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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서 노마스크로 사는데... 노숙인들은 왜 백신 거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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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제우 기자
입력 2021.06.26 08:00
지난 24일 오후 3시쯤, 서울 중구 서울역 1호선 1번 출구부터 서울역파출소까지 약 400m 구간에 노숙
인 30여명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들은 캐리어, 겨울 패딩 등 각자의 짐을 옆에 두고 종이 상자
를 바닥에 깐 채 누워 있거나 함께 둘러 앉아 음식을 나눠 먹고 있었다. 기자가 헤아려보니 마스크를 착
용하지 않은 사람은 24명, 마스크를 턱에 걸친 사람이 7명이었다. 서울역을 찾은 시민들은 익숙한 듯
‘거리 노숙인'들의 곁을 지나갔다.
같은 날 오후 4시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주변에는 이불, 종이 상자 등으로 마련된 잠자리 8개가 있었
다. 공원 화단 등에서 잠을 청하는 노숙인들이 보였고, 도로변에서 막걸리 두 병을 놓고 술자리를 벌이
는 노숙인 일행도 있었다.
노숙인들은 서울역, 영등포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공공장소에 모여 산다. 서울역은 일평균 KTX 이용객
만 4만 5000명이 넘는다. 지난 1월 서울역 등을 중심으로 노숙인 수십 명이 집단 감염되는 사태가 일어
난 이후, 질병관리청이 노숙인을 ‘코로나 취약계층’으로 분류해 백신 접종 대상에 포함한 것도 이 때문
이다. 전파 위험성 때문에 시급하게 백신 접종을 해야 하지만, 생활시설·이용시설에 들어가지 않은 거리
노숙인들의 코로나 백신 접종률은 43% 수준으로 여전히 절반을 밑돈다. 백신 접종은 당사자들의 동의
를 받아야 하는데, 이들이 접종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서울역 노숙 생활 10년 차라는 신도균(57)씨는 “서울역에서 보이는 70~80명 중 진짜 노숙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30여명뿐”이라며 “거리 생활하는 이들은 백신을 안 맞은 사람이 다수”라고 했다. 그는 “대
부분은 알코올 중독이거나 정신에 이상이 있어 백신 맞을 계획도, 관심도 없다”고 했다. 신씨로부터 소
개받은 장기 노숙자 4명 중 3명은 ‘백신을 맞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들은 왜 백신을 거부할까.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거리 노숙인들 사이에선 ‘백신 괴담’이 상당히 퍼져 있었다. 두 달 전 백신 1차
접종을 받았다는 노숙인 한모(53) 씨는 “주변 노숙인들에게 백신을 맞으라고 권유하면 ‘아프기 싫다’,
‘죽기 싫다’며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며 “얼마 전 한 사람이 백신을 맞고 쓰러졌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노숙인들 상당수가 백신 접종에 부정적으로 돌아섰다”고 했다. 부산에서 20년 동안 거리 생활을 하다
두 달 전 서울역으로 올라왔다는 임모(59) 씨는 “양쪽 다리가 아파 걸음이 불편해 화장실 가는 것 빼고
는 24시간 한 자리를 지키는데, 혹시나 백신 맞으면 영영 못 걸을까봐 무서워 백신을 못 맞겠다”고 했
다. 거리 노숙인들은 스마트폰은 물론 TV를 보는 기회도 많지않아 주위에 떠도는 ‘소문’에 생각이 좌우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백신 접종을 위해 정부의 통제를 받는 것이 싫다는 의견도 있었다. 30년 넘게 거리 생활을 이어왔다는
조승희(60)씨는 “과거 인천에 있는 병원에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해 입원 했었는데 병원에서 담배를 이
틀에 한 갑만 피울 수 있게 해 뛰쳐나왔다”며 “백신을 맞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백신을 맞으면 시설에
며칠간 머물러야 하고 아주 귀찮아진다고 들었다”고 했다. 다른 노숙인은 “그까짓거 안 맞아도 그만”이
라며 “이대로 내버려 두는 게 날 도와주는 일”이라고 했다.
거리 노숙인들은 코로나 취약계층이자 전파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이지만 지자체가 할 수 있는 건 제
한적이다. 서울시는 백신을 접종한 노숙인들을 위해 보호 시설 내 해열진통제 등 의약품을 구비해놓고,
임시 주거 공간을 마련하는 등 사후 관리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가 거부하면 소용이 없다. 서
울시 관계자는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거리 노숙인들을 직접 찾아가 설득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도
“현실적으로 대화 자체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백신에 부정적인 경우가 많아 어려움을 겪고있다”고
했다.
출처;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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