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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혁신TF 좌초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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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아의 기득권이 문제, 청와대 퇴짜에 이어 민간위원들의 반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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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승인 2011년 07월 06일 (수) 12:01:25 최용일 solbeeya@fss.or.kr
부산저축은행 사태 이후 금융감독 기능의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총리실이 출범시킨 민·관 합동 금융감독혁신 태스크포스(TF)의 활동이 좌초할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애초 6월에 개혁안을 발표키로 했다가 청와대의 '퇴짜'라는 특별하지도 않은 이유로 다음 달까지로 연장된 가운데 TF내의 민간위원들로부터 공무원의 전횡에 대한 문제제기가 잇따라 제기되면서 배가 산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민간위원으로 참여한 김홍범 교수(경상대)가 사퇴하고, 민간위원장인 김준경 교수(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까지 TF운영에 불만을 제기하면서 TF가 개혁안을 마련하는 데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활동 자체가 용두사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달 초 태스크포스가 구성될 때부터 경실련 등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금융관료 중심의 인선 탓에 제대로 된 혁신안이 나오기 힘들지 않느냐는 우려를 한 바 있는데, 그러한 전망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 ⓒ뉴스톡
민간위원 김홍범 교수는 지난달 28일 12명의 위원들 앞으로 사의를 표명하는 전자우편을 보낸 뒤 참석하지 않고 있다. 김 교수는 TF에서 금융감독원의 소비자보호 기능을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시키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 금소원을 금융위와 독립적인 기관이 아니라 금융위 산하에 두는 것이 오히려 금융관료의 세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랜 격론 끝에 TF는 결국 금소원 설립 대신 금감원 내 소비자보호 담당 부서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잠정안을 마련했지만,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떼어내는 것조차 제대로 못 한데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이번에는 TF의 민간측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준경 교수가 정부 측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나섰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의 참석차 프랑스 파리에 머물고 있는 김 교수는 4일 조선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전체적인 금융감독 체계를 개편해야 하는데 정부측 위원들은 자꾸 정부 기구(금융위원회)는 그대로 두고 금융감독원으로만 논의 범위를 축소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민간위원들은 정부의 금융정책 기능을 포함해서 감독시스템 전반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 정부측 위원들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설명으로, 이러한 정부측과 민간측 위원 간의 의견 차이가 김홍범 교수의 사퇴원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김홍범 교수의 사퇴는 개인 문제일 뿐 TF 민간위원 전체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던 정부 입장과 다른 것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29일 김 교수가 "정부가 짜놓은 각본의 들러리가 되고 있어 더 이상 활동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TF 위원 전원에게 보내고 사퇴한 것에 대해 정부는 "결론을 미리 정한 적이 없는데 김 교수가 오해한 것 같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김준경 교수는 "구체적인 대책에 대해서는 민간위원들도 서로 의견이 다르지만, 논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금감원은 물론 금융위와 한국은행까지 포함한 보다 폭넓은 감독시스템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 민간위원들의 입장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미 사퇴한 김홍범 교수의 경우도 TF의 인적 구성이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출신 관료들이 주축인데다 민간위원들도 보수적 성향의 인물이 다수인 탓에 금융감독 개혁안이 나오기는커녕 오히려 들러리만 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측 인사 6명과 대학교수들인 민간위원 7명으로 구성돼 있는 금융혁신 TF의 구성상 민간위원의 수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형식상 금융감독원이 배제된 것 말고는 금융위를 포함한 재무 관료 출신 4명이 정부측 위원으로 되어 있는 데다 민간위원도 보수 지향적 인사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김 교수는 "지난 2월 저축은행 영업정지를 포함한 금융위의 정책이 적절했느냐에 대해서도 많은 토론이 있었는데, 그쪽 당사자가 (TF에) 들어와 있으니 뭔가 어색했다"고 말했다. 그쪽 당사자란 TF 멤버인 신제윤 금융위 부위원장을 지칭하는데, 민간위원들이 개혁 대상에 올려놓은 금융위 관계자가 TF 멤버로 들어와 있기 때문에 불편했다는 뜻이다.
