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터넷타임즈
> 뉴스 > 경제
|
|
|
기아차 '생산축소' 배수진…정부·노조에 '강펀치'
|
|
연장근로 수당 상승 노리던 노조, 역으로 실질임금 감소 상황 내몰려
3000여 협력사 매출감소…'근로시간 단축' 강조해온 정부, 개입명분 없어
2017-09-22 06:00
박영국 기자(24pyk@dailian.co.kr)
▲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조립라인에서 근로자들이 K3에 의장부품을 조립하고 있다.ⓒ기아자동차
연장근로 수당 상승 노리던 노조, 역으로 실질임금 감소 상황 내몰려
3000여 협력사 매출감소…'근로시간 단축' 강조해온 정부, 개입명분 없어
통상임금 소송 1심 패소로 코너에 몰린 기아자동차가 사실상의 ‘생산축소’를 선언했다. 이로 인해 기아
차는 생산량 감소에 따른 손실을 감수해야겠지만 근로자들도 실질임금이 줄어들 상황에 처했다. 또한
정부는 수천 개 자동차 부품업체의 매출 감소에 따른 경제지표 악화 부담으로 골머리를 앓게 됐다.
상여금 세칙의 문구 한 줄을 구실삼아 1조원의 충당금과 향후 추가근로시간에 대한 높은 할증 부담을
안겨준 노조와, 모호한 통상임금 규정을 방치하며 사태를 이 지경까지 만든 정부에 기아차가 강력한 경
고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기아차는 지난 21일 노조에 공문을 발송해 오는 25일부로 잔업을 전면 중단하고, 특근도 반드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동차 업계에서 잔업과 특근은 전체 생산능력에서 무시못할 비중을 차지할 만큼 보편화됐다. 특히 특
근은 신차 출시 등으로 특정 차종의 수요가 급증해 생산량 증대가 필요할 때 일시적으로 생산능력을 보
완해주는 역할을 해왔다.
잔업을 중단하고 특근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생산량을 줄이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장근로수당 못 받게 된 노조 "회사측 일방적 중단 수용 못해"
생산량이 줄면 일차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기업이다. 기본적으로 생산라인을 충분히 돌리지 못하니
손실이 발생하고, 수요가 늘어 급격히 생산량을 올려야 할 때 탄력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도 손해다.
하지만 통상임금 소송 판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근로자들도 잔업·특근이 축소되면 손해를 보는 것
은 마찬가지다.
기아차 근로자들이 통상임금 소송 판결에서 최종 승소할 경우 이득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개인당 수
천만원에 달하는 과거 소급분 외에 향후 잔업·특근시 수당 증가다. 현재 잔업·특근수당은 기본임금의
50%가 할증된 금액이 지급되지만 법원 판결로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기준액이 50% 늘
어나 할증액도 크게 증가한다.
하지만 잔업·특근 자체가 사라지면 근로자들은 기존에 받던 수당조차 받지 못한다. 노조 측은 통상임금
소송을 통해 기존 ‘연장근로시간×1×1.5’의 산식이 ‘연장근로시간×1.5×1.5’로 바뀌길 기대했겠지만,
회사가 잔업·특근을 하지 않으면 ‘0×1.5×1.5 = 0’이 돼 버리는 셈이다.
노조는 회사의 잔업 중단 및 특근 축소 방침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도 이번 조치가 근로자들에게
손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송영찬 정책기획실장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잔업을 중단하는 것은 노사간 신의성
실 원칙에서 벗어난다”면서 “잔업을 중단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노조와 협의를 통해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기아차지부가 임원선거 기간인데 이 기간을 틈타서 잔업을 중단하는 것은 절대 받아들
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부품업계 날벼락…정부 철회 강요시 '자가당착'
기아차의 자동차 판매가 감소하면 여기에 사용되는 부품 수요도 줄어든다. 이는 기아차에 부품을 공급
하는 협력사들의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
기아차와 거래하는 부품업체는 1차 협력사만 334곳에 달하며, 2~3차 협력사까지 확대하면 3000곳을
넘어선다. 이들에게는 기아차 통상임금 패소→잔업중단·특근 축소→기아차 판매감소→부품수요 감소
→매출축소로 이어지는 나비효과가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다.
3000여곳의 중소·중견기업이 한꺼번에 매출에 타격을 입는 상황은 정부로서도 부담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로서는 없는 경제 활성화 효과라도 끌어다 홍보해야 할 정권 초기인데다, 중소기업 육성을 통한 양
극화 해소를 강조해온 터라 기아차 생산축소에 따른 파장이 상당히 골치 아픈 양상으로 번질 수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기아차에 잔업과 특근을 기존처럼 지속할 것을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아차가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정부의 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만한 명분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잔업중단 및 특근 최소화 입장을 발표하면서 “추가 근로시간 및 심야근로 축소를 통해 근로자
건강 및 삶의 질 향상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이번 조치가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장시간 근로 해소 정책에 적극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종
업원의 건강권 향상과 더불어 체질 개선을 통한 제품 경쟁력 강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
된다”고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휴식 있는 삶을 위한 일·생활의 균형 발전’을 강조해 왔으며, 취임 후
100대 국정과제에도 이를 포함시켜 ‘2017년부터 주 52시간 근로제를 확립함으로써 2022년까지 1800
시간대로 근로시간을 단축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노동계 반발과 중소 부품업체들의 경영난을 이유로 기아차에 잔업 중단 및 특근 축소 철회를 요
구한다면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정책에 따르려는 기업의 의지를 꺾는 꼴밖에 안 된다. 그야말로 자가당
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아차가 생산량 감소에 따른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노동계와 정부에 꼼짝할 수 없
는 한 방을 먹인 셈”이라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통상임금 기준을 명확히 해 리스크를 해소해 달라는 기
업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은 필요하지만, 이번 기아차 사례를 통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실소득 감소는 노동계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는 점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데일리안 = 박영국
기자]
ⓒ (주)데일리안 - 무단전재, 변형, 무단배포 금지
출처;데일리안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