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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 밥그릇 챙기기? 졸속 의료정책 막으려 절박함에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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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계 총파업 주도…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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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웅 기자
정부, 연구도 협의도 안한 채
코로나 와중에 4大정책 강행
지방에 의사 부족한 건 맞지만
강제로 10년 있는 게 해법인가
필수의료 수가부터 정상화해야
파업 중단 여부는 정부에 달려
자존심·체면 버리고 신뢰 줘야
의사들이 가운을 벗어던졌다. 의대생은 국가고시를 거부했으며, 전공의는 무기한 휴진에 들어갔고, 전
임의 또한 사직서를 제출하며 진료실을 나갔다. 이미 2차례 집단휴진을 진행한 동네 의원들은 다음 주
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선언했으며, 그동안 진료 현장을 지켜왔던 대학병원 교수들까지도
휴진에 가세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의 4대 정책을 반대하기 때문이라는데, 상황은 좋지 않다. 각종 질환으로 아픈
몸을 이끌고 병·의원을 찾아야 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은 진료실을 벗어난 의사들의 모습에 충격일 수밖
에 없다. 수술과 진료를 기다리던 환자들이 기약도 없이 대기해야 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요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해야 하는 중요한 순간이 아니던가. 그런데
의사들이 왜 의료현장을 떠났을까. 제2차 전국의사 총파업이 이틀째 진행되고 있던 지난 8월 27일 최대
집 대한의사협회장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만나서 물어봤다.
―국민 입장에서 물어볼 수밖에 없다. 현재 이 상황에 대해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의사들이 왜 지금 파업을 하나.
“우리도 파업하고 싶지 않다. 의료계는 코로나19 진료를 하고 일반 진료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로 환자가 많이 줄고 전반적으로 경영 악화까지 가해져 삼중고를 겪고 있다. 그리고 진료할 때도
일단 증상이 있으면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의사들의 심리적 스트레스가 굉장히 크다. 의대 정원 확
대, 첩약급여화, 비급여 원격진료 등 모두 의료계가 아주 크게 생각하는 사안들인데 왜 이런 시점에 의
료계 동의도 없이 정책을 강행하느냐 이거다. 특히 정부가 너무 빠른 속도로 강행했다. 우리가 반대 의
견을 제출했는데, 제출만으로 아무 영향이 없고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수단인 정책
제안 등을 통해서는 진행되는 속도를 막을 수 없었다. 그래서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갖고
있는 마지막 수단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총파업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도 굉장히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절박한 이
유가 있다.”
현재 정부는 의대 정원을 향후 10년간 연간 400명씩 총 4000명을 늘려, 3000명은 지역 의사로 배치하고
500명은 기피 진료과, 500명은 의과학자로 양성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 공공의대 설립, 한
방첩약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 진료육성, 의대정원 확대까지 총 4가지 정책을 추진하면서 의료계의
거센 반대에 직면해 있다.
―정부의 정책에 파업까지 불사하면서 반대하는 이유가 있나.
“우리는 정책 내용에도 동의할 수 없으며, 결정 과정도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하자. 의사 수 추계에 대해 의사들이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의료계에 증원이 필
요하다면 수긍할 수 있다. 그 이후에 어떻게 할 것인지 정부와 의료계가 잘 협의해서 진행하면 된다. 의
사 수를 얼마로 유지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국가에서 주요 정책과제로 다룬다. 이것만 연구하는 기
관을 둔 나라도 있다. 적어도, 많아도 안 된다. 의사는 수요공급 원리에 따른 기본적인 시장모델에서 움
직이지 않는다. 물론 수요공급이 기본적으로 적용되는 부분도 있지만,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의사가 권하는 대로 각종 진단과 치료 시술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말 그대로 경쟁 상황
으로 내몰리고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되면 영리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의사 수가 늘어나면 의료비
가 상승하게 된다. 그래서 적정 수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적정 의사 수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다. 이번에 정부가 이런 화두를 던졌기 때문에 이런 연구부터 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
기구(OECD)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가 정책을 정하는 나라는 기본적으로 없다. 저는 앞으로 중장기적으
로 봤을 때 인구가 줄고 있고, 현재 의대 정원이 3000명씩 꾸준히 배출되는 걸 생각하면 앞으로 9∼10
년 후에는 기본적으로 의사 수가 과잉되는 일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에서는 반대로 이야기하고 있다. 지방에는 의사가 부족해서 정부가 지방의 의사를 늘리기 위해
정책을 추진한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지역의 의사가 부족한 게 객관적 사실이다. 그러면 대도시의 의사들이 지방에
서 근무할 수 있도록 이런 정책적 수단을 정교하게 개발해내는 게 먼저다. 똑같은 의료행위를 하지만
지역에는 가산 수가를 준다든지, 또 각종 처우를 개선한다든지 해야 한다. 의사 수를 늘려서 강제로 10
년 동안 있게 한다는데, 일시적으로는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수련 기간을 포함해 실제로 근무하게 되는
기간은 인턴 1년·전공의 4년 해서 5년, 그리고 전문의 5년 정도를 지방 의료원 등에서 근무하게 될 거
다. 전문의 취득 후 5년 정도 근무해서 과연 그 의사가 해당 지역에서 얼마나 의료에 기여할 수 있을까.