 비단 이런 구체적인 사례가 아니더라도 모피아(옛 재무부를 뜻하는'MOFE'와 '마피아'의 합성어)가 장악한 금융위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정부는 금융감독 혁신의 범위를 축소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TF의 목적은 금융감독기구 재편과 같은 큰 밑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고 금융감독원 직원의 비리를 근절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금감원이 발표한 자체 쇄신방안을 대부분 수용하면서 플러스알파를 집어넣는 선에서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국적인 금융혁신TF가 꾸려졌다면 큰 틀에서 금융시스템 전반의 문제점을 짚고 금융감독 시스템의 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인데, 수면 위로 드러난 금융감독원의 비리근절방안이나 대충 마련하고,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떼어내 금융위원회 산하에 두는 식의 미봉책을 추진하다 그것도 유야무야 없던 일로 덮어버리는 것을 볼 때 TF의 개혁의지를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특히 금융감독 체제와 관련해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관련 연구를 10여 년 간 지속해온 김홍범 교수의 평소 지론은 금융감독과 금융정책은 분리되어야 하고, 감독과 정책이 분리될 경우 금융감독 기능은 공적 민간기구가 맡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금융위나 재무 관료들의 생각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언제나처럼 이번에도 그런 시각차는 정부 측의 의지대로 정리되는 모습이다.
현재 총리실은 두 민간위원의 진의가 잘못 전달된 것일 뿐 쇄신안 도출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불거진 잡음을 수습하는데 급급한 모습이지만, TF 관계자는 한 언론에 "김홍범 교수는 김준경 위원장이 강력 추천해 민간위원에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친(親) 금감원 성향의 주장을 많이 했다"는 식으로 두 민간위원이 편향된 시각이나 가진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그리고 한 민간위원을 내세워 "실제 논의 과정에서 김홍범 교수의 주장이 많이 수용됐다"며 “같은 민간위원이지만 내가 볼 때 TF에 참석한 정부 관료들은 굉장히 합리적이었다”는 식으로 두 사람의 민간위원을 폄하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김홍범 교수가 민간위원을 사퇴한 전모가 일목요연하게 추측 가능해진다. 김 교수로서는 언론이고 여론이고 다 금융감독원의 비리라는 현상에만 매몰되다보니 금융감독원의 감독부처가 금융위라는 것도, 사실상 금융감독원에는 금융정책은커녕 금융감독에 대한 최소한의 결정권조차도 없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금감원을 마녀 사냥하는데 혈안이 된 현실이 어처구니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마녀사냥에만 혈안이 된 나머지 정작 부산저측은행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을 져야 할 금융위나 재무 관료들, 그리고 정부여당 등 정치권이나 행정부에는 일언반구의 비난도 가하지 않는 언론이나 여론에도 배알 꼴리는데, 그 피의자들은 주제도 모른 채 금융혁신TF까지 주도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을 연출하는 것에 목불식견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나마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분리하게 될 금융소비자보호원만이라도 영국이나 미국처럼 정부(금융위)로부터는 독립시키자는 최소한의 주장까지 묵살당하고 금융위에 금감원-예보공사에 이어 금소원까지 산하기관으로 제공하려 하자 반발했을 것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런 주장이 이상하게 받아들여져 금감원-금소원 분리마저 물 건너갔다. 사람들은 평소 금융감독은 공적민간기구가 맡아야 한다는 것이 지론이라더니 고작 금소원 독립주장이었느냐고 비아냥거렸고, 당사자인 김 교수는 허탈했을 뿐이지만 금융혁신TF는 이미 용두사미가 된 것이다.
TF는 국회의 저축은행 국정조사가 끝난 내달 중순께 쇄신안을 발표한다는 방침이지만 의미있는 개혁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위원들이 이미 내용과 일정 등 합의한 사항에 대해 공동위원장인 임채민 국무총리실장이 위원 간의 의견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보류 및 논의 연장을 통보한 데 대한 민간위원들의 반발도 반발이거니와, 금융감독원의 개혁뿐 아니라 금융위원회의 정책적인 결정에 대한 판단과 대책을 TF결과에 반영하자는 의견에 대해 총리실이 반대하면서 민관의 갈등이 좁힐 수 없을 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최용일 경영학 박사)
입력시간 : 2011년 07월 06일 (수) 11:2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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