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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학 교육의 현주소는 ‘빛 좋은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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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율 세계 최고, 등록금 세계2위에 정부부담률은 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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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9월 14일 (수) 17:16:41 최용일 newstalk@newstalk.kr
지난 13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11년 OECD 교육지표' 조사결과 한국은 고등교육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을 과시했다. 이날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는 매년 9월 발표되는 OECD 교육지표에 따른 것으로 조사대상 각국의 교육 수준을 ▶교육 효과 ▶교육 투자 ▶교육 참여 ▶학습 환경과 학교조직 등 4개 영역에 걸쳐 29개 지표로 평가한 것이다. 올해 지표는 2009년 통계(재정은 2008년 기준)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34개 회원국과 중국·인도·러시아 등 8개 비회원국 등 42개국의 조사 결과가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이날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기준 25살에서 34살까지 우리나라 청년층의 대학교육 이수율은 63%, 고교 이수율은 98%에 달하여 고교 이수율 지표에서 OECD국가 중 4년 연속 1위, 대학 이수율 2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전체 조사대상 인구(25~64세)의 고교와 대학교육 이수율도 각각 80%와 39%를 기록해 OECD평균(73%, 30%)을 웃돌았다.
고등 교육뿐만 아니었다. 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09 읽기 시험에서 1위(평균 539점)를 기록하는 등 만 15세 학생(중3 또는 고1)의 읽기 능력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우리나라는 부모의 직업·학력·가정 내 학습환경 등 사회·경제적 배경이 불리한 학생 가운데 여건을 극복하고 성적이 상위 25% 이내에 든 학생의 비율이 OECD 평균인 7.7%를 거의 두 배나 상회하는 14%를 기록하며 전체 1위를 차지하는 등 가정환경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도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국내외 교육 전문가들에게 한국 대학교육의 현주소를 한마디로 말하라면 ‘빛 좋은 개살구’라고 스스럼없이 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수치상으로는 그렇게 최악의 평가를 받을 만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극찬을 받아도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다면 왜 이처럼 세계 최고의 교육수준과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통계자료와 따로 노는 이상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교육문제의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단서 또한 이 지점에서 출발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우선 이처럼 높은 교육열과 뛰어난 교육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국민이 직접 부담하는 교육비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2008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교육비 비율(7.6%)은 OECD 평균(5.9%)보다 높은 세계 2위를 기록했으며, 1위를 기록한 아이슬란드(7.9%)와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의 공교육비 중에서 초·중·고교 및 대학 교육을 위해 내는 공교육비는 4.7%에 그쳤고, 그 결과 민간부담률(2.8%)이 OECD 평균(0.9%)의 세 배를 넘었다는 사실이다. 고등교육으로 갈수록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국공립 대학이 우리 돈으로 570만 원가량이었고, 사립대학은 천만 원을 넘어서고 있는 대학등록금은 34개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국공립 대학 및 대학원(석사)의 연평균 등록금은 미국 달러의 구매력지수(PPP) 환산액 기준 5,315달러로 미국(6,312달러) 다음으로 높았다. 이처럼 국공립 대학의 등록금 수준이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음에 비해 정부가 대학생들에게 지원하는 장학금 비율(6%)은 OECD 평균(11.4%)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학자금 대출 비율 역시 5.4%로 OECD 평균인 8.9%보다 크게 낮았다. 9,300달러에 달하여 국공립대학의 연간 5,300달러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사립대학의 고액 등록금까지 계산에 넣은 결과 우리나라 고등교육비 가운데 학생·학부모·학교법인 등 민간 부담 비율(77.7%)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OECD 국가들의 경우 정부가 고등교육비의 68.9%를 부담하고 있으니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 부담률이 OECD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음을, 반대로 민간부담율이 OECD의 2배가 훨씬 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지난 2001년 지표 개발 이래 11년째로 그만큼 국민부담이 크다는 뜻이다. 갈수록 고액화 되면서 반액 등록금 등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대학 등록금 문제의 원인이 정부 측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것이며,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저소득층 장학금 확대와 대학교육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렇게 양적으로 세계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 대학 교육의 질적 수준은 과연 어떨까 하는 점이다. 질적으로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면 교육비가 고액이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청년층의 고등교육 이수율이 높은 것은 80%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대학진학율직접적인 관계가 있는데, 이처럼 높은 대학 진학률의 가장 큰 요인은 교육수준이 취업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는 사회문제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성의 경우 고용율이 중졸 이하에서는 70%대에 머물지만 고졸의 경우 80%대 중반, 전문대졸 이상의 경우 80%대 후반에 달하고 있는 현실이 문제라 하겠다. 여성의 경우 다른 OECD국가들과는 달리 고등교육 이수자들의 실업률까지 높은 것이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여성의 취업률 자체가 남성에 비해 현저히 낮다 보니 학력과 취업의 상관관계가 높지 않은 것처럼 나타나고 있고 남성의 진학 이유만 취업 때문인 것으로 오인되고 있지만 사실 취업 때문에 진학하는 것은 남녀 모두 공통적이라 하겠다.
