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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정상급 한전의 벙어리 냉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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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의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은 낙하산 인사와 전기요금 동결로 적자를 강요한 역대 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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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재
2011년 9월 16일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전력에 친히 찾아가 책상을 두드리며 분노를 터뜨렸다. 그 전날 전기 최선진국 한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대규모 정전사태가 일어난 것에 대한 추상같은 질책이었다. 현대건설 전 회장이 떠나자마자, 현대건설 전 사장 김중겸이 임시주주총회에서 한전 사장으로 전격 추대되었다. 각하의 말씀을 찰떡같이 새겨들었던 것이다.
한전은 누전율 세계 최저라는 대기록을 자랑한다. 인도 같은 경우에는 누전율이 40% 정도된다. 그런 상태에선 아무리 발전량을 늘려 봤자 소용없다. 그래서 한전이 고액을 받고 인도 일부 지방의 송배전 시설을 새로 손 봐 주고 있다. 한전이 다각도로 노력한 덕분에 한국은 누전율이 4.07%(2009년)이다. 2010년 6월에는 3.73%까지 떨어졌다. 영국 7.8%, 미국 7.4%, 프랑스 6.7%이다. 에너지 효율이 세계최고인 일본도 5.1%다. 독일도 5.8%로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많다. 세계 2위는 대만으로 4.58%이다.
한전의 전기는 품질도 세계최상이다. 전기의 품질이 좋지 않으면 반도체 한국은 꿈도 못 꾼다. 가전제품이든 공장시설이든 수명이 뚝 떨어진다. 세계최고 품질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은 터무니없이 낮다. 한국을 100으로 했을 때, 일본은 307, 영국은 208, 미국은 157이다. 화력발전소가 약 70%를 차지하는 나라에서, 지난 10년간 등유가 93%, 경유가 121% 오르는 사이에 전기요금은 겨우 15.36%밖에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누구 때문에? 애오라지 물가를 걱정하는 대통령의 지엄한 말씀 때문에!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1kwh당 2000년 74.65원이었는데, 2010년에는 86.12원이었다. 일반소비자 물가는 그 사이 37% 뛰었다. 전기요금은 화력발전소가 70%인 점을 고려하면 등유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60%를 올렸어도 할 말이 없다. 주식의 51%가 정부 소유라는 이유만으로 주식 한 주 없는 대통령이 한 마디 하면 전기요금은 절대 올릴 수 없었다. 그 결과는 절대 손해날 수 없는 한전이 33조 원이라는 부채를 지게 되었다. 이건 고스란히 빚이 빚을 낳으면서 국민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노동생산성도 한전이 선진 외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 한전의 1인당 판매량이 1만9365MWh(1963만5천KWh)이지만, 미국은 1만2천MWh밖에 안 된다. 일본은 그보다도 훨씬 낮아서 겨우 6천MWh다. 프랑스는 4천MWh도 안 된다. 대만은 일본과 비슷하게 한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다시 말해서 한전의 직원은 높은 임금을 받을 만하다. 노동생산성에 비하면 오히려 연봉이 매우 낮은 편이다. 대통령이 정의의 심통 채찍을 휘두를 일이 아니다.
