'e존'을 타고 도로 주행에 나섰다.
그러나 전기차의 도로주행은 사실 시작에 불과하다. 이날부터 도로 주행이 허용된 저속전기차는 최고속도 시속 60km 이내, 차량 총중량 1361kg(배터리 포함) 이하의 근거리 이동용 전기차(NEV)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직은 유치산업 단계인 국내 전기차 산업이지만 삼성그룹 진출설만으로도 요동치고 있다.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삼성의 전기차 진출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것으로 보고, 크게 긴장하며 전기차 사업계획을 재검토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가 SK에너지와 공동으로 전기자동차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난 30일 SK에너지가 지식경제부의 국책과제인 전기자동차 프로젝트의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되어 국내 최초로 상용화될 100% 순수 전기자동차에 SK에너지의 배터리가 장착될 전망이다. 지식경제부의 '소형 전기자동차 상용화 기술개발' 국책과제엔 SK에너지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등이 참여하고 있는데, 리튬이온 배터리 시스템 분야에선 SK에너지가 단독 선정됨으로써 2차전지 분리막에 이어 전기차 배터리까지 기술력을 인정받게 된 것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에 따르면 9월 시제품 30대를 생산하는 것을 시작으로 12월 말까지 개발이 완료될 예정인데 세계 최초의 상용 전기자동차인 일본 미쓰비시 '아이미브(i-MiEV)'의 성능을 넘어서는 시속 130㎞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현대차와 SK에너지의 공동사업이 주목을 받는 것은 현대라는 세계적인 메이저급 업체가 SK에너지라는 최고 수준의 전기차 부품업체와 제휴했다는 사실이다. SK에너지는 지난해 10월 독일 다임러그룹 계열인 미쓰비시 후소와 중 · 대형 하이브리드차량용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국내 근거리 저속전기차(NEV) 생산업체인 CT&T와 리튬이온 배터리 장착 차종을 공동 개발하고 있는 등 탄탄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전국 4500여개의 SK주유소에 전기자동차 전용 급속 충전소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어서 인프라 구축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도 같은 날인 지난 30일 전기차 개발업체인 레오모터스가 가진 전기차 핵심기술을 사용, 전기차를 개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개발을 위해 중소 전기차 업체와 협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쌍용차가 현재 개발 중인 'C200(프로젝트명)'에 레오모터스의 모터와 리튬 폴리머 전지,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BMS) 등을 장착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 고위 관계자는 개발에 착수한 전기차를 부산모터쇼에서 선보일 것이라고 밝히면서 "생산라인을 일부 조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 향후 시장상황에 따라 전기차 양산시기를 조절할 수도 있다"고 양산 가능성도 아울러 밝혔다. 이처럼 쌍용차가 전기차 업체와 손을 잡고 친환경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면서 쌍용차의 최대 단점인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한다는 점과 미래 친환경 차 개발 기술을 보유한다는 점 등 현재 진행 중인 매각작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짐으로써 매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이밖에 GM대우는 내년에 GM이 개발한 전기차 '볼트' 10대를 들여와 시범운행한 뒤 본격 출시 시기를 모색하기로 했고, 르노삼성은 2012년부터 부산공장에서 뉴SM3를 모델로 한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인데, 이 두 외국계 회사는 본사의 전기차 개발 전략에 따라 한국 시장에 이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현대차와 쌍용차의 경우와는 또 다른 접근법이라 하겠다.
이처럼 삼성의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이를 전후하여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현대와 쌍용처럼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있는 국내의 2차전지 업체나 전기차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전기차 산업의 선발주자가 됨으로써 삼성에 진입장벽을 만들겠다는 전략을 쓰면서 유치산업 단계의 국내 전기차 산업의 비약적 발전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전기차 사업에 진출할 경우 국내 전기차 시장은 장기적으로 현대기아차와 삼성의 양강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이며, 그 과정에서 일본이나 프랑스 등 전기차 선진국에 비해 85% 수준의 기술력과 2년 가량 뒤진 상용화 시점을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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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투데이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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