취업률뿐만 아니라 교육수준별 임금격차 역시 대학 진학률을 불필요하게 높이는 요인이라 하겠다. 학력간 임금격차가 완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졸자 초임을 100으로 봤을 때 중학교 이하가 69, 전문대학 졸업이 103, 대학교 졸업 이상이 143으로 나타나고 있는 등 여전히 격차가 크기 때문에 대학 진학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승진과 학력의 연계 가능성 역시 외형상 나타나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높은 진학률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 대학생들의 수학능력이나 대졸자의 학업성취도는 어떨까? 높은 이수율과 높은 등록금 부담률에도 불구하고 성취도가 높다면 큰 문제가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번 조사에서 고등교육의 학업성취도에 대해서 직접 조사된 바 없기 때문에 비교 평가할 방법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15세 미만에서 세계 최고의 학업성취도를 기록한 것으로부터 대학의 성취도도 높거나 OECD 평균은 될 것이라고 유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최근 세계 대학평가나 아시아 대학 평가 수준을 통해 간접 비교함으로써 대학의 성취도를 추정해 볼 때 80% 이상의 대학 진학률이 한국 대학의 수준을 전체적으로 낮춘 것이 아닌가 하는 정도의 판단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번 OECD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등교육을 받은 우리나라 성인의 삶의 만족도가 53%로 OECD 평균치인 75.5%에 비해 아주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대학 진학의 목적이 직업(취업, 보수, 승진)이라는 거의 유일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탓과 더불어 대학에서의 낮은 성취도가 만족도에 반영된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대학 진학률이나 이수율이 낮은 것보다는 높은 것이 좋겠지만 내실은 없이 그저 높기만 하다면 그건 학력인플레에 불과할 것이다. 성취도가 낮은 ‘먹고 대학생’을 남발하는 것은 그 자체가 사회적 낭비일 뿐 아니라, 대학교육에 대한 초과수요를 촉발하여 부실대학교육이 가능하게 하는 기제를 만들게 될 것이다. 대졸자에게는 불필요한 기대심리를 갖게 하면서 동시에 고졸자의 심리적 패배의식이나 승부욕을 자극함으로써 전 국민의 대졸자화를 부추김으로써 사회적으로 볼 때 총체적 낭비요인이 되고, 정상적인 직업조차 3D업종으로 전락시키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아마 한국의 대학교육이 빛 좋은 개살구라는 평가도 그런 관점일 것이며, 최근 교육부를 중심으로 정부가 대학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나 고졸자의 취업을 독려하고 나선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다만 기왕에 하려면 강력하고 과단성 있게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한쪽에서는 부실대학을 없앤다면서 사회교육이니 평생교육이니 온라인 교육이니 하는 잡다한 방식으로, 아니면 전문대학에 심화과정이라 하여 전문학사를 학사로 인플레 시키고 ‘교’자를 붙이고 학장 명칭을 총장으로 바꿔 4년제와 차별성을 없애는 식의 학력 인플레를 조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부실대학을 정비하면서 현행법상 폐교가 불가능할 경우 국공립대학과의 통폐합 후 국가가 주도하는 국공립대학 통폐합 절차를 밟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일단 국공립대학이 늘어나겠지만 현재 사학의 특권만 누리면서 의무를 망각하고 있어 국가가 뒷바라지하기 바쁜 사립대학의 처지를 생각한다면 큰 맘 먹고 생각할 수 있는 대안일 것이다. 전문대학을 4년제와 차별없는 식으로 인플레시켜 부실대학 수를 늘이기 보다는 전문대학과 전문계고를 통폐합하여 5년제 틈새대학으로 만드는 것도 전문대학의 특성화를 유도하는 또 다른 방법이 될 것이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했으니 ‘빛 좋은 개살구 대학’ 타령만 하지 말고 백년대계의 초심을 되돌아보기 바란다.
최용일/ 경영학 박사, 전 금융감독원 노조부원장
입력시간 : 2011년 09월 14일 (수) 15:4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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