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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의 변절…‘카다피 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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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왜곡이나 자아비판의 실종은 공산당의 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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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람 기자 기자 (chchoi1122@naver.com) 2011.03.05 15:58:05
지난 3월 2일자 동아일보 30면 횡설수설은 온갖 사건으로 매몰된 과거 기억을 되살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좋은 예다. 바로 이 땅의 좌파가 몇 년 전에 카다피를 찬양하고 그를 정의의 수호자로 인권 상 까지 수여하며 아부한 사실을 발굴한 것이다.
권순택 논설위원이 적시한 예는 몇 년 전에 접했던 뉴스로서 이젠 더 이상 새것이 아닌 옛것이지만 변화된 세상에 그 함의가 새롭게 드러나는 엄연한 새소식이다.
권 위원은 세 가지 사실을 환기한다; ①좌파 스님 진관이 2002년 6월《민중의 소리》에 쓴 글 우리에게는 카다피 같은 지도자가 없는가와 ②고 리영희 교수의 카다피 찬양 곧 그의 자서전 《대화》(2005년)에서 쿠데타로 집권한 카다피가 단행한 유전 국유화를 본 소회와 ③불교인권위가 2003년 카다피에게 바친 불교인권상의 수상 이유다.
권 위원이 밝힌 리 교수의 회고는 좀 더 엄밀한 평가가 필요하다.
40년 전 카다피는 서방제국주의 자본이 소유했던 유전을 모두 국유화했다. 서구 자본주의를 거부한 아랍세계 인민의 몸부림을 본 리 교수는 “국내 현실로 말미암은 질식과 절망의 상태에서 해방되는 것과 같은 기쁨을 느꼈다”고 회고했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는 시대적 제약과 한계를 감안하면서 작고한 리 교수의 진술의 뜻을 헤아려야 한다.
카다피가 집권한 1970년 전 후 세계의 분위기는 그 이전 5, 60년대 극심한 동서대립 냉전시대와 달랐던 것을 기억한다. 소위 제삼 세계의 부각이다. 저 미래의 독재자카다피가 단행한 일련의 조치는 반미주의자는 물론 서구 자본주의의 횡포에 회의를 품었던 건전한 식자층의 환영을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이 안에 온건한 친미주의자도 포함된다.
좌파로서 이런 격변을 보며 당대의 암울한 우리 현실과 대비, 해방의 희열을 느꼈다는 리 교수의 회고는 자체로 하자가 없다. 그런 느낌은 때로 이념/관념으로 정제한 사유의 단괴(團塊)보다 더 심원하며 투명하며 포근하다.
문제는 그런 당대 제국주의의 횡포에 맞선 카다피의 항거가 그 이후의 행보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것이다. 리 교수가 노년에 이르기 까지 40년 철권통치를 옹호했을까? ‘원수의 원수는 친구’라는 세간의 말처럼 과연 리 교수는 젊은 때 함께 반미의 기치를 높이 든 동료 카다피에게 끝까지 충실했던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40년 전 느꼈던 희열이 그가 자서전을 쓸 때에도 여전했다면 그는 반미(反美)라는 대명제로 카다피의 사소한 독재쯤은 눈감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리 교수의 회고는 그저 회고일 뿐이다. 그 자체가 훗날 있었을지도 모를 심경이나 견해의 변화를 암시하지는 않는다. 그가 카다피에 대한 자신의 판단을 돌이켜 보았는지 나는 모른다. 아마도 그러했으리다. 하지만 그것을 되돌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본디 우리나라 좌파의 관습상 과거의 오판은 결코 공개적 인정이나 참회의 대상이 아닌 것 같다. 온갖 터무니없는 선동과 침소봉대, 상대가 이룬 과거업적의 부정과 왜곡, 무책임한 공격과 독선으로 점철된 자신의 행태는 그것이 사실/진실이든 아니든 이 사회의 각성을 촉구하는 등애의 역할로 용서되고 합리화된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비판 뿐이다. 달리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보다 더 한 것은 불교계 좌파가 반미로 눈이 멀어 카다피를 찬양한 것이다.
“카다피 대통령은 미국을 몰아내고도 얼마나 잘사는 나라가 됐는가. 우리도 미국 없이 잘 살 수 있다는 모범을 리비아로부터 배워야 한다... 리비아 민중은 행복한 나날을 보내며 인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면서 살고 있는 모범적인 나라가 되었다” 는 진관의 글을 발굴인용한 권순택 논설위원의 소고(小考) 덕분에 우리는 오랜 세월 지속한 종교인의 수행이 세 치 혀와 손가락으로 중생을 몰고 다니려는 탐욕 앞에 얼마나 허망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 한눈에 보게 된다.
아무리 불가(佛家)의 본령이 공(空)과 허(虛)에 있다지만 정녕 진관 스님의 글은 공허(空虛)의 구현이라 아니할 수 없다. 어차피 항구적 진리는 없는 법, 마음에서 입으로, 입에서 손으로 옮긴 그 찰나만 옳은 그 글은 부처님도 찬양할 것이다. 만법(萬法)이 공(空)한 것을 잘 깨쳤고 우리 같은 독자나 중생도 그런 대각(大覺)을 얼핏 접하게 했으니 어찌 아니 고마우랴!
