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터넷타임즈
> 뉴스 > 사회
|
|
|
삼성 때리기가 간과하는 것들
|
젊은 세대에게 참 나쁜 회사들
|
정해윤 주간 미디어워치 객원논설위원2011.05.27 09:56:05
진보진영의 삼성 때리기가 한창이다. 1952년 이병철이 제일제당을 설립한 후 삼성은 줄곧 대한민국 대표기업으로 존재해왔다. 이런 상징성과 더불어 한 놈만 패겠다는 전략이 맞물리면 진보진영의 타깃이 되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이런 행태는 또 다른 사각지대를 만든다. 즉 삼성만큼 나쁘면서도 단지 조금 더 영향력이 작다는 이유만으로 면죄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이것은 젊은 세대에게 더 큰 문제로 다가온다. 늘 사회적 이슈를 좌우하는 건 진보진영을 장악한 386세대고, 이들의 이슈파이팅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탓이다. 이런 온도차를 극명히 보여주는 것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입사희망 기업 조사다.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 이후 삼성에 대한 사회적 공세가 정점에 이르렀음에도 최근까지 삼성전자는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젊은 놈 때리기 좋아하는 진보좌파들에겐 또 욕할 구실 하나를 제공하는 셈이다. 도대체 대학생들이 한국사회 ‘악의 축’이라 할 삼성에 들어가지 못해 안달한다는 게 말이 된단 말인가?
진보진영의 삼성 때리기 주요원인 중 하나는 노조를 허락지 않는 전통과 관련이 있다. 그들의 시각에서 노조가 없다는 것은 노동자가 착취당해도 저항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악덕기업에 우수인재가 줄을 서고, 외형적으로 고속성장을 거듭하는 불가해한 일이 펼쳐지고 있다. 그런데 만일 한국 젊은이들이 삼성전자를 최고의 회사로 꼽는데 바로 그 무노조의 원칙이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면 어떻게 할 텐가?
최근 현대자동차 노조가 보여준 모습을 보면 단지 노조가 존재하는 것보다 어떤 노조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4월20일 현대자동차 노조는 단협안에 ‘장기근속자 자녀 우선 채용’을 들고 나왔다. 현대판 음서제도에 대한 비판이 드셌지만 노조는 이를 꿋꿋이 관철시켰다. 우리는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이 자신의 지위를 자녀에게 물려주고자 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다. 한국에서 상속희망 직업이란 사회적 존경과 부가 보장되는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이날 입증한 것은 한국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그야말로 귀족노조라는 사실이다.
이들이 젊은 세대에게 적대적인 것은 노조 구성원들이 특정 세대에 편중된 것과 관련이 크다. 한국에서는 취업이 안 되는 것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지만 한국현대사를 보면 경기 사이클이야말로 핵심적 요소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오늘날 극과 극의 대우를 받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는 개인의 우열에 따른 차이가 아니다. 단지 사회편입 시기라는 외부적 변수가 가장 큰 요소다. 현재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회사들 자체가 유신시절을 전후한 박정희 정권의 중화학공업 정책의 산물이다. 대략 197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현재의 모습이 형성된 대기업들은 그 후 외환위기 이전까지 약 20년 동안 최다고용을 창출한다. 특히 1980년대 중반 ‘3저 호황’ 시기부터 1997년 외환위기 이전까지 사회에 진출한 386세대는 현재 주요 대기업 노조원 비율에서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재 노동시장에서 정규직들의 비정규직에 대한 횡포는 386세대의 젊은 세대에 대한 횡포에 다름 아니다. 더욱이 젊은이들이 세대 내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에 성공하더라도 노조를 장악하고 있는 이들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러니 젊은 세대로서는 차라리 노조 없는 삼성을 택하는 것이 더러운 꼴을 덜 보는 길이다.
신의 세대
젊은 세대에게 가혹한 것은 공기업 노조 역시도 마찬가지다. 2008년 경제위기가 닥치자 소위 ‘신의 직장’에도 구조조정의 압박이 가해졌다. 그런데 이것은 엉뚱하게도 신입사원들의 급여를 감축하는 것으로 결론을 보았다. 강성으로 유명한 대한민국 노조가 젊은 직원들의 이익을 옹호하는 데는 아무런 저항도 없이 무사통과 시켜버린 것이다. 현재 공기업의 회계를 악화시키는 주범은 직원 비중이 가장 높으면서도 고액연봉을 받는 간부급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자기희생 없이 경제위기의 책임을 젊은 세대에게 떠넘겨 버렸다. 오늘날 젊은 세대에게 더 이상 신의 직장은 없다. 다만 386이라는 신의 세대가 존재할 뿐이다.
