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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가까운 곳에 답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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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구제역 안전지대, 전북 정읍의 장성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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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진 기자 기자 (kimmy1219@nver.com) 2011.04.08 18:44:41
지난해 11월 경상북도 안동시 와룡면 서현 양돈단지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올 3월까지 경기 포천․연천, 인천 강화, 경기 김포, 충북 충주, 충남 청양 등 모두 11개 시·도의 75개 시·군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국내 축산업 전반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구제역 발생 116일 째인 지난달 24일 “구제역에 대한 안정적 통제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돼지 331만 마리와 소 15만 마리 등 347만 마리 이상의 가축을 도살처분 및 매몰한 뒤에서야 사실상 수그러든 것이다.
이와 함께 24일 ‘가축 질병 방역체계 개선 방안 및 축산업 선진화 방안’을 내놓은 정부는 초동대응의 미흡을 인정하고 구제역의 근본적 해결책 마련에 첫 걸음을 떼고 있다. 이에 구제역 피해를 무사히 넘긴 전라북도의 한 농가를 조명하고 구제역 피해의 심경을 들어보는 한편, 해결 방법을 모색해 본다.
“소 아비로 지켜보며 가슴으로 울었습니다”
“같은 소 아비로 피해농가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 마음 같아서는 찾아가 같이 부둥켜안고 울고 싶은데 여건이 되지 않아 먼발치에서 지켜보며 가슴으로 울었습니다.”
전라북도 정읍시 감곡면의 한우농장 주인 장성운 씨(55세)는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힘겨운 겨울을 보냈다며 무겁게 입을 뗐다.
30여 년을 한결같이 전북 정읍의 땅을 일구며 지내온 농사꾼 장 씨는 16년 전 집안에 도움이 될까 하고 몇 마리의 한우로 축산업을 시작했다. 현재 1,000여 두를 거느린 축산농가로 자리 잡았지만, 정 씨에게는 소 한 마리 한 마리가 그저 자식 같다며 본인을 ‘소 아비’라 소개했다.
이런 장 씨에게 지난겨울은 유난히도 춥고 길었다. 내 소를 지켜내겠다는 일념에 스스로 외부와 담을 쌓고 고립된 생활을 시작한 장 씨는 오직 방역작업에만 몰두했다.
“외로움과 부담감, 초조함이 매일같이 밀려 들어왔습니다. 혹시나 소들에게 이상 징후가 생길까 봐 항상 맘 졸이다가 불쑥 나타나는 걱정에 잠에서 깨기를 수 차례였습니다. 푸닥거리 하듯이 하루도 빠짐없이 방역작업에 매달리며 애를 썼지만 구제역의 불안감은 동네 인심마저 서릿발로 만들어버렸고 모두가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는 지난 3개월 동안을 회상하며 고립에서 오는 불안감을 가장 큰 괴로움으로 꼽았다. 장 씨는 “매일 터지는 구제역 소식에 아연실색하며 다가온 신묘년을 맞이했지만, 새로운 한해의 다짐을 할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그저 하루빨리 구제역의 발생이 잠잠해져 마을뿐 아니라 전국 곳곳이 조용해지기 만을 기다렸습니다”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철저한 행정중심의 방역체제 구축으로 청정 전북 지켜내
장성운 씨는 지난해 발생한 AI로 전북은 비교적 방역에 관한 메뉴얼이 잘 갖춰져 있는 지역이라 구제역의 발발에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빠른 초기대응과 철저한 행정중심의 방역체제 구축이 바로 구제역이 전북을 피해 간 이유다.
“자기 농가는 자기가 책임지고 지키자는 책임방역을 바탕으로 매일 내려오는 시의 지침에 따라 철통방역에 힘썼습니다. 사료 생산공장의 차량과 농가 운송차량의 소독을 강화하고 사료 배달차 등 입출입 차량 규제를 철저히 하며 청정 전북의 가치를 위해 주민과 시가 하나 되어 철벽방어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전북은 구제역 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소독 통제소 150개소를 설치하고 연인원 7만3,000여명, 운영비 144억 원을 투입해 구제역을 차단했으며, 구제역 방역대책본부 및 상황실을 24시간 운영하며 비상체제를 유지했다.
시·군 경계는 시·군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하고 주 1회 실시하던 일제 소독의 날 행사를 주 2회로 확대해 소독을 강화하는 한편, 축산농가 및 축산관련사업장에 자율소독을 유도하고 미실시 농가에는 강력한 행정처분을 내렸다.
또한, 환적장 및 물류센터를 이용한 사료공급으로 농장직송을 금지하고 분뇨차량 등 축산관련업체 차량은 농장 진출입 시 철저한 차량 소독과 대인소독 시행하는 등 차단방역을 강도 높게 지속 추진한 결과 청정 전북의 이미지를 지켜냈다.
특히 장성운 씨는 총체보리한우 브랜드를 생산하는 전북한우협동조합 조합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이번 구제역의 여파가 더욱 버겁게 다가왔다.
농업의 근간이 되는 축산업에 대한 체계적 접근 필요
 장 씨는 이번 구제역 사태를 겪으며 한우산업이야말로 국가 기간산업이며 생명사업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농업과 관련해 가공과정에서 나오는 생 볏집, 보릿겨, 쌀겨 등은 한우사육에 필요한 좋은 사료가 되고, 이는 쇠두엄으로 재생산돼 다시 농지로 환원됩니다. 이런 자연친화적인 사이클은 저탄소 녹색 성장의 밑거름이 되며 농업의 근간이 됩니다. 다시 말해 농업에 대한 견인 역할을 해주는 한우를 단순한 소고기만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는 이번 구제역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추측되는 밀집사육 농가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서슴지 않았다.
“좁은 축사에 많은 가축을 들여놓고 기르는 밀집사육이야말로 경제성만 따지는 인간의 탐욕이 일으킨 가장 큰 재해입니다. 동물복지는 생각지 않고 자기 욕심에만 치중한 일부 농가는 먼저 교육과 홍보를 통해 기본 소양을 갈고 닦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축산업 등록제와 허가제 도입을 검토하고, 이를 통해 농장 규모에 맞는 적정 사육두수를 책정하며, 이를 어긴 농가에서 구제역 등이 생기면 강도 높은 책임여부를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장성운 씨는 이번 사태를 뒤돌아보며 “이같은 재앙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효과가 뛰어난 백신을 조속히 개발하고 국가와 지역, 농가 단위의 방역망 구축, 구제역 항체·항원 검사기관 확대 등의 대책이 전국적으로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상처받은 축산업이 하루빨리 지난 아픔을 딛고 활기찬 산업으로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우리 축산물에 대한 국민들의 변함없는 관심과 정부의 체계적이며 지속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며 끊임없는 관심을 부탁했다.
뉴스파인더 김명진 기자 yoonk@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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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독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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