불교 인권위가 내건 수상 이유는 여기 인용하기 송구할 정도다.
“자유와 정의 평등의 대의를 지원하기 위해 수행해 오신 선구자적 역할을 높이 평가하며 고귀한 성품에 대한 찬사와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건설을 주창하는 휴머니즘적 사상에 전폭적 신뢰를 보낸다.”
여기에 다른 말을 부연하는 것은 문자 그대로 사족(蛇足)이다. 이른바 지성인 집단이 어떻게 망가질 수 있는지 이보다 더 명백한 예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굳이 유례를 찾자면 나치 집권 때 독일 교회가 보여준 망동(妄動)을 들 수 있겠다. 그들은 히틀러를 지원했다!
권순택 논설위원은 불교인권위더러 카다피에게 바친 불교인권상을 취소하라 권고하지만 수상의 오류는 공식적으로 인정하되 수상을 취소하지 말고 불가(佛家)는 이것을 후대의 귀감으로 삼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참괴(慙愧) 로고...
지난 2월 28일자 《한겨레》23면에 과거사 청산에 매진한 민족문제연구소 소장 임헌영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그는 이 사회가 친일 잔재로 인해 염치를 잃었다고 내내 역설했다. 유감스럽게도 이 진단은 친일파 색출이란 명분을 앞세운 친북파나 종북파에게도 합당하다. 친일파 후예의 후안무치는 그들이 떠드는 것처럼 그렇게 심한 것은 아니다. 적어도 그들은 잘못했다고, 수치스럽다고 과거의 비행을 숨기거나 스스로 죽은 듯 숨어 지내기 때문이다. 반면 이 시대 반미주의자는 활개치며 시대의 선각자요 의인처럼 굴며 나댄다. 물론 미국에 반항할 수 있다. 반미 구호를 외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친북 종북으로 이어 질 수는 없다.
그들은 인간이 되기를 포기한 집단의 추종자가 될 것을 자원하며 반미의 강철대오에 참여한 카다피를 선양한다. 그들은 숨죽인 채 사는 친일파보다 더 염치없는 무리다. 자본주의의 온갖 단물은 다 빨아 먹으면서 감히 착취를 거론한다. 그런 염치로 세상을 보니 카다피의 통치를 찬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의 무딘 염치는 마침내 김정일 일가의 추종에 이르게 되었으니 진정 이들이야 말로 이 사회의 양심세력이 아니라 앙심(怏心)세력 아닌가?
이런 그들이 신문 지상에 연일 민주항쟁 민중봉기 독재자 카다피의 몰락을 떠들어 대는 모습이 가관이다. 이렇게 표변하다니... 북 아프리카의 거센 모래바람이 북조선에도 불어 닥쳐야 한다는 논조는 찾을 길 없다.
본디 역사왜곡이나 자아비판의 실종은 공산당의 본령이다. 당과 수령은 늘 옳기 때문이다. 누가 비판하겠는가? 자기비판은 오직 추종자의 몫이다. 반미의 선봉장 카다피는 이제 쓸모가 없어졌다. 이제 그의 등에 비수를 꼽을 때가 되었다.
이런 비겁한 변절자의 작태를 우리는 오늘도 소위 진보적 매체를 통해 본다. 그들은 오직 자기 이익과 전술을 위해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그래서 진보(進步)다. 신의가 없다.
임헌영은 “염치없는 친일 잔재들, 소통 안 되는 괴물 됐다” 고 주장하지만 참으로 소통을 거부하는 것은 진보 좌파 친북세력이요 통일로 빌어먹는 무리가 더 하다. 한번 북으로 올라가 일당 독재 멈추고, 이 남녘에서 종북세력이 그토록 외쳐 왔던 민생에 전념하라고 주석궁 앞에서 외쳐보라. 소통이란 개념이 없는 저들, 오직 자기 일가만 아는 저희에게 이 말이 통할까? 아니 이렇게 외친 자가 살아 돌아올 수 있겠는가?
불리하면 언제고 치고 빠지는 친북 좌파의 표리부동적 전략이 이번 카다피에게 그대로 적용됐다. 문자 그대로 감탄고토(甘呑苦吐)다. 단언컨대 훗날 몰락한 김정일에게도 똑같은 짓을 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남는 것은 김정일이나 카다피를 빙자해 민중을 지배하려는 그들의 탐욕 뿐이다. 다시 말한다. 이 감탄고토야 말로 그들이 앞으로 내내 우리 민중에게 보여 줄 행동양식이다. 경계하라. 결코 그들에게 이용당하지 말라. 멀리서 카다피가 유언한다.
이 세대를 위한 금언 한 마디--《잠언》24장 24-5절;
“무릇 악인더러 옳다하는 자는 백성에게 저주를 받을 것이요 국민에게 미움을 받으려니와
오직 그를 견책하는 자는 기쁨을 얻을 것이요 또 좋은 복을 받으리라.”
[젊고 강한 신문-독립신문/independe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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