MBC는 공기업에서 젊은 세대가 처한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방통위가 2008년 발간한 방송산업실태보고서에 따르면 MBC의 직원 수는 1765명으로 884명인 민영방송 SBS의 배에 달한다. 반면 2007년 기준 MBC 매출액은 7770억 원이었고, SBS는 6353억 원이었다. 단순 계산하자면 MBC직원의 절반은 노는 인력이라는 답이 나온다. 건전한 기업의 인적구조라면 피라미드 모양을 띠겠지만 MBC는 간부진의 규모가 평사원의 배를 차지한다. 이런 비효율적인 인적구성은 평균연봉이 1억을 상회하는 결과를 낳는다. 민영기업이었다면 망해도 몇 번을 망했을 구조다. 이렇게 국민세금으로 자기 배만 채우는 공기업 노조는 이 시대의 진정한 탐관오리들이다.
386세대가 장악한 회사에서 젊은 세대가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지난 2008년 MBC 여성 아나운서 손정은은 ‘PD수첩에 대한 표적수사를 중단하라’는 1인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직원 비율로 보나 지위로 보나 손정은은 그런 시위를 하기에 너무 격에 맞지 않았다. 그런 역할이라면 중량감 있는 간부들이 했어야 옳았다. 더욱이 그녀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것은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의 부산시장 후보였던 허남식을 지지하는 글을 교회 홈페이지에 올린 이력 때문이다. 당시 그는 ‘허남식 시장이 다시 부산 시장이 되신다면 흑암의 세력은 무너질 것입니다’라는 종교적 수사를 썼다. 한나라당을 어둠의 세력과 대적하는 백기사 정도로 인식했다면 그의 정치적 신념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가늠할만하다.
하지만 이런 젊은이들도 386세대가 장악한 회사에 들어가면 불과 2년 만에 투쟁의 전위부대를 맡게 된다. 설령 그것이 등 떠밀린 결과건 혹은 출세를 위한 전향이건 자기세대의 이익과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NHN(네이버) 역시도 젊은 세대에게 잔혹한 기업으로 빠뜨릴 수 없다. 지난 4월15일 NHN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은 “모바일 검색 시장에서 경쟁 사업자를 부당하게 배제하는 불공정 행위를 했다”며 구글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아무리 자기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지만 이들이 불공정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은 참으로 가소로운 일이다. 더욱이 이것은 사실관계에도 어긋난다. 시장조사기관 메트릭스에 따르면 2011년 3월 네이버의 무선인터넷 검색 점유율은 55.8%로 구글(15.3%)과 다음(15.7%)을 압도했다.
포털사의 젊은 기업가들이 문제가 되는 것은 산업화시대 기업가들의 장점은 배우지 않고 못된 것만 골라서 배웠다는 점이다. 이병철과 정주영은 자본과 기술이 빈약하던 시절에도 해외시장 개척에 골몰했다. 현재 대한민국이 세계적 수출국가가 된 것은 이 덕분에 가능했다. 그런데 이들 386세대가 장악한 포털사들은 국내 정보통신시장을 한국인들만 사용가능한 폐쇄적 생태계로 만들어 놓았다. 덕분에 해외 경쟁사로부터 국내시장을 지키며 독점기업 행세를 해왔지만 해외시장은 거의 손도 못 대고 있는 형국이다. 더욱이 영세한 IT기업들이 수익모델을 만들어 놓으면 곧장 치고 들어가 벤처기업가들의 씨를 말리는 행태가 되풀이 되고 있다. 이것은 현재의 20~30대 젊은 벤처기업가들이 등장하지 못하는 큰 원인이다.
이병철과 정주영 때문에 60~70대 사업가들은 그들의 하청업체밖에 될 수 없었다. 그 결과 현재 재벌기업 가운데 자수성가한 오너는 사실상 씨가 말랐다. 마찬가지로 네이버와 다음 같은 386세대 정보통신기업가들 때문에 현재의 20~30대 젊은 기업가들은 평생 그들의 그늘에서 살아갈 운명이다. 우리사회가 삼성에게 쏟는 관심의 100분의 일만 쏟았어도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동반성장위원회에서는 대기업문제만 언급하지 IT독점기업들에 대해서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삼성은 진보진영의 허물을 덮어두는 데 참 좋은 수단이다. 삼성이나 때리고 이명박 대통령 욕만 하면 너도 나도 진보좌파가 되는 편리한 세상이다. 이렇게 넓은 문을 제공해 주는 이들이야말로 진보진영에 참 좋은 사람들이 아닐까. 하지만 그렇게 크고 센 놈만 골라 조져도 세상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호랑이 없는 굴에 여우새끼 설친다고 숲속에 평화가 오지 않는다는 것이 민주당 정권 10년의 교훈이었다. 이제 젊은 세대도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비판적 지지를 뛰어넘어 우리들이 원하는 세상을 곧장 요구하도록 하자. 그를 위해 우리 모두 몽상주의자가 되자. 불가능한 것을 세상에 요구하도록 하자.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Copyright @2009 MyMedia Corp. All rights reserved.
출처 뉴스파인더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