물가에 비해 전기요금이 턱없이 낮아도 간신히 버틸 수 있는 것은 첫째는 한전의 최첨단 선진 과학화(IT와 결합하여 지능형 전력망 스마트 그리드도 제주에서 시범적으로 운영 중)에 의한 획기적 누전율 감소다. 미국 기준으로도 최소한 3% 정도의 원가 절감을 달성했다. 두 번째는 발전량 기준으로 32%에서 36%를 차지하는 원전 덕분이다. 북핵에는 은근히 민족의 핵이라며 환호하는 민족주의자들이 국제원자력기구(IAEA)로부터 안전성을 검증받은 한국 원전에서 나오는 저준위 핵폐기물에는 내란 수준의 폭력 시위를 벌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였던가? 그 후로 원전 건설은 지지부진해졌다. 예비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한국의 전기요금 체제도 이제 바꾸어야 한다. 가정용이 한국은 2009년 기준 14.6%밖에 안 된다. 2010년에는 14.0%로 떨어졌다. 가정용이 일본은 32%, 미국 37.1%, 캐나다 29.3%, 대만 31.2%이다. 가정에서 아무리 절전해도 별 소용없다는 말이다. 가정은 상대적으로 요금이 높아 절전을 잘하는 편이다. 한국은 중화학공업이 제조업의 대종을 차지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산업용 전기를 싸게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생산부문이 50.5%를 차지한다. 일본, 미국 등이 30% 이하라는 걸 감안하면 대단히 높다. 전기요금이 2010년 기준 가정이 kwh당 103.38원인데, 농사용은 42.54원이다. 그러나 이것은 전체에서 2.3%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그래도 너무 싸다. 석유화학 한 업종만 9.8%이다. 1차금속이 9.5%를 차지한다. 전기기기, 컴퓨터 등은 1.2%밖에 안 된다. 전기효율이 그만큼 높다는 반증이다. 산업용은 KWh당 76.63원으로 농사용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4.6%를 차지하는 공공부문과 31%를 차지하는 서비스업은 KWh당 98.93원이다. 흥청망청할 만하다.
거룩한 애국심으로 역대 대통령은 산업용과 공공서비스용의 전기요금을 낮게 책정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에너지 효율 제고를 대대적으로 방해했다. 전기요금이 싸니까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굳이 투자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에너지 효율은 일본을 100으로 했을 때, 독일이 60.4%, 미국이 49.9%, 한국이 31.7%이다. 중화학 공업의 에너지 효율 제고가 어렵긴 하지만,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면 대대적인 에너지 효율 높이기 운동이 벌어질 것이다. 제조업이 강한 독일만큼은 에너지 효율을 올려야 한다. 임기 중에 혼자 좋은 소리 들으려고, 낙하산 인사로 대못 박은 심복들을 십분 활용하여 한전에 무차별 압력을 가해서 터무니없이 전기요금을 동결하면, 오히려 장기적으로 산업 발전에도 해롭다.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IMF를 앞세운 선한 사마리아인들은 한전에 잔뜩 눈독을 들였다. 전기 민영화 후 주(state) 이기주의에 빠져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미국과 달리, 전국을 통괄하여 세계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전을 쪼개서 팔라고 압력을 넣었다. 발전과 송배전을 분리해서, 싼 값으로 인수할 수 있되 발전부문을 중간에서 완전 장악할 수 있는 송배전을 팔라고 압력을 가했다. 원래 한전은 불문율로 원가에 4%의 이윤을 붙여서 요금을 책정했다. 그런데 외국 세력은 8% 이윤을 보장하라고 눈을 가늘게 떴다. 이때 한전의 전 직원이 들고 일어났다. 인터넷에 조목조목 음모를 폭로했다. 다행히 한전은 팔려 나가지 않았다! 대신에 발전소 6개 회사와 전력거래소 1개 회사로 분리되었다. 이게 또 낙하산 인사 몫으로는 안성맞춤이었다. 전체 사장 1명에 자회사 사장 7명이다! 거기에 이사와 감사와 고문이 줄줄이 늘어났다!
한전은 하루 빨리 다시 하나로 합쳐야 한다. 전기요금은 원가보상률이 전처럼 104%가 되어야 한다. 올 8월에 4.9% 인상했지만, 아직 원가의 89.4%밖에 안 된다. 인상 시기를 늦출수록 우선 당장 물가에 대한 압력을 다소 낮출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효율성 제고 측면이든 아슬아슬 전력예비율이든 좋을 게 없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한전 사옥의 옥상 위로 낙하산을 투하하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은 대신 한국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외국만이 아니라 국내에도 널리 홍보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마지막으로 일단 유사시 김정일이 가장 먼저 노리는 데가 전기와 수도임을 알고 이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해야 한다.
(2011. 9. 21.)
[ 2011-09-22, 18:05 ]
출처 조갑제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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