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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景氣 흐름' 무시한 경제 민주화 논쟁 공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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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9.06 22:35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5일 당 회의에서 "정치판이 정체불명의 경제 민주화니 하며 포퓰리즘 경쟁을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기업의 의욕이 떨어지고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같은 당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이 '절제 없는 시장경제를 맹신하는 사람은 정서적 불구자'라고 했는데 이 대표가 거기에 해당한다. 그런 정신 상태론 (함께) 얘기할 수 없다"고 맞받았다.
원내대표는 국회 입법 활동을 총지휘하는 자리이고 국민행복추진위는 박근혜 후보의 대선 공약을 만드는 기구다. 김 위원장이 대선 공약을 만들면 이 원내대표는 경우에 따라 이번 국회에서 입법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그런 두 사람이 마치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원수라도 되는 듯 막말을 주고받고 있다.
'경제 민주화'는 박 후보가 김 위원장의 건의를 받아 내세운 대선 어젠다다. 새누리당 전·현직 의원 48명도 '경제 민주화 실천 모임'이란 걸 만들어 재벌 총수의 범법행위를 엄단하고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금지하고 신규 순환출자를 못하게 하는 세 가지 법안을 발의했다. 이들은 또 은행에만 적용하던 금산분리 원칙을 더 강화하는 것을 포함해 '경제 민주화 법안'을 10호까지 낼 계획이라고 한다. 이건 새누리당이 경제 민주화의 핵심을 재벌 개혁 문제로 보고 있다는 얘기이고 이 원내대표는 이런 흐름에 대한 재계의 불만을 공개적으로 대변한 것이다.
박 후보는 "두 분이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같다고 생각한다"고 무마에 나섰으나 국민 눈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박 후보는 재계의 불만을 일리 있다고 보는 전통 지지층도 놓치지 않으면서 재벌 중심의 체제에 변화가 있길 바라는 중간층까지 양손으로 붙잡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게 박 후보 나름의 득표 전략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직한 자세는 아니다. 박 후보는 김·이 두 사람 생각 중 어느 쪽이 자기의 진심인지를 국민 앞에 분명히 가려줘야 한다.
더 큰 문제는 두 사람이 거친 언사를 주고받으며 막가파식 논쟁을 벌이는 바람에 경제 민주화가 한국 경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의 전부인 듯 비치는 점이다. 세계 경제는 유럽의 재정위기, 미국의 침체, 중국·러시아·인도·브라질의 성장 저하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갈수록 앞날이 어두워지고 있다. 우리 경제도 올 성장률이 2%대로 주저앉을 것이라고 한다. 경제 민주화는 반드시 다뤄야 할 사안이지만 국내외 경기 전망과 다음 정권에서 복지를 뒷받침할 어떤 성장 전략을 취할 것인가를 함께 고려하지 않고 벌이는 논쟁은 공허하고 무책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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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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