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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권리보다 기업 기밀 중요" 법원, 삼성전자 정보공개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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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수원=권상은 기자 곽창렬 기자 김성민 기자
입력 2019.08.23 03:01
고용부 '작업환경 보고서' 공개 결정에 반발한 삼성 손 들어줘
"부서·공정명·작업장소는 영업 비밀… 공개되면 기업 이익 해쳐"
반도체 업계 "中업체가 노하우 베낄까 걱정했는데, 정말 다행"
법원이 삼성전자의 작업환경 보고서를 공개하라는 고용노동부의 결정에 제동을 걸었다. 삼성전자가 공
개 결정에 반발해 제기한 소송에서 삼성 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법원은 "반도체 공정에 관련된 매우 세
부적인 정보인 부서와 공정명, 단위작업 장소에 대한 일반 국민의 알 권리가 삼성이 경쟁 업체들에 대
한 관계에서 보호받아야 할 이익보다 우선한다고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22일 수원지법 행정3부(이상훈 부장판사)는 삼성전자가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장과 평택지청장을 상대
로 낸 정보부분공개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삼성전자는 국가 핵심 기술과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해당하는 쟁점 정보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며 작년 3월 소송을 냈다. 작업환경 보
고서는 사업주가 작업장 내 유해 물질(총 190종)에 대한 노동자의 노출 정도를 측정하고 평가해 그 결
과를 기재한 것이다. 사업주는 이 보고서를 6개월마다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제출한다.
재판부는 작년 3월 경기·평택지청이 공개하기로 한 작업환경 보고서 내용 중 '부서 및 공정' '단위작업
장소' 부분은 공개 결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쟁점 정보는 경영상·영업상 비밀로, 공개될 경
우 원고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정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2014년 삼성전자 온양공장에서 근무한 뒤 백혈병이나 림프암 등에 걸린 근로자와 유족이
산업재해 입증을 위해 작업환경보고서 공개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이 보고서에는 반도체 생산 장비
가 몇 대 있는지, 장비들의 배치가 어떻게 돼 있는지, 공정별로 어떤 물질을 쓰는지 등이 써 있다. 2017
년 3월 대전지법은 온양공장 노동자 유족들의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 청구를 기각했지만, 2018년 2
월 항소심에선 반대의 판결을 내렸다. 그해 3월 고용부는 대전지법 항소심 결과를 반영해 작업환경 보
고서 공개 결정을 내렸다.
삼성 측은 공개할 경우 핵심 공정 기술의 유출이 우려된다며 반발했다. 작년 3월 산업부에 이 정보들이
국가 핵심 기술인지 판단해달라고 요청했고, 결정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심판을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청구했다. 또 수원지법엔 집행정지 신청 및 소송을 제기했다. 산업부는 보고서의 내용이 국가 핵심 기
술이라고 판정했고, 중앙행심위는 작년 7월 보고서의 일부만 공개하고, 나머지는 비공개하라고 결정해
삼성의 주장을 일부 인용했다. 중앙행심위는 당시 "공개될 경우 삼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
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비공개하고 그 외는 공개한다"는 취지로 결정했다. 이번에 수원지법 또한
본안 사건에서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반도체 업계는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작업환경 보고서에 나온 정보
를 가지고 바로 반도체 완제품을 만들 순 없지만, 이 정보는 반도체 업체가 수십년간 쌓은 노하우가 들
어간 것들"이라며 "반도체 굴기를 외치며 시장에 진입하려는 중국 업체들이 이 정보들을 조합해 대외비
성 기술 정보를 베낄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는 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만 고용부 산재예방보
장정책국장은 "법원의 판단대로 보고서 내용을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소송을 제기한 분들이 과거 자신
들이 (유해 물질에) 노출됐던 이력들을 산재보상 과정에서 충분히 감안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관련 논란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등은 작년 10월 중앙
행심위의 결정에 반발해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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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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