상당히 회의적이다. 1차 진료 의사라고 해도 상당히 숙련되고 노련한 의사가 만들어지는 데는 전문의
취득 이후 많은 임상경험이 필요하다. 의사 수만 늘려놓고 의무복무를 시키는 방식으로 과연 지방 의료
가 활성화될까? 기존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의사들을 여러 유인책으로 활용해 거점에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고, 또 지역 국공립 의료기관이 갖는 역할을 정확하게 정해야 한다.”
―진료 수가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지원을 더 많이 늘리면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
“지역 가산 수가는 예시로 말씀드린 것이고 지역 의사 분포의 불균형, 또 전공 과별 불균형 문제가 또
있다. 직역별 불균형 문제도 있다. 가령 개원의사, 대학병원 교수, 또 일반 병원의 봉직의 등 직역별 불
균형이다. 이런 것을 다 해소하기 위해서는 먼저 필수의료 수가가 정상화돼야 한다. 지역 가산 수가는
사실 작은 문제로 필수의료 수가가 정상화되는 게 핵심이다. 지역 불균형 해소도 거기부터 시작해야 한
다. 가령 가임기 여성이 적은 곳에서 산부인과를 개소하면 환자가 없어 기관을 유지할 수가 없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보조금까지 줬는데도 병원이 운영을 못 해서 나가기도 했다. 산부인과 분만, 처치나 행
위 진단검사에 대한 지원을 늘려 환자를 10명 보고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면, 의료기관을 유지할 수 있
다. 그런 면에서 필수의료 수가 정상화가 굉장히 중요하다.”
―지원을 늘리기 위해선 재정이 필요한데, 결국 국민의 건강보험료도 올라가는 게 아니냐.
“현재 필수의료 수가 정상화에 6조 원이 들어간다는 추계가 있다. 큰 비용 같지만, 또 못할 돈은 아니라
고 본다. 저는 5년 또는 10년 계획을 세워 건강보험료를 평균적인 수준으로 올리면서 방법을 찾아보면
6조 원 정도를 마련할 방법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불필요하게 지출되는 건강보험이
있다. 병원 식대, 2인실, 3인실 급여화 이런 부분은 굳이 급여화할 이유가 없다. 특히 식대는 굉장히 지
출이 크다. 또 건강보험에 국고를 지원한다는 약속이 안 지켜지고 있다. 국고로 미지급된 돈이 10조 원
을 넘는다.”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정부가 기본적으로 자존심, 체면 문제를 생각할 때가 아니다. 코로나19 문제 외에도 일반진료 문제가
훨씬 많다. 정부가 자기들 고집을 계속해서 내세우지 말고 정책 철회가 됐든 철회에 준하는 표현을 하
든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확실한 신뢰를 줘야 한다. 특히 정부가 전공의·전임의 등 젊은 의사들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내린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내부에선 위헌 소지도 있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의사의
단체행동권은 세계 각국에서 인정하고 있다. 행정처분으로 처벌하는 건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
이런 법이나 제도 행태들이 자유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위험에 빠트리는 조치라는 생각이 든다. 선진
국에는 이런 법이 없고, 우리나라에만 있는 법이다. 세계의사회에서도 경악할 만한 일이다. 공은 정부
가 쥐고 있다. 정부 결정에 따라서 이 사태가 바로 파업 중단으로도 갈 수도 있다. 정부는 이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